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고,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다.
나는 1학기를 만회하려 노력했고, A 역시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오라바니, 예전에 나한테 했던 말 기억해요? "
"수능 끝나고 대답해도 된다고 했었죠? 내 대답 그때까지 기다려 줄 수 있어요?"
"공부해야 해서 수능 때 까지 연락 그만해야 할 것 같아요."
그렇게 연락이 끊겼다.
난 찌질이였다. A에게 연락하고 싶은 나머지, 친구한테 할 문자들 (ㅁㅁ야 어디냐 왜 안오냐)을 A에게 일부러 보내기도 했다.
그거 보고 A가 잘못 연락했다고라도 해주길 바래서.
하지만 A는 확실하게 날 끊어냈다. 발신제한 전화도 할까 싶었지만, 공부하느라 피곤할텐데 그건 진짜 아닌거 같아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친구들은 '너 차인거야' 라고 말하며 술을 진탕 맥였고, 난 2학기도 망쳤다.
술마시다가.
어느날은, 술에 진탕 마시고 취해서 필름이 끊겼다.
"야. 너 어제 A 이름만 몇번 부른지 아냐?"
"정신좀 차려라. 하여튼 ㅄ.."
술에 취해서, 그냥 계속 A의 이름만 불렀다고 했다.
친구들은 곰같은 나를 집까지 데려다 주느라 정말 힘들었다고 한다.
지금도 술자리에서 '술주정' 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난 최대한 다른 주제로 말을 바꾸려 노력한다.
이 이야기가 99.8%의 확률로 나오게 되서...
안되겠다 싶었던 나는, A의 전화번호를 폰에서 삭제했다.
혹시나 나중에 번호를 잃어버릴까봐, 그래서 A가 전화했을 때 내가 못알아챌까봐,
A가 마지막으로 보냈던 문자들은 그대로 남겨놨다.
그리고 거의 매일매일 읽었던 것 같다.
연락 할 수 있었던 그 날들을 생각하면서...
그렇게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왔다. 수능의 계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