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media.daum.net/politics/others/newsview?newsid=20131101082012214&RIGHT_REPLY=R6 [한겨레]작년 7월 탈북자단체 요청받고 지원 내부문서 첫 확인
재단쪽선 "긴급 상황"-"서류작성 실수" 엇갈린 해명
전문가 "정부 돈으로 기획탈북…북 항의해도 할말없어"
정부 산하기관인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재단)이 북한에 거주하는 주민을 탈북시키기 위해 '도강비'(강을 건너는 비용)라는 명목으로 그들의 탈북 비용을 직접 지원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는 통일부에서 예산의 90%를 지원받는 재단의 특성상 우리 정부가 비용을 대어 북한 주민의 '기획 탈북'을 지원한 셈이어서, 상당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4면
<한겨레>가 3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한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재단 내부 문서를 보면, 재단은 지난해 7월 초 한 탈북자인권단체로부터 "북한 주민 ㄱ씨와 ㄴ씨가 7월○일 압록강을 건너 탈북(할) 예정인데, 탈북 비용으로 국경 북한수비대에 (줄) 도강비 ○○○만원 중 ○○○만원을 긴급요청"받았다. 재단은 이 요청을 이틀 만에 승인하고, ○○○만원을 지원했다. 재단이 이미 탈북한 주민이 아니라 북한 내에 거주하는 주민의 탈북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북한 군인들에게 건넬 뇌물을 지원한 것이다. 재단의 지원을 받은 ㄱ·ㄴ씨는 실제 탈북에 성공해 현재 남한에 입국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한이 남한 정부 차원의 '주민 빼가기'로 받아들일 수 있어, 가뜩이나 꼬여 있는 남북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북한 내 주민은 명백한 북한 국민이다. 북한이 자국 국민을 납치해 갔다고 항의해도 우리 정부로서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남한 정부가 북한 주민의 기획 탈북을 돕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재단이 북한 주민의 기획 탈북을 지원한 사례는 이번에 처음 확인됐지만, 이들의 사업 운영 방식을 보면 유사 사례가 더 있을 가능성이 높다. 2010년 설립된 재단은 설립 이듬해인 2011년부터 탈북자를 돕는다는 민간단체가 요청하면 심사를 통해 금전적 지원을 하는 이른바 '긴급구호 사업'을 대외비로 집행해 오고 있다.
이런 식으로 올해 8월까지 이뤄진 53건의 긴급구호 사업 중 사건 정황 문서가 남아 있는 것은 38건(65.9%)에 불과하다. 결과 보고서가 남아 있는 것도 53건 중 13건(24.5%)뿐이다. 국가 예산이 들어갔는데, 증빙 자료는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이다. 국회 외통위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국회에서 비슷한 지적이 있었는데 개선되지 않았다. 실제 지원 사업 가운데 외교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들이 더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단 실무직원은 "긴급구호 지원 대상에 북한 내부 주민은 포함되지 않지만, 이번 경우는 긴급한 상황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련 문서에는 ㄱ·ㄴ씨가 앞서 탈북한 가족 때문에 수배를 받는 등 긴급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그러나 김영탁 재단 사무총장은 "서류 작성상 실수로 '도강비'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북한 내 주민을 지원하지 않았다"고 다른 해명을 내놓았다. 자신들이 만든 공식 문서의 내용을 부정한 것이다.
구병삼 통일부 정착지원과장은 "도강비 지원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재단이 문서 작성 과정에서 착오를 일으킨 것이라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