7편 재방송 요즘 들어 왜 이렇게 살기가 싫어질까. 태양은 안 보이고 계속해서 먹구름만 보이는구나. 내일은 오늘을 잊은 채 새로운 해가 뜰까? 뜨면 뭐하냐! 납치범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우리 집에 와서 식사를 하게 될 테고, 아들 묻으려고 했던 집안 권력자들은 또다시 못 잡아먹어 아우성일텐데. 나중에 성공하면 꼭 백수의 날을 만들던지 해야겠다. 잠이나 자자~ 한 대수. [( ̄. ̄)]zZ 허걱~! 그 불여우가 내 목젖에 칼을 들이대며 가족을 협박한다. 『빨리 1000만원 내놔! 안 그러면 이 새끼 죽여버릴 거야!』 『보라 언니~ 왜 그래요? 언니 이런 사람 아니잖아요!』 『흐흐, 모든 게 연극이었어. 이렇게 인질극을 벌이기 위해 그 동안 치밀하게 준비해왔지.』 『윽, 윽, 아부지 저 좀 살려주세여~』 『죽여라! 그 녀석은 어차피 실패한 인생이야!』 『다가오지마! 정말 찔러버릴 거야!』 『죽여뿌려! 백수 같은 놈 살아서 뭐해!』 『죽여버리겠어!』 『안돼~~!』 최후의 발악을 하다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며 잠에서 깼다. 으악! 내 혀! 잠 깨면서 혓바닥을 콱 깨물어버렸다. 방바닥을 사정없이 뒹굴며 고통을 달랬다. 으으, 100년 묵은 쥐포보다 질긴 뇬! 꿈에서까지 나타나 날 괴롭히다니. 도대체 전생에 나랑 무슨 원한이 있는 거냐! 아, 혓바닥 아파! 혀를 씰룩 내밀고 거울을 살펴보고 있는데 낯익은 향기가 나의 코털을 애무한다. 훙~! 나만 빼놓고 신나는 아침밥을 먹고 있다니. 아침밥 먹을 시간에 딸랑딸랑 종 흔들어주던 미래도 오늘은 날 배신했구나. 방에서 나오니 거실에서 오손도손 모여 납치범과 식사를 하고있는 어리석은 가족이 보였다. 드디어 올게 왔구나. 어처구니가 없어 웃음밖에 안 나오는 상황이다. 어떻게 납치범이 인질 집에 와서 저렇게 알콩달콩 식사를 할 수가 있단 말이냐.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거리가 되듯이, 납치범이 인질네 집에서 식사를 한다는 건 "그것이 알 고싶다"에 3부작 특집으로 실릴 뉴스거리다. 분명, 이 전설은 우리 집에서 앞으로 삼대 째 이어져 내려갈 것이다. 아무튼, 어제 산에 묻혔던 이후로 기득권을 가진 권력자들과의 첫 대면이기도 하고 여우같은 납치범과의 최후의 대면인 순간이다. 어제 사건 이후로 나의 파워가 많이 다운됐지만, 저 여우 앞에서 권력자들에게 당하는 모습을 보였다가는 나만 우스운 꼴이 되고 말 것이다. 그리고 권력자들에게 어제 일로 나약한 모습을 보였다가는 내가 쫄아버린 면빨이 된 줄 알고 더욱 더 자근자근 씹어먹을 것이다. 그렇다면 권력자들에게 기죽지 말고 홈그라운드의 잇점을 완빵 살려 저 불여우에게 크게 한 방 먹여야겠다. 지금부터 홈앤드어웨이 경기로서, 홈그라운드 안방스타디움에서 펼쳐질 지구촌 스타들의 금세기 최고 맞대결을 생중계 하겠다. 장소 - 서울 영등포 안방스타디움 양 팀 선수소개 보라 팀 : 선수 - 정보라, 감독 - 한길수, 코치 - 이복자, 응원단 - 한미래. 대수 팀 : 감독겸 코치겸 응원단겸 선수겸, 1인 4역. 랭킹 : 보라 - 대한민국 위기제공 능력 1위, 대수 - 아시아 위기모면 능력 1위. 