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오더를."
세비는 말을 하지 않았다.
"당신은 어느 쪽으로 가겠소?"
"바론."
팀원들은 서로 쳐다본다. 오더를 내리라고 하던 팀원이, 윗몸을 데스크 위로 바싹 내밀면서, 말한다.
"팀장, 바론도, 마찬가지 하나의 수단일 뿐이요. 억제기 타워를 밀지 않고 어쩌자는 거요?"
"바론."
"다시 한 번 생각하시오.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이란 말요. 자랑스러운 이득을 왜 포기하는 거요?"
"바론."
이번에는, 그 옆에 앉은 팀원이 나앉는다.
"세비, 지금 라이엇에서는, 우승팀에게 막대한 상금을 걸었소. 팀장은 누구보다도 먼저 영예를 가지게 될 것이며,
최고의 팀장으로 존경받을 것이오. 우리 팀원은 당신이 올바른 오더를 내리기를 기다리고 있소.
우리의 팬들도 팀장의 개선을 반길 거요."
"바론."
그들은 머리를 모으고 소곤소곤 상의를 한다.
처음에 말하던 팀원이, 다시 입을 연다.
"팀장의 심정도 잘 알겠소. 오랜 정글링 속에서, 똥샷GG같은 탑슬아치의 막무가내적 요구에
반발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도 용서할 수 있소.
그런 염려는 하지 마시오. 우리 팀은 팀장의 하찮은 잘못을 탓하기보다도,
팀장이 우리 팀에 바친 갱을 더 높이 평가하오.
일체의 더티파밍 행위는 없을 것을 약속하오. 팀장은……"
"바론."
한 팀원이, 날카롭게 무어라 외쳤다. 설득하던 팀원은, 증오에 찬 눈초리로 세비를 노려보면서, 내뱉었다.
"좋아."
손가락을, 방금까지 컨트롤을 하던 키보드에서 떼어냈다.
아까부터 그는 팀원들에게 간단한 한마디만을 되풀이 대꾸하면서,
지금 다음에 들어갈 수도 있을 팀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을 광경을 그려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도 자기를 노려 보고 있었다.
"자넨 어디 출신인가?"
"……"
"음, CLG군."
팀원은, 상황을 더듬으면서,
"두배런이라지만 막연한 얘기요. 억제기 타워보다 나은 데가 어디 있겠어요.
다른데서도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지만, 바론스틸을 당해봐야 타워가 소중하다는 걸 안다구 하잖아요?
당신이 지금 가슴에 품은 불만은 나도 압니다. 지금 우리가 한타를 어정쩡하게 이긴 것을 누가 부인합니까?
그러나 억제기 타워엔 훨씬 큰 이득이 있습니다. 운영은 무엇보다도 타워와 억제기가 소중한 것입니다.
당신은 아마추어과 CLG시절을 통해서 이중으로 그걸 느꼈을 겁니다. 운영은……"
"바론."
"허허허,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내 팀의 한사람이, 두배런을 하겠다고 나서서,
같은 팀원으로서 어찌 한마디 참고되는 이야길 안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이곳에 우리 팬들의 기대를 안고 온 것입니다.
한 번이라도 더 이겨서, LOL의 열정을 함께 하자는……"
"바론."
"당신은 상황분석법까지 배운 실력파입니다. 억제기 타워는 지금 당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먹음직스런 억제기 타워를 버리고 떠나 버리렵니까?"
"바론."
"실력파일수록 불만이 많은 법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제 팀을 패배하게 하시겠습니까?
바론을 못먹었다고 말이지요. 당신 한 사람을 잃는 건, 무식한 사람 셋을 잃는 것보다 더 큰 우리팀의 손실입니다.
당신은 아직 젊습니다. 우리 E스포츠계에는 할 일이 태산 같습니다.
나는 당신보다 나이를 약간 더 먹었다는 의미에서, 친구로서 충고하고 싶습니다.
억제기타워의 품으로 돌아와서, 우리 팀의 승리를 일구는 일꾼이 돼주십시오. 낯선 팀에 가서 고생하느니,
그쪽이 당신 개인으로서도 행복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나는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대단히 인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뭐 어떻게 생각지 마십시오.
나는 동생처럼 여겨졌다는 말입니다. 만일 억제기 타워를 미는 경우에, 개인적인 조력을 제공할 용의가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세비는 고개를 쳐들고, 동그랗게 된 바론 구덩이를 내려다본다.
한층 가락을 낮춘 목소리로 혼잣말 외듯 나직이 말할 것이다.
"바론."
팀원은, 손에 들었던 마우스를, 테이블에 툭 던지면서, 곁에 앉은 팀원을 돌아볼 것이다.
그 팀원은, 어깨를 추스르며, 눈을 찡긋 하고 웃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