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머리는 지끈지끈 아파왔고 속은 상당히 매스꺼웠다. 친한 친구 현철이와 늦은시각까지 술을 마신뒤 택시에 올라탄이후론 기억이 나지않았다. 문득 이렇게 속 이 아프거나할때 꿀물을 타줄 어여쁜 여자친구가 하나 있었으면 하는 생각에 나는 피식 웃음이 났다.
웃음이 날 만도 했다. 나는 편한친구 이상의 관계를 싫어한다. 여자친구를 사귀면 챙겨줄것도 많고 해야할것도 많다는 이유하나였다. 친구들이 왜 여자친구를 사귀지 않느냐고 물어보았을때 이와같은 이유를 말할수는 없지않은가?
나는 라면이라도 끓여먹어야겠다는 생각에 몸을 일으키려고했다. 하지만 내몸은 내 의지를 거부한채 그자리에서 꼼짝도 하지를않았다. 얼마간 몸을 움직이려고 하던 나는 이내 포기하고말았다.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가위에 눌린것같았다.
어젯밤 술을 곤드레만드레 취할때까지 먹은 후유증이거니 생각하고 나는 다시 눈을감았다. 보통 가위에 자주 눌리는 사람치고 가위에서 풀릴수있는 방법을 한두가지정도 가지고있지 않은사람은 거의 없을것이다.
물론 나도 나만의 방법으로 가위를 푸는데 이방법은 다시 잠을 자는방법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몸을 뒤척이거나 말을하려고 입을 움직여보면서 가위를 풀어보려고하지만 나는 그냥 잠을 자고일어난다. 그러면 거짓말같이 가위에서 풀려있었고 이 방법이 나를 실망시킨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나는 서서히 빠져드는 잠속으로 내 몸을 맡겼다.
얼마나 잠이 들어있었을까? 나는 눈을뜨고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또다시 내 몸은 움직이지않았다.
"이런 제길...!"
나는 무의식적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헌데....가위에 눌렸다면 어찌하여 말을 할수있단말인가? 나는 문득 이상한 생각이들었다.
나는 다시 한번 몸을 움직였다. 그러자 조금씩 들썩거리는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굳어버린 거친 흙들이 내 팔에 떨어지는것을 보니
이곳은....아마 땅속인것같았다.... 나는 정신을 차릴수가없었다. 대체 지금 상황이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할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내 허기가 지는것을 느끼고는 이 상황을...빌어먹을 상황을 받아들여야만했다. 그렇다면 지금 이렇게 한가하게 누워있을 시간은 없었다. 내가 생매장 당했다는것이 현실로 다가오자 나는 조급해졌다. 아까전 잠에 빠져버린것이 그렇게 후회가 될수는 없었다.
"하악..하악"
나는 그 좁은 공간에서 몸을 굴렸다. 흙들이 조금씩 떨어지는것이 느껴졌다. 가끔씩 삐져나온 돌들이 내 살갗을 파고들었다.
"으악...."
엄청나게 뾰족한 돌... 그래서 돌로 느껴지지도않는 돌이 내 살을 뚫고들어왔다. 하지만 고통에 빠져 허우적거릴 시간은 없었다. 흙이 굳어버린다면....이대로 끝장인것이다....
나는 서둘러 몸을 뒤척거렸고 얼마후 조금의 공간을 얻을수있었다. 시간을 알수는 없지만 느낌상으론 세시간이 넘게 움직였던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