전적 : 신촌 B나이트에서의 1:1 (무승부) 영등포 강제 원정경기에서 3:0 (패) 영등포 공동묘지에서 2:1 (승) 영등포 시내에서 1:0 (패) 4전 1승 1무 2패 골 득실차 : -3점 한대수 전략 : 7-1-2 시스템. 휘슬 직후 초반부에 백수생활로 노련해진 말빨을 적극 이용하여 기선제압을 시도. 위기의 역습을 당할 때는 역습에 역습으로 공략하다가 수비벽이 무너질 때 무장된 노가리와 재치를 어시스트 받아 화려한 개인기로 순식간에 파고들어 강력한 구라 슈팅으로 속전속결. 정보라 전략 : 비공개. 오늘 경기는 상위팀간의 라이벌전이기 때문에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팽팽한 경기가 예상된다. 선수입장에 앞서 워밍업을 하기 위해 방에서 백수가를 힘차게 불러댔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꾸질꾸질한 러닝셔츠 복장으로 멋지게 거실로 입장했다. 나의 복장과는 대조적으로 풍만한 가슴이 살짝 보일 듯 말 듯 깊게 패인 블라우스차림으로 도도하게 앉아있는 그녀의 새하얀 다리가 식탁유리 밑으로 훤히 비취고 있다. 훙! 아침부터 누구한테 꼬리 흔들려고 얼굴에 떡 칠하고 꽃단장을 했냐. 꽃뱀 같은 뇬! 식탁에 앉으니 내 밥그릇이 없다.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듯한 큰 목소리로 외쳐댔다. 『밥 줘!』 분위기의 기선제압을 위해 이글이글 불타는 눈을 연출했다. 그리고 어떠한 공격에도 끄떡 않을 거라는 자세를 보이기 위해 양손을 허리 위에 척 올렸다. 순간 코치석에서 날아온 밥주걱이 내 머리를 강타한다. 퍽~! 『아야!』 『이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나! 손님 와 있는데 어디서 함부러 큰소리야! 이그, 웬수같은 시키, 그리고 지가 무슨 양반이야! 다 차려진 밥상에만 앉으려하고 말야!』 『어머~ 아드님이신가 봐요? 안녕하세요? 정보라라고 해요.』 여우같은 뇬! 연기실력이 베테랑이구나! 『오빠야~ 인사해. 어저께 행방불명 됐다던 그 언니야.』 잠깐, 내가 업그레이드 될 상황이 아니라면, 상대를 다운그레이드 시켜야 하겠군. 『아, 그래? 인구도 많은 복잡한 세상에서, 행방불명 됐으면 끝가지 책임을 져야지 왜 살아 서 왔대?』 『이 써글시키야!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미안해요, 내 아들녀석이 워낙 철이 없어서 그런 거니 무시하고 어서 들어요.』 『호호! 괜찮아요. 몰골을 보니 백수 같은데, 그냥 불쌍하게 생각할게요.』 『오호호! 그래요.』 된장! 두터운 수비벽을 뚫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놀라운 압박수비구나. 그렇다면 선제 골이 더더욱 중요하다. 좋다! 그 동안 빚진걸 이 한방으로 멋지게 역전승 해주마. 온갖 반찬과 밥알을 입안에 넣고서 그녀 얼굴을 떠오르며 악착같이 씹어댔다. 입 에 든 이물질들은 잠시 후 그녀의 얼굴에 달라붙을 것이기에 점도 높은 오물을 만들기 위해 한참동안 지지고 볶고 쉐이크를 만들어댔다. 