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에 말도 별로 없고 가만히 있는걸 좋아하는..어쩌면 사람들 눈에 별로 띄지 않는 사람이다
학창시절에 담임선생님도 나를 모를 정도로...
그런데 문제는 한번씩 눈이 뒤집히면 방언처럼 속사포로 터지는 욕설이다..
더욱이 이때는 스스로도 자제가 되지 않고 정말 꼴까닥 넘어간다고나 할까?
옛날에 그런일이 있었다
중학생때인가, 우리 식구는 빌라 반지하층에 살았었는데
3층에서 수도관인가 뭔가를 공사를 하고 난후 우리집에 물이 차기 시작했다
특히나 비가 오면 손으로도 축축하게 느껴질정도로 바닥에 물이 올라왔고 벽에 물이 타고 내려오다 말랐다를 반복하면서
벽지에 곰팡이가 핀것처럼 물흐른 자국이 보일정도였다
덕분에 그때 시기상 여름끝무렵이였는데 습기때문에 우리집은 아침 저녁으로 보일러를 돌려야했다
부모님은 당연히 3층에서 공사할적에 뭔가를 잘못 건들인거 같다싶어 올라가서 얘기를 몇번 하셨는데
말로만 검사해보겠다고 하고 계속 신경을 안쓰는 눈치였다
그렇게 3개월정도가 흘렀는데 하루는 아빠가 참다참다 결국 다시 올라가서 아주머니께 좀 강압적으로 얘기를 하셨었다
자꾸 이렇게 물이 새는데 어떻게 사람이 생활을 하냐며 당장 사람 불러서 확인해달라고..
그런데 그날 오후 9시쯤이였나?
갑자기 3층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나는 그때 방에 들어가서 언니와 애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갑자기 다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용인즉슨, 3층 아주머니가 당뇨병이 있는데 우리 아빠가 올라와서 큰소리를 치는 바람에 너무 놀라서 죽는줄 알았다나?
사람 잘못되면 책임질거냐고 아저씨가 아빠한테 막 큰소리를 치셨다
문을 빼꼼히 열고 내다보니 아저씨는 덩치도 크고 목소리도 크셨고 인상도 험악했고
아주머니는 그런 아저씨 옆에 찰싹 달라붙어 완전 불쌍하고 연약한 표정을 지은채 서있었다
우리 부모님은 원래 평소 성격상 화도 잘 안내시는 편인데 아저씨가 갑자기 큰소리를 치며 얘기를 하니 당황하신듯 가만히 듣고만 계셨다
더욱이 마음 약한 엄마는 그 부부에게 오히려 죄송하다고 하는데 순간 내가 눈이 돌아버린거다...
이유는 3층에서 잘못한걸 고쳐달라고 몇번을 얘기했음에도 들어주지 않았기에 당연히 우리가 피해자인데
목소리 큰놈이 이긴다는 식으로 우리 부모님보다 어려보이는 사람들이 막 화를 내면서 말 그대로 지랄을 하는 모습을 보고
순간적으로 열이 확 뻗친거였다
사실 그때 내가 뭐라고 욕을 했는지는 별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문을 박차고 나가서 아저씨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미친듯이 욕을 하며
"*^%&%^&*%^*우리집에서 당장 나가~이$%$%&%^&%$&$%"라고 소리를 지르고 기억나는건
"당장 고쳐주지 않으면 니네집 불싸질러버린다"였던거 같다..(진짜 이러면 안된다, 이러면 범죄다;;)
언니의 말에 의하면 내가 그 순간 듣도보도 못한 욕설을 20가지 이상은 한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그 난리를 부릴때 어른 4명은 얼음상태였고 큰소리치던 아저씨는 "어버버"거리며 얼굴이 시뻘게졌다
마지막으로 "안나가? 안나가? 이 뭔 아들내미 자식아~꺼져~"이러면서 내가 눈을 부라렸다는데..
아저씨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나이도 어린게 어른한데 무슨 막말이냐?"며 큰소리를 쳤고
나는 거기에 맞대응해 "우리 아빠 엄마도 너보다 나이 많아 뭔 아들내지마식아"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 말에 그 부부는 기가 막힌다는 듯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는 너무나 열심히 소리치고 욕설을 내뱉어서인지... 문이 닫히는 순간 기절했다;;
아주 잠시 기절했다 눈을 떴을때 엄마는 "재, 이제 어떡하냐?"면서 울고 계셨고 아빠도 당황한 표정을 역력히 지은채 담배만 피우고 계셨고
언니는 나에게 "뭐, 이런 또라이같은게 다 있나" 하면서 혀를 찼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 순간을 그닥 기억하지는 못한다 중간중간 뜨문뜨문 소리없는 영상처럼 보일뿐이고
그저 나는 굉장히 화가 많이 났었다.. 라는 느낌정도?
위의 내용은 언니가 나에게 말해준 부분과 내가 살짝 기억해낸 영상의 일부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그 부부는 다시 우리집에 쳐들어오지도 않았으며 다음날인가, 다다음날인가 사람들을 불러 점검도 했고
처음처럼 완벽하진 않았지만 어느정도 수리가 됐고 우리는 도배비와 장판비까지 받아낼수 있었다..
뭐, 반전이라면 2년뒤에 그 부부가 이사를 가고 6개월정도 뒤부터 또다시 물이 조금씩 샜다는 정도? ㅠ.ㅜ
하지만 좋은 결과만 있는건 아니였다..
그날 이후로 한동안 동네 아줌마들 사이에선 "저집 둘쨋딸이 미쳤데", "저집 둘쨋딸이 완전 정신나갔다던데?"라는 등등의 수근거림을 들어야만 했고
우리 부모님은 그 소리를 들을때마다 속상해하시며 나를 보고 한숨을 쉬셨다
그런데 이런 경우가 그때 한번뿐은 아니였다...
내 기억으론 그날이 가장 심했을뿐 30살이 된 지금도 아주 가끔 1~2년에 한번씩 저렇게 또라이짓을 하고 있다는 거다
평소엔 말도 별로 없고 조용하고 누가 나한테 쌍욕을 하든 비난을 하든 화도 잘 안내는 편이고 반응도 별로 없는 내가...
어느 한순간 핀트가 나가면...저렇게 막 지랄을 하고는 기절해버린다는거다...
그리고 난 그때 순간을 그닥 기억하지 못하고... 당한 사람은 평소와 다른 내 모습에 크게 당황해서 내 주위에서 서서히 사라져간다...
그때문에 나는 내가 정신병을 앓고 있는걸까?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됐다..
술을 마신 상태로 그러는 것도 아니고 맨정신인 상태이니 더 문제고, 언제 그 스위치가 켜질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을 대하는게 어려워졌다
혹시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게 아닐까 싶어서...
물론 지금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대충 내가 스위치가 켜졌을때의 모습을 대충 알고 있기에 그닥 신경을 쓰지는 않지만
나도 자세히 기억하지 못하는 내 모습을 어떻게 해야할지... 정말 모르겠다..
병원가면 고쳐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