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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과거] 산문(소설) 19금
게시물ID : readers_44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늅늅ㄴㅂㄴㅂ
추천 : 8
조회수 : 352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2/12/01 21:05:51

눈을 맞으며 그녀가 서있었다.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황급히 시선을 돌리다가 다시 홱, 하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날보고 웃고있었다. 내얼굴이 못났나? 내가 웃기게 생겼나? 도대체, 왜?

나는 갖은 상상을 하며 멘붕에 빠지고 있었다. 그때 그녀는 나에게 조금씩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괜찮으시면… 번호… 주실래요?"

"호,혹시 보험…?"

 

덜덜거리며 보험사직원이냐고 물어보는 날보며, 그녀는 풋-하고 웃고 대답해주었다.

 

"네. 보험사 직원이에요. 번호좀주세요!"

"아…"

"…는 농담이고! 호감있어서 그래요. 연락할테니 번호좀 주세요."

 

그녀의 장난스러운 표정에 나도모르게, 아니 사실은 기쁨에 겨워(..) 번호를 흔쾌히 찍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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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신종 사기였던것이 틀림없다. 번호를 가져가서 뭔가 나쁜곳에 쓴다던가! 안그렇다면 하루가 지났는데 카톡하나 안오는게 말이 된단말인가?


온갖 세상의 모순을 비난하며 혼자 망상의 시간에 빠져있던 오후 5시 16분 23초에, 드디어 폰이 울렸다.

 

'안녕하세요^^ 보! 험! 사! 직원이에요.. 키키.. 내일이 좋으세요 모레가 좋으세요?'

 

둘다 좋습니다! 하고 보내고싶었지만 그러면 너무  싸보이지 않은가? 바로보내도 싸보일것 같아서 나는 3초간 고민을 한후 정확히 카톡이 날아온지 10초만에 답장을 날렸다.

 

'내일이 좋아요^^'

 

카톡을 보내고, 두근거리는 맘을 주체할수가 없을때 즈음 다시 메세지가 날아왔다.

 

'네에! 음 앞으론 유인씨라 부를께요?ㅋㅋ 유인씨~'

아아, 카톡을 보며 핸드폰을 손에서 떨어트릴뻔한 적이 친구에게 던파계정을 사기당한일을 빼고 또 언제가 있었던가! 내이름을 상냥하게, 그것도 성을 빼고 유인씨~ 하고 불러주다니. 이게 꿈이 아니란 말인가?

 

'네^^ 미영씨. 저야 좋죠ㅎㅎ 아 저도 성빼고 부를꺼에요?'

 

그렇게 나와 그녀는 마치 연인 처럼 두어시간을 카톡을 하며, 달달한 이야기도하고 농담도 해가며 약속장소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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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온갖 준비를 다해놓고, 평소엔 죽어도 안입는 정장을 꺼냈다. 나나 그녀나 20대 초반은 아니니 청바지차림으로 갈순 없지않은가! 혹시 오늘 마법사에서 전직할 지도 모르니 지갑에 돈들어오라고 넣어둔 바나나향 콘칩을 주머니로 옮기고, 약속한 카페로 나갔다.

 

정말, 드라마처럼, 애니메이션처럼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한쪽에서 나를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인씨! 여기에요~"

"네~ 미영씨. 오래기다리셨어요?"

"아니에요. 저도 방금왔는걸요?"

"아아, 그러시구나. 그럼 커피는 늦었으니까, 제가 살게요."

"에이, 안그러셔도 되는데… 그럼 잘얻어 마실게요!"

 

정말 영화에서나 볼법한 오글오글하고 흔하디 흔한 대화. 이뒤엔 무슨대화가 오갈지 27세 마법사 유인은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미영이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녀가 어려운 이야기를 하는 표정으로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저, 사실 거짓말 친게 하나 있는데요…."

"네?"

"저 사실 보험사 직원 맞아요."

"아‥."

"보험하나만… 들어주실수 있으세요?"

 

암담했다. 내생에 몇번 꼽아보기 힘들었던 여성과의 데이트중, 이보다 비참한적은 없었다 해도 맞을 것이다. 적어도 여자가 중간에 나간적은 있어도 보험때문에 만난적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곧 마음을 고쳐먹기로했다. 내가 그녀를 만나서 몇시간동안 정말 행복했었고, 가끔씩 편하게 대화도 나눌수있는 사이로 바뀔지도 모르는일 아닌가? 흔쾌히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결심했다.

 

"…그러죠 뭐."

"가,감사해요! 이번달 실적을 못채워서… 걱정하고 있었거든요."

"아아. 그러시구나."

 

몇분전에 비해 목소리톤이 현저하게 낮아진 나를보며 약간 슬펐지만 꾹참고 보험상품을 보기 시작했다.

 

"저, 그런데…"

"네?"

"호감있어서 번호달라고 한거, 거짓말 아니에요. 괜찮으면 저희집에서… 라면먹고 가실래요?"

 

나는 꼭 쥔펜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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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따라 도착한 곳은 한 원룸이었다

.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여자의 냄새…. 여자의 집은 할머니가 혼자사시는 집말고는 가본적이 없었다. 가슴이 두근두근 떨려오기 시작했다.그녀는 내게 잠시 앉아있으라고 말한후, 종종걸음으로 주방으로 들어가더니 이것저것 재료를 넣어가며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나는 한손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한손은 주머니에 들어있는 바나나향 콘칩을 꽉쥐고 라면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곧 그녀는 앙증맞은 냄비와 그릇 두개를 가져왔다. 라면의 맛은 뭐 별다를것 없는 무빠마였지만 솔직히 덜덜거려서 라면이 코로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쉽게 자각하지 못할 정도였다. 라면을 다먹고, 어색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그녀가 내게 말했다.

 

"저… 유인씨. 먼저 씻고 오실래요?"

"네?"

"라면도 먹었는데… 양치질은… 뭐…"

"아! 금방 씻고올게요!"

 

홍조띈 그녀의 얼굴에 나는 눈이 번쩍 뜨였고, 욕실에서 나는 향기에 취해있다가, 여분의 칫솔이 컵위에 있다는 말을 상기시키고 샤워를 한후 양치질을 하기위해 파란색 칫솔을 집었다.

 

그런데 너무 긴장했을까? 컵에담긴 칫솔을 빼내느라 나는 실수로 컵을 바닥에 떨어트렸고, 곧 컵은 일정한 축을 잡더니 빙글빙글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정신이 어질어질해지며 멍해지는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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