이제 어느 정도 고강력 접착제다운 물질이 완성되었다. 그녀의 얼굴로 발사만 하면 된다. 사정거리를 높이기 위해 머리카락을 하나 뽑아 가족들이 안 보는 사이 고개를 뒤로 돌리고 잽싸게 코구멍을 후벼댔다. 아, 아, 아, 아..... 몸이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유효거리 10m, 11m, 12m..... 『에..에..에~ 취..』 퍽! 『이 시키가 밥 처먹다 말고 뭐 하는 짓거리야!』 잽싸게 몸을 돌려 발사하던 순간 어머니의 손바닥을 맞고서 고개가 뒤틀려버렸다. 내가 발사한 이물질들이 거실 바닥에 새겨진 알록달록 무늬와 하모니를 이루며 여기저기서 때깔스럽게 빛나고 있다. 이번에도 하늘에 침 뱉은 격이구나. 짜증난다. 난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냐! 남들한테는 나의 개인기가 배부르게 잘 먹히는데 꼭 이 여우 앞에서만 맥을 못쓰고 꼬꾸라 진다. 된장! 자책 골로 1:0이 됐구나. 분하다. 『쌍늠시키가 왜 밥 먹다 말고 재채기야! 빨리 안 닦아!! 증말 더러워 죽겠네.』 잽싸게 거실바닥을 닦고서 다시 식탁에 앉으니 이중인격의 신이 앙칼진 눈빛으로 나를 째려 본다. 앗! 눈동자에서 훈민정음 문자가 슬라이드로 지나가는게 보인다. "내 얼굴에 날리려고 했지." 나도 눈동자로 답신을 해주었다. "그걸로 팩 해주려고 했다." 망막을 부풀리며 날 쏘아본다. 어쭈구리 째려보면 어쩔건데. 그녀의 앙칼진 눈빛에 질려 시선을 피한다면 꼬랑지 내린 똥개나 다름없다. 나도 눈에 핏줄이 보이도록 힘을 주며 초지일관의 자세로 맞대응 했다. 순간, 숟가락이 내 눈탱이를 가격한다. 『이노무쉐리가 밥 씹어 목구녕에 넣어달라는 거냐? 밥 안 처묵어!』 감독마저 그라운드로 진입하다니! 『아, 아니에요. 아부지.』 된장, 비웃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이걸 그냥 아부지한테 그 납치범이라고 확 불어버려? 아니다. 그전에 나이트 갔다고 내가 먼저 맞아죽는다. 그리고 내 말은 믿지도 안으실 거다. 『인석아~ 이 선생님 좀 본 받아봐라. 너랑 동갑인데 부럽지도 않냐?』 『엄마~ 재즈강사가 뭐 대단하다고. 난 대기업에서 CEO가 될 인물인데.』 『쌍늠아~ 넌, 그리 굶어보고도 아직도 젓가락 짝 맞춰 먹으려 하냐.』 『엄마, 솔직히 말해서 아들이 억지로 하기 싫은 일 하면서, 월급 몇 푼 받고 직장 다녔으면 좋겠어?』 『도대체, 너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오늘 니놈의 분열적 정신세계에 대해 좀 들어보자.』 『나도 오빠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궁금해.』 앗! 온 관중과 선수들이 나의 개인기에 주목하는 순간이다. 부담된다. 『그냥 뭐, 남들이 알아주고 월급도 많이 나오는 그런 일이지.』 『이노무 쉐리가 어제 그렇게도 당하고 정신을 못 차리는구나!』 『아부지, 조금만 기다려보세요. 제 능력을 알아주는 기업이 곧 나타날 거예요.』 『미친쉐리! 황소 불알 떨어지면 구워 먹으려고 다리미 대피고 있는 거냐? 내일까지 당장 취직 안 하면 비석 만들 테니 알아서 해라.』 