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를 하고, 술을 마시고, 마음을 정리하고, 다시 카페에 접속을 했다.
그날도 A는 카페채팅에 있었다. 카페 다른 유저들과 단체채팅 하면서도 우리는 둘이서 따로 채팅을 했었고, 그날도 그랬다.
왜 며칠간 안보였냐고, 혹시 좋아하는 여자랑 데이트 했냐고 물어보는 그 애한테 말해줬다.
"사실... 그 좋아하는 사람이, 너야."
"설마."
A는 처음엔 안믿었다.
"지금 나한테 연습하는거죠? 오라바니 장난치지 말아요."
"에이, 진짜 나에요?"
"진짜 나에요?"
진짜 너라고. 지금 넌 고3이고 공부해야 하니까 대답은 수능 끝나고 듣겠다고 했더니
알았다고, 자기 먼저 자러 가겠다고 하더니 채팅방에서 퇴장했다.
차인건가 싶었지만...
그 다음날도, 그리고 그 다음날도...카페에서 둘이서 계속 채팅을 했다.
누구냐고 물어보는 일은 더 이상 없었지만, 진짜 자기가 맞는가 반신반의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한두달? 정도 지났던 것 같다. 학교다녀와서 알바하고, 밤에 채팅하고.
중간중간 게임도 하고. 워3 열심히 했다. 카오스도 하고 디펜스류 게임들도 많이 하고...
판타지를 기반으로 만든 게임인 테일즈 위버도 열심히 하고...
아무튼.
그렇게 지내다 어느 날, A는 자기 얼굴이 안궁금하냐고 물었고, 당연히 궁금하다고 했다.
그래서 사진을 받았는데...엄청 날카롭고 차가운 인상이었지만...
"도도해보인다."
라고 대답해줬다.
고3이었던 A와 연락을 더 많이 하고 싶었다.
나는 폰이 있었지만, A는 없었다. 고3이라서 부모님이 안사주셨다고 했다.
그래도 내 번호는 알려줬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줬던거 같은데, 그건 기억이 잘 안난다.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A에게서 문자가 왔다.
"친구 핸드폰이에요. 블라블라~"
그날부터 난 A의 친구 B에게 민폐를 끼쳤다.
"A에게 전해주세요. 블라블라~"
그리고 A와 B는 엄청 친했는지, 야자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A는 B의 폰으로 나한테 전화를 자주 했다.
일주일에 4번 정도?
근데 여기서 문제는...그게 발신자부담 (16** 콜렉*콜) 이었다는거.
(나중에 3달동안 총 100만원의 전화비가 나와서 어머니께 등짝 터졌다는건 비밀 아닌 비밀..)
사실 그 당시에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A의 목소리 듣는 것 만으로도 너무나 좋았으니까.
"지금 집 앞 놀이터에요. B도 옆에 있어요 오라버니. 근데 오늘 학교에서 ~"
A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난 너무 좋았다.
편도 1시간 걸리는 학교 통학 + 알바의 피곤함 따위...다 날려보낼 수 있었다.
A의 목소리 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