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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남자가 게이입니다.
게시물ID : humorbest_4492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으로
추천 : 109
조회수 : 15594회
댓글수 : 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03/06 09:51:55
원본글 작성시간 : 2012/03/06 06:26:49
이십대 중반의 흔녀입니다.
제가 사랑하는 남자가 제목처럼 게이입니다.
사실은 친한 친구입니다.
저의 짝사랑이죠.
웃을 때 참 예쁜 친구라 주변 사람들 모두 좋아해요.
인기도 많아서 여자들한테 대쉬도 많이 받고요.
하지만 한 번도 대쉬한 여자들과 사귀는 걸 못봤었죠.
저랑 너무너무 친하고 영화도 저랑 술도 저랑 밥도 저랑 둘이 많이 붙어다녔어요.
주변사람들은 둘이 사귀는 줄 알 정도 였고
많이 친한 사람들은 너네 이제 그만 좀 사귀라는 말을 할 정도였어요.
그 때마다 둘은 웃으면서 잘됐다 둘이 이참에 사귈까라며 장난만 쳤죠.
정말 착하고 웃는 게 너무 예쁜 친구예요.
근데 어느 순간부터 남자로 보이더라고요.
제 키가 작은 편인데 00이 귀여워.라며 머리 쓰다듬어 줄 때...
가끔 술 먹고 이상하게 저를 빤히 쳐다보는 눈...
그래서 저를 좋아하는 줄 알고 있었어요.
서로 친구기간이 길어져서 고백못하고 서로 맴도는 건가 싶었어요.
이번 발렌타인데이에 주변 사람들 성화+저도 큰 용기를 갖고 직접 초콜렛을 만들어서 줬어요.
얼떨떨하게 쳐다보다가 환하게 웃던 친구의 모습에 제가 더 기쁘고 신났어요.
둘이 그 날 데이트하는 것 마냥 비싼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패밀리레스토랑 가서 칼질도 하고
엽기적인 표정 지으며 스티커 사진도 찍고...
하지만 초콜렛에 대한 대답은 못듣고 헤어졌어요.
그리고 이틀 후 좀 늦은 밤에 밤 11시쯤이었던 같아요.
해품달 거진 끝나갈 쯤으로 기억하니깐요.
전화가 와서 집 앞에 있는 놀이터인데 잠깐 나오면 안되겠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발렌타인데이 대답인가 싶어서 부랴부랴 씻은 얼굴에 다시 가볍게 화장까지 하고 나갔어요.
놀이터 나가보니깐 벤치에 앉아 있는데 고개를 푹 숙이고 갔더니 친구가 울고 있었어요.
너무 놀라고 왜 그러냐고 왜 우냐고 하니깐 미안하대요.
미안하다는 얘기 듣고 쥐구멍에 숨고 싶었어요.
내가 괜히 설레발 친건가 나와 얘하고 생각이 틀린거였나 싶으면서 창피했어요.
그래서 그냥 웃었어요.하하하..민망하니깐 막 웃었어요.괜찮다고...
근데 친구가 그게 아니래요.
이틀동안 진짜 미친듯이 술만 퍼먹고 온갖 생각다하고 고백한다고...
자기는 남자가 좋다고...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게이라고...
할 말이 없었어요.
그냥 멍하니 친구가 중얼중얼 거리는 말만 들었어요.
사실 자기도 저랑 사귈까란 생각이 더 컸대요.
그냥 평범한 사람처럼 세상 사람들 눈 속여가면서 사랑하는 친구니깐 00이면은 나도 사랑할 수 있겠지.
평범하게 살 수 있겠지.그래서 고백에 응하고 싶은 생각이 더컸대요.
근데 정말 사랑하는 친구인데...자기 이기심때문에 그럴 수는 없었다고...
살면서 아무한테도 안한 커밍아웃을 저한테 처음 하는 거라고...
정말 미안하다고 고백 못받아주는게 미안한게 아니라 순간 이기적인 생각한게 너무 미안하다고
울더라고요.
토닥토닥 나는 괜찮다고 달래고 집에 보냈어요.
그리고 진짜 몇 일을 울었는지 몰라요.
20일 간 서로 얼굴도 안보고 전화도 안했어요.
그 친구 알게 되고 가장 긴 시간인것 같아요.
문자랑 카톡은 하지만...

SJ야.나 진짜 많이 생각하고 인터넷도 찾아보고 그랬다.
진짜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는지 너도 원망하고 하늘도 원망했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왜 하필 너냐고...
세상 남자 전부가 게이라도 너만 아니면 되는 거였는데...왜 너냐고...
그리고 그런 생각도 했어.차라리 말하지 말고 니가 했다는 이기적인 생각 그거 그냥 현실로 만들지라는
생각 말이야.
그거 지금도 그래.근데 너 너무 착해서 절대 못그러잖아.
내가 그러자고 해도 너 못그러잖아.
그리고 가족들한테 커밍아웃도 못하고 세상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기 싫어서라 남자도 여자도 안사귈거라고 
사랑같은 건 안할거라고 말하는 거 듣고 나 진짜 너무 아팠어.
난 그래도 비록 짝사랑이라도 너 사랑하면서 얼마나 행복하고 얼마나 기쁜게 많은데...
너는 그것까지 포기하는 거잖아.
그리고 커밍아웃하지 말고 나 여자로 안보인다고 좋은 친구 잃기 싫다고 말하지.
그럼 차였구나 생각하고 기회라도 틈틈히 봤을 텐데...
바보야.난 괜찮아.
나 중딩때 선생님 중에 한 분이 사랑하는 분이 예비신부님이라고 근데도 애인이라고 하던게 생각나.
애인...사랑하는 사람아니냐고...그러니 애인맞지.그러면서 호탕하게 웃던 선생님 기억나드라.
울지마.나 진짜 괜찮아.
너가 그랬잖아.진짜 사랑하는 친구라고...
너도 나한테 진짜 사랑하는 친구야.
그러니깐 우리 애인 맞네.ㅎㅎ
너 오유하는 거 알아 쨔샤...
이 글 보게 되면 니가 먼저 꼭 전화해.
난 차였잖아.ㅎ쪽팔려서 먼저 못하겠엉ㅋ
글구 SJ야 나 차였으니깐 술 좀 사줘.
나같이 큐티하고 멋진 여자를 찬 어떤 싹퉁바가지 복수하게...ㅎㅎㅎ
술값 옴팡 뒤집어 쓰게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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