『그게 뭐, 하루아침에 구해지는 건가요?』 라고 반격하자 아부지께서, 『이틀이면 되겠냐?』 라는 따뜻한 말씀을 전해주셨다. 『아부지는 요즘 신문에 경제면도 안 읽으세요? 일자리가 얼마나 없는데.』 『쌍늠아! 일자리가 없긴, 널린 게 일자린데. 그리고 니 엄마는 훨씬 더 열악한 환경에서 가 정 일이다 뭐다 할거 안 할 거 다 하며 살았어. 그래도 너처럼 그런 핑계는 안 댔다!』 엄마의 말이 끝나자 다시 아부지의 협력공세가 펼쳐진다. 『머? 경제가 어쩌고 어째? 네놈의 썩어빠진 정신상태가 문제야!』 『호호. 정말 감독님 말씀대로 정신적으로 정말 문제가 있는 것 같네요.』 이게 죽으려고! 확 날라까기를 해버려? 잠깐, 방금 감독님이라고 했나? 『울 아부지가 감독님인 건 어떻게 알았어요?』 『그, 그게 TV에서도 몇 번 보고 미래한테도 얘기 들었어요.』 아냐, 말을 더듬는걸 보니 분명 뭔가가 있어. 혹시, 미래를 통해서 우리 아부지가 영화감독님이라는 얘기를 듣고 나한테 접근했나? 울 아 부지 걸핏하면 영화 망해서 돈 개뿔도 없는데. 아무튼 전반전은 내가 좀 밀렸다. 잠시 체력을 리필하고 후반전에 공세를 펼쳐야겠다. 아삭아삭한 총각김치를 새하얀 쌀밥과 함께 꾸역꾸역 베어먹고 있는데, 가족들은 주절주절 떠들고 킬킬거리며 수다 콘서트를 연다. 『어머님, 백수 아들 때문에 참 힘드시겠어요. 제 친척동생도 백수인데 집에서 하는 일도 없 이 먹을거나 축내고, 잠이나 퍼질러 자고, 신세 탓이나 하더라고요. 또 주제에 눈은 높아서 시시한 일 따위는 쳐다보지도 않더라고요. 그 때문에 이모가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몰라요.』 띠기럴! 방심하고 있는 사이 은근히 엿먹이는 썰펀치에 선제 골을 허용했다. 분하다! 2:0 『그렇죠? 내가 이 시키 때문에 얼마나 혈압이 올라가는지, 아무래도 제명에 못 죽을 것 같 아요.』 훙, 귀한 아들 욕 먹이려고 저 여잘 끌어들었나. 남들은 어디 가면 자기 자식 자랑하기 바쁜 데, 칭찬은 눈꼽만큼도 없으니. 그리고 째즈댄스 강사를 불렀으면 춤 얘기를 해야지, 왜 백 수 애기를 하냐고요! 『근데 정말 기막힌 건, 이모랑 이모부가 합심하여 무덤까지 끌고 가서 땅에 묻어버리며 겁 을 줘도 끄떡없던 놈이, 일주일 동안 묶어놓고 전기고문을 시키니까 금세 맘잡고 개과천선 하더라고요. 호호. 정말 신기하죠?』 허걱~! 시원하게 골네트를 흔들어버렸다. 3:0 『정말 그게 효과가 있어요?』 그러시면서 아부지와 눈빛을 한번 교환하는 울 엄마. 스파크가 강렬하게 튀긴다. 『그럼요. 괜히 모방범죄 하실 까봐 이런 말씀드리긴 뭐한데, 전파사에 가면 낡은 전깃줄 많 이 있거든요. 그걸 사와서 전선에 물을 잔뜩 묻히더라고요. 그리고는 알몸에 둘둘 말은 다음 코드를 꼽았다 뺐다 잠 안 재우고 밥도 굶기면서 일주일정도 고문하니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완전 새사람이 되던데요?』 『웁! 켁켁..』 『넌 밥 먹다 말고 웬 봉창댄스냐? 가래가 목구녕에 걸리기라도 했냐?』 저 뇬이 미쳤나! 안 그래도 종류별로 번 갈아가면서 고문 받고 있는데 그런 무시무시한 아 이디어를 제공하다니! 나의 염통을 가르는 멋진 골로 한 점을 추가했다. 빌어먹을! 4:0 『오호! 