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와 사귀기 시작한 후에는...사실 특별한 것들이 없었다.
몇달에 한번, 아무리 짧아도 한달에 한번 A의 학교로 가서, 그 주변에 놀 곳들, 공원들을 찾아다니며 놀고
찜질방에서 자고, 다음날 헤어지는게 아쉽지만 그냥 그렇게 기차타고 올라오고...
혹은, A가 우리 동네로 올라와서 우리집에서 자고. 부모님은 A를 집에서 재웠다. 동생방에서.
동생은 졸지에 방을 뺏겨서 나랑 내방에서 자고..
처음 A의 도시로 갈때는 비밀이었지만, 다녀와서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인터넷에서 만난 친구고, 사귀기로 했다고.
A가 준 증명사진을 보여드렸는데 부모님은 탐탁치 않아하셨다.
인터넷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도 못미더워하셨고, 사진을 보아하니 좀 놀았을 것 같이 생겼다며...
그래도 우리는 꾸준히 만났다. 평상시엔 열심히 문자, 네이트온을, 만나면 1분이 아까우니 더 서로에게 열심히.
우리는 항상 이렇게 말했다.
'out of sight, deep in the mind'
...
그나마 생각나는 에피소드 들.
->
어느날, 새벽 1시 쯤이었던 것 같다. A에게 전화가 왔다.
"오라바니...히히...흑흑..."
웃으며 시작한 통화는 울음으로 끝났다.
A는 그날 술을 많이 마셨는데, 앞에 걸어가고 있는 남자가 내 뒷모습과 너무 똑같아서 붙잡았는데 아니었다고 한다.
그래서 너무 우울했고, 나한테 전화를 해서 울었던 것이다.
->
우리동네의 교통편이 좋아지면서, 다들 서울로 놀러 나가서 유동인구가 줄어들어 동네 상권이 죽어버렸다.
그래서 알바시간도 재조정이 되었고, 그날은 알바가 없는 토요일 오후였다.
"무효표야, 빨리 알바 나와라. 급하다. 빨리."
사장형의 전화가 왔다. 나는 아무런 생각이 없이 옷을 갈아입고 나갔다.
A가 있었다.
나름 서프라이즈로 내 친구에게 전화해서, 친구가 사장형한테 데려다 줬고, 사장형이 날 불렀던 것이다.
그래서 그날도 즐겁게 놀았다.
->
A와 같이 옷을 사러 갔다.
마음에 들어하는 셔츠가 있었다. 3만원이었나? 근데 돈 때문에 아쉬워 하길래, 내가 사줄테니 그냥 사라고 했다.
바구니에 넣어서 들고 다니다가, A는 잠시 딴데 신경이 팔린 사이에 A의 지갑에 4만원을 넣어뒀다.
그리고나서 계산 할 때, 그냥 A보고 하라고 했다.
"오라바니가 사준다면서..."
A는 토라졌다. 아마 돈 때매 걱정이 많았었나보다. 그래도 계산대 앞에서 갑자기 빼기 그랬는지 일단 샀는데...
지갑을 보니 돈이 더 많아져 있었으니 분명 알아챘다.
근데 자존심 때문인지, 토라진 마음을 안풀어줘서 그날 데이트 때는 좀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그날 밤에 돈 고맙다고는 했다.)
생각해보니, 1년 남짓한 시간동안, 진짜로 얼굴 보며 만난 시간만 따지면 일주일이 채 안되는 것 같다.
랜선 연애? 전화선 연애? 라고 해야 하려나...
그래도 좋았다. 매일 매일, 학교 강의시간 빼고는 항상 옆에 있는 것처럼 문자하고 지냈었으니...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난 결국 군대를 가게 되었다. A는 1학년 겨울, 나는 2학년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