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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자의 로스쿨 제도에 대한 단상
게시물ID : sisa_4491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변변
추천 : 20/4
조회수 : 5153회
댓글수 : 111개
등록시간 : 2013/10/31 12:57:58
안녕하십니까. 이변변이라고 합니다.
 
오늘 베오베에서 노무현 전대통령의 합격수기를 감동깊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그 리플 중에 노무현 대통령이 한 일중에 가장 큰 실수는 로스쿨 제도의
 
도입이라는 취지의 리플들이 다수 있었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로스쿨 제도에 대해서 언젠가는 글을 써보고 싶었는데 이 기회를 빌고자 합니다.
 
 
로스쿨과 관련된 이야기가 오유에 나올때마다 한가지 의문점이 있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업적과 관련된 이야기만 나오면 사실을
 
호도해서라도 깎아내리기에 바쁜 언론들의 여러가지 시도에 대해서 날선 비판적 시각을 유지하는 분들이
 
유독 로스쿨 이야기만 나오면 주류 언론들의 말을 그냥 받아들이시더라구요.
 
현재 로스쿨은 구조적으로 까일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면 보수언론은 노무현의 성과이므로 까고, 기존의 사시출신으로 대표되는 엘리트 기득권 층은
 
자신의 밥그릇이 걸려있으니 까고,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오유로 대표되는 진보세력(정확한 용어가 아님은 알지만 수구꼴통의 반대 의미로
 
사용하겠습니다.)도 깝니다. 유일하게 로스쿨에 우호적인 것은 매우 일부의 의식있는 법조인(자신의 밥그릇과 전혀 관계 없는 법원인사중에 많습니다.)
 
과 로스쿨 출신 법조인 뿐인데, 이들은 아직은 1-2년차에 불과해서 아무런 힘도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로스쿨 제도는 이를 대변할 목소리가 전무한 상태에서 무조건 까이고 있습니다.
 
 
그러면 진실은 어떠할까요. 지금부터 하나하나 제가 실제 겪고 느낀 점을 써보려 합니다.
 
 
 우선 알기 싶게 결론부터 이야기하겠습니다. 전 로스쿨 제도가 "최선이 아닌 차악"은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사시체제는 참 많은 부작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로스쿨 제도 도입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봅니다.
 
로스쿨 제도에 대한 대부분의 비판은 사실무근이 아닙니다. 하지만 어떤 제도든 완벽하지 않으며 장점과 단점은 공존하기 마련인데,
 
유독 위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단점만이 강조됩니다. 이하 실제 사시체제와의 비교를 통해 로스쿨 제도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이고 왜 제가 
 
최선은 아니지만 차악으로서 존중받을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1. 로스쿨은 돈스쿨이다?
 
 
일단 로스쿨에 대한 가장 큰 오명은 돈스쿨입니다. 로스쿨은 학비가 비싸고, 그러면 돈이 많은 사람만 갈 수있다. 라는 논리입니다. 
 
사실 실제 로스쿨 학비는 많이 비쌉니다. 1년에 국립대가 천만원 사립대는 2천만원쯤 하니까요. 졸업하려면 학비만 3천에서 6천만원이 필요합니다.
 
이는 개선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사법연수원생을 2년동안 국가에서 먹여주고 재워주고 월급까지 챙겨주며 공부시켰던 것은 법조인은 단순히 자격증을
 
통해 돈을 버는 사람이 아니라 이 사회에 이바지해야할 공인임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로스쿨도 이와 크게 다를 것이 없습니다. 국가가
 
일정 부분 학비를 지원하든 각 학교가 사회공헌 차원에서 고통분담하든 이는 개선되어야 할 문제인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기존 사시체제와 비교하면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고시생이 신림동 등에서 1달 쓰는 수험비용은 평균 100만원 정도
 
됩니다(제가 신림동에서 사시 공부하던 2000년 중반도 크게 차이 없었습니다). 1년이면 천이백만원,
 
로스쿨 학비+생활비를 따지자면 고시생으로 사는 비용이 로스쿨생으로 사는 비용의 절반정도겠군요. 하지만 문제는 기간과 합격률에 있습니다.
 
일단 로스쿨은 3년이면 끝납니다. 그리고 성실히 공부하면 별 문제없이 졸업생 모두 변호사가 됩니다. 평균 1년 학비 1500 x 3 에
 
생활비 더해서 3년간 대충 7천만원 정도의 비용을 투자하면 변호사 자격증을 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반해 사법고시는 기간의 기약이 없습니다. 우선 평균 합격생 수험기간이 5년입니다. 5 x 1200이면 이것만으로 이미 6천만원입니다.
 
게다가 합격률은 턱없이 낮습니다. 제 경험상 주위에 1년 이상 열심히 사법고시를 준비한 사람(최상위권 대학만 기준으로) 중에 실제 사시를
 
패스한 사람은 10명 중에 한명이 안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제 돈 없는 사람이 사시를 공부할 수 있을까요? 
 