좋은 아이디어네요.』 『그리고 혹시나 해서 보충설명 드리는 건데, 고문을 하는 동안 비명이 바깥으로 새어나가 지 않게 하기 위해 라디오를 크게 틀더라고요. 또 비명 때문에 목이 부어서 말을 하지 못하 게 되면, 바로 약을 투여하여 목을 트이게 하고요.』 웁스! 저게 지구인이냐! 방부제랑 함께 포장시켜버리고 싶다. 정말 지독스럽고 악독하고 잔인하고 파렴치하고 끈질기고 무시무시한 여자같으니라고! 빨리 일자리 구하던가 해야지. 잘못하다간 감전되어 죽게 생겼구나. 신발! 5:0 이번엔 분위기 반전을 위해 상대팀 코치석을 향해 슈팅을 날려봤다. 『밥 한 그릇 더 줘!』 『밥 없다!』 켁~! 훙! 자식이 배불리 먹는 게 그리 배 아픈가? 다행히도 미래가 다이어트 한다고 밥을 많이 남겼다. 내 밥그릇으로 밥을 털어 넣고 반찬과 함게 꾸역꾸역 먹고있는데, 불여우가 집 구경을 하고 싶다며 내 방 쪽에서 기웃거린다. 지가 무슨 복덕방 주인인가? 빨리 꺼지기나 하지, 남의 방을 왜 기웃거려! 화려한 개인기를 바탕으로 페널티라인에 근접한 그녀가 현란한 드리볼로 페인팅 모션을 취하고선 그림 같은 발리슛을 날린다. 『어머~ 콜록콜록~! 여기 너구리 잡나봐요. 무슨 방이 이렇게 매워요?』 『이 문디시키! 밖에서 피우라니까 아주 담배연기로 가족을 다 몰살하려고 그러구나. 존 말 할 때 끊어라! 담배 값도 못 버는 시키가 숨을 담배로 쉬나.』 아후~ 저 죽일 뇬! 눈빛으로 재빨리 교신을 시도했다. "우리 집에서 빨리 꺼져라!" 띵기리, 본 척도 안 한다. 이번엔 눈동자를 좌에서 우로 강력하게 3회 튕겨내며 꺼지라는 무언의 언어를 날렸다. 그러자 오묘한 미소를 씨익 날리더니 손가락으로 방안을 가리키는 헐리우드액션을 취한다. 『어머~ 어머니, 저 안에 보이는 차 키는 뭐예요? 백수인데 자동차도 있나요?』 앗~! 아빠 차 키 복사해둔 거다. 오늘 날 말아먹으려고 작정을 하고 왔구나! 『아니, 저 키가 왜 여기에 있대?』 『그리고 쪼오기 서랍 밑에 튀어 나와있는 저 카드는 뭐예요? 백수인데 신용카드도 있나 요?』 허걱! 어드벤티지를 적용해 다시 한번 강력한 슈팅을 날리며 연속 공격포인트를 얻어낸다. 『저기요? 어디 한번 확인해볼게요.』 으앗! 안 되는데!! 아무래도 경기장에서 퇴장 당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 같다. 『아니? 이건 얼마 전에 사라졌던 신용카드잖아. 여보~ 이리 좀 와봐요~』 허걱! 골프 연습하시던 아부지가 골프채를 들고 오신다. 돗땠다! 『이게 왜 여기 있어!』 『저도 잃어버린 줄 알고 분실신고 했었는데, 이 시키가 여기다가 숨겨두고 있었네요?』 고공에서 골프채가 추락한다. 잽싸게 탁 잡고 씩 웃었다. 설마, 웃는 낯에 침 뱉을까? 앗! 아부지도 웃으신다. 안심하고 골프채에서 손을 떼자, 바로 골프채가 대굴빡을 강타한다. 『아앗!』 말초신경과 혈관이 파괴된 듯하다. 『손님 때문에 산 줄 알아라. 나중에 보자.』 『여보, 오늘 전기 줄 하나 사둘까요?』 『위험하고 굵은 걸로 열 개정도 사다 놔.』 으앗! 죽는 일만 남았구나. 일단 이곳에서 대피해야겠다. 『엄마, 손님 가 봐야하는 것 같으니까 내가 배웅하고 올게.』 『갑자기 웬 친절이냐? 혹시 선생님한테 한 눈에 반한 건 아니겠지? 