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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엇그제 순대국밥 집에서 생긴일
게시물ID : humorbest_4503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리까릿
추천 : 73
조회수 : 13359회
댓글수 : 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03/08 21:01:22
원본글 작성시간 : 2012/03/08 19:34:36
30 대 초반의 남자입니다. 
엊그제의 일이었습니다. 

하루의 일과를 정리하고 있던 퇴근무렵, 친구녀석과의 저녁약속이 생겼죠.. 우리는 술먹기 전, 우선 허기진 배를 먼저 달래보자 합의를 보고선,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근처에 보이는 작은 순대국집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 아줌마 순대국 둘이요~" 을 외치고 밥이 나오는동안 우린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며 
한참 웃고 떠들어대고 있을때였습니다 

'딸랑~' 문이 열리는 종소리와 함께 어떤 할머니가 한손에 지팡이 다른한손엔 껌 몇통을 들고 
  들어오시더라구요. 누가봐도 껌 팔러 오신 할머니임을 알수 있을거지요. 

들어오신 할머니는 두리번거리시더니 어떤 테이블을 거치신 후 역시나 우리들 자리를 향해 
한발두발 옮기시더라구요. 물론 저역시 할머니가 식당안에 들어오시는 순간 직감을 했던 일이기도 
하구요. 식당안엔 우릴 포함해 3 팀정도밖에 없었으니까요.^^ 

우리테이블로 다가오신 할머니는 말없이 껌이 올려진 손을 내미셨고.. 저또한 실갱이가 싫어서 
그저 무덤덤하게 천원짜리 한장을 내밀었습니다. 껌을 안사게되면 계속 옆에서 
껌하나 사라고 강요들을 하시잖아요.. ^^ 하도 당하다보니 이젠 예상되는 실갱이가 싫어서 .. 
그런후 전 계속 우리의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 할머니는 가시질 않으시고 옆에서서 
느릿한 동작으로 주섬주섬 무엇인가 꺼내시는거에요. 
또 무얼하시려고 이러시나..하는 생각에 할머니의 행동을 주시했죠. 

할머니는 겉옷주머니에서 동전들을 꺼내어 동전 숫자를 세시더니만 우리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던 
껌 옆에 동전을 놓으시더라구요. 전 할머니에게 " 할머니 잔돈 괜찮아요.." 말씀드렸죠. 
할머니는 아무런 대꾸도 안하시고 고개만 한번 꾸벅(고