 
 좀 더 와닿게 설명을 드리기 위해 실례를 들겠습니다. 실존 인물이라 스토리만으로 지인들은 누군지 짐작할 수 있어 걱정되지만 나중에 걸리면 밥 한번
 
사는 것으로 되겠죠 뭐 ㅋㅋ
 
 저와 아주 친한 후배 A는 매우 어려운 유년기를 보냈습니다. 지방에서 어머님이 식당에서 일하신 급여로만 4식구가 살았습니다. 하지만 명석해서
 
공부는 항상 잘했죠. 수능을 보고 좋은 성적을 받았지만 서울의 학교에 갈 경제적 형편이 도저히 안되어 사는 곳 근처의 지방국립대 법학과에
 
전액장학금을 받고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사법고시는 시도하지 못했습니다. 어머니 고생하는 것을 봐서라도 돈을 벌어야하는데 수험기간이 너무
 
길어지거나 혹시라도 안되었을때의 뒷감당이 불가능했습니다. 주위를 보면 실패사례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졸업하고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했습니다. 그러다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경제적 사정의 소명만으로 전액 장학금을 받아 학비는
 
 들지 않습니다. 3년 간 생활비는 부담스럽지만 어떻게든 3년을 버티면 변호사가 될 수 있을거란 생각에 접어뒀던 법조인의 꿈을 다시금 꾸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A는 변호사입니다.
 
 
로스쿨을 돈스쿨이라고 합니다. 이는 정확한 말은 아닙니다. 
 
로스쿨 제도는 기존 사시체제와 비교하여 수험 비용 감당이 되는 수준의 사람에게는 예전보다 많은 돈을 들여 높은 확률로 변호가가 되는 방법이고,
 
아예 수험비용이 감당이 안되는 빈곤층과 차상위계층에게는 어쩌면 유일한 방법일수도 있습니다.
 
 
현재 이 시점에서는 사시제도와 로스쿨 제도가 일시적으로 공존하고 있습니다. 정말 가정형편이 어려운데 법조인의 꿈이 절실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사시를 볼까요, 아니면 로스쿨에 진학할까요. 그리고 로스쿨은 사시체제에 비교할 때 돈이 많이 드는 돈스쿨일까요?
 
 
 
2. 개천에서 용난다?
 
 
또하나의 비판은 개천에서 용나는 유일한 방법, 즉 신분상승의 사다리로서의 사법고시가 폐지된 것에 대한 비판입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참 할말이 많습니다. 우선 "개천"이라는 표현이 잘못되었습니다. 현재 사법고시를 통해 배출되는 법조인들의 배경을 보면
 
전혀 개천 출신이 아닙니다. 소위 말하는 강남 8학군에서 성장해서 일류대를 나온 엘리트가 부지기수입니다. 물론 어려운 가정환경을 딛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들의 수기에 우리는 감동을 받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점점 매우 소수의 이야기가 되고 있으며 로스쿨에도 이들은 존재합니다.
 
사법연수원생과 로스쿨학생들의 부모님 경제력에 대한 유의미한 통계자료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으로는 별차이 없다는
 
것에 올인입니다. 수많은 로스쿨 학생들이 학자금 대출로 학비를 조달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대부분은 상대적으로 돈이 많아서 로스쿨에 진학한 것이
 
아니라 학비가 부담스러움에도 불구하고 법조인이 되기 위해서 로스쿨에 진학한 것입니다.  
 
또한 법조인이 되는 높은 문턱에는 경제력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신체적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꿈을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에 우리는 큰 감동을
 
받습니다. 지난 몇십년 간의 사시 체제 하에서 단 한명의 시각장애인만이 법조인의 꿈을 이루었습니다. 로스쿨은 도입 첫해에 시각장애인 변호사를
 
탄생시킨 것을 시작으로 장애인 특별전형을 통해 많은 분이 꿈을 이루고 있습니다.
 
 
전 사실 개천보다 "용"이라는 표현에 더욱 반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용"이란 기존 법조인의 특권의식과 한국사회의 입신양명에 대한 무조건적인
 
선망을 반영한 잘못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조인도 수많은 직업군 중에 하나일 뿐입니다. 귀족도 아니고 특권층이 되어서도 안됩니다. 머리가 좋고 공부를 잘한 것은 상당히 우연적 산물이며, .
 
이제 경제력과 수능성적이 비례하는 시대임을 고려하면 더더욱 공부잘한다는 이유만으로 특권을 향유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법시험은 정말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입니다. 주위에 정말 똑똑하고 일류대를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능력을 살리지 못하고 안타깝게 살아가는 사람 중 십중팔구는 사시 오래하다 결국 포기한 사람들입니다(끝까지 포기 안한 분들은 더 심각합니다).
 