그렇다면 일찌감치 포 기해라. 너 같은 시키랑 어울릴 분이 아니니까.』 쪼개기는, 여우같은 뇬. 너처럼 악마 같은 여자는 나 좋다고 비트박스로 랩을 해도 대굴빡으로 팅겨내고 만다. 문 앞까지 마중 나온 가족들을 뒤로하고 그녀와 대문을 열고 나왔다. 『어때? 오늘 재밌었어?』 『이걸 확 그냥! 2단 날라까기 들어가기 전에 빨리 사라져라.』 『나중에 또 놀러올까? 어머님이 날 너무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으~~ 분노 게이지 상승~! 밥솥이 뜨끈뜨끈, 손대면 3도 화상이다. 『너 같은 여자랑 같은 태양계에 존재하는 사실이 짜증난다. 말로 할 때 사라져라.』 『어머~ 백수주제에 승질도 있었네? 두 손 두 발로 싹싹 빌던 모습만 기억했는데 다시 봐야 겠다.』 으아~ 분노 게이지 300 돌파! 주먹 일발 장전!! 『뿌드득. 하나, 둘..』 『갈 거니까, 돈이나 빨리 갚아라. 안녕~ 백수님~~』 마지막으로 결승골을 터뜨리고서 살랑 살랑 엉덩이를 흔드는 골세러머니를 보이며 총총 사라진다. 신발! 뒷심부족으로 6:0 참패를 당했다! 분노 게이지가 최고조를 넘어서 정신적 아노미상태에 빠져버렸고 몸은 용광로 속 쇠처럼 뜨겁게 달궈진다. 아~, 끓는다. 끓어. 지금까지 내 백수생활의 추억 중에서 도려내고 싶은 것 중, 3위까지 랭크되어 있는 사건이 있다. 첫 번째는, 어떤 십센치가 새로 나온 대형 조리퐁 개수가 14647개라고 인터넷에 올린 글을 보고, 정말인지 조리퐁 사다 세어보니 12개가 더 많았을 때. 두 번째는, 생애최초의 흔들고 피박 멍텅구리 쓰리고 찬스에 화투 하나 없어져 판 나가리 됐을 때. 세 번째는, 동네 오락실에서 100원가지고 적어도 세시간 동안은 버틸 수 있는 오락 짱이었 는데, 나보다 더 잘하는 십센치가 이사 왔을 때. 그런데 지금, 이 경우들보다 몇 백 배로 더 분하고 열불 난다. 오늘 있었던 이 사건은 지구가 멸망하는 날까지 생명연장을 시켜줄 만큼 거대하게 한방 먹 은 것이다. 1000부작 미니시리즈로 방영해도 사악함이 벗겨지지 않을 뇬! 이태리제 때 타올로 1000년 동안 빡빡 밀어도 사악함이 벗겨지지 않을 뇬! 지구가 멸망하는 그 날까지 절대 죽지 않는 불사조가 되어 1000개월 할부로 이 빚을 갚아주겠다! 된장! 그나저나 걱정이구나. 안 그래도 요즘 집 분위기가 위험수위를 훨씬 넘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머나먼 친척집으로 피난 갈까? 됐다. 그곳에 송아지, 돼지, 닭 같은 나의 벗들이 많긴 하지만 분명 고된 농사일 시킬 게 뻔 하다. 아, 앞으로 어떻게 위기를 극복해나가야 할까. 이젠 백수라는 직업도 퇴직해야하는 건가. 그 인면수심의 철면피 같은 여우 때문에 내 백수생활의 미래가 위협을 받는구나. 우라질! 분위기도 안 좋은데 시간이나 때우고 들어가야겠다. 태풍이 쓸고 간 논바닥처럼 심하게 눌린 머리에다 때 국물이 찌든 꾸질꾸질한 런닝셔츠와 반바지차림으로 엄마 쓰레빠를 질질 끌며 끝없이 걸어댔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훌쩍~!』 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