이처럼 최고의 엘리트들이 자신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몇 년을 아무 대가 없이 날리고, 심지어는 이 사회의 잉여가 될 가능성까지 감수하면서까지
 
매달린 시험입니다. 정말 하이리스크죠. 그렇다면 합격한 뒤 하이리턴을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그래서 합격한 이들은 "용"이 되길 바랬고,
 
이 사회는 이를 인정해왔습니다. 용은 상상속의 존재로 보통 사람들은 감히 범접할 수도 없는 무언가로서 예로부터 절대군주인 임금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법조인은 절대 "용"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최근에 사법연수원생의 불륜으로 인해 며느리가 자살하는 사건이 문제된 적이 있습니다. 파고 들어가보니 결국 사법고시 합격생의 혼수 10억 요구가
 
그 발단이었습니다. 하이리스크를 감당한 "용"이 하이리턴을 당연히 요구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로스쿨 체제 도입 후 변호사에 대한 사회적 대우는
 
상당히 낮아진 것이 사실입니다. 수요와 공급 원칙에 따른 당연한 결과입니다. 이제 "변호사의 과다한 혼수 요구"같은 말을 들을 수 있는 날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결론적으로 기존의 사시체제는 "개천"이 아닌 곳에서 "용"이 나는 구조였으며, 앞으로는 절대 "용"이 나서도 안 됩니다.
 
 
 
3. 대국민 법조서비스의 질적 하락?
 
 
 또하나의 문제제기가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 실력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법시험을 합격하여 배출된 변호사는 평균 5년의 치열한 법학수험기간과 2년 간의 사법연수원 실무연수 과정을 거쳐 배출됩니다. 이에 반해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3년동안 수험기간+실무연수를 다 거칩니다. 점점 올라가는 변호사시험 난이도 덕에 실무연수는 점점 줄고 3년 중 대부분을
 
법학 수험공부에 매진합니다. 이처럼 실무연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에 처음 배출되면 연수원출신 변호사와 소송을 수행하는 능력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엄연한 사실로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직업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책상에서 배운 것은 실제 직장에 나가 체험한 것에 절대 미치지 못합니다.
 
로스쿨 3년을 거쳐 변호사 자격 취득 후에 1년 정도 필드를 경험한 정도의 시점이 되면, 사법연수원 2년을 거친 변호사에 비해 실무처리능력이
 
전혀 뒤쳐지지 않습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 실력없다는 이야기는 주로 로스쿨 졸업 직후의 변호사들에게 연수원을 졸업한 신규변호사와 같은
 
 수준의 실무처리능력을 기대했기 때문에 나온 말입니다.
 
어차피 사시출신이나 로스쿨 출신이나 그 출신 학교에 대해서 비교해 보면 거기서 거기입니다.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해서 보는 LEET라는 시험자체가 수능의 심화버전이어서 수능잘보는 사람이 이것도 잘보게 되어 있는터라 로스쿨생 대부분
 
일류대생입니다. 애초 자질에 큰 차이가 없는터라 실무처리능력부족은 길지 않은 시간 내에 해결되는 문제입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로스쿨 변호사의 실무처리능력 부족의 문제는 이들의 고용하는 고용주들 입장에서의 곤란함에 불과합니다. 어차피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 취득후 6개월 간은 어떠한 사건처리도 할 수 없도록 제한되어 있으며, 실제 현재 배출된 인원 중 95% 이상이 법원, 검찰, 회사,
 
또는 기존의 법조인에게 고용되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반 시민들이 이로 인해 불편 또는 손해를 입는 구조가 아닙니다.
 
 
 
 
4. 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은 로스쿨 제도에 대해서 평가를 하실  때 그 기준을 "소수의 법조인 혹은 법조인 워너비"가 아니라 전체 사회를 기준으로
 
보셨으면 하는 개인적 바람입니다. 많은 분들이 개천에서 용날 수 없는 구조에 대해서 비판하십니다. 하지만 그 말이 맞는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어차피 법조인이 되는 구조에 대한 문제는 이 사회를 사는 사람들 99.9%와는 무관한 문제입니다. 그것보다는 그 제도가 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사시체제에서는 매년 천명의 법조인이 배출되다 현재 2천명으로 두배가 늘었습니다.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이 2배가 되었으니 변호사를 찾는
 
문턱이 낮아질 수 밖에 없음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이미 변호사 수임료가 낮아지고 있으며,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독립하여 개업할 경험을 쌓는 시점
 
즉 4-5년 후 부터는 이 같은 현상이 상당히 심화될 것입니다. 이는 기존의 법조인에게는 밥그릇 문제이지만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호재입니다.
 
많은 분들이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을 비판합니다. 그리고 로스쿨 제도도 문제점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그 문제들의 대부분은 로스쿨 제도만의 고유한
 
 문제가 아니라 사실은 이 사회의 법조인 양성 시스템 전반의 문제입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기존의 사시체제가 폐지되고 로스쿨 제도가 도입됨으로써, 여러분들과 이 사회가 실제 받은 혹은 앞으로 받을 불이익은 무엇인가요?
 
저는 아직 로스쿨 제도와 관련하여 고시낭인의 문제의 해결, 경제적 빈곤계층의 법조직역 진출, 대국민 법조 서비스 확대 등의 장점을 덮을만큼의
 
사회적 악영향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로스쿨 제도는 실제 문제가 많은 제도이며 최선이라고 볼 수도 없지만 사시체제보다는 바람직한 "차악"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로스쿨 제도가 없었다면 평균퇴근시간 밤10시에 주말도 없이 근무하면서도 지난 8개월간 “이변변”이라는
 
이름으로 800건의 무료법률자문을 하고 있는 2명의 젊은 변호사도 없었을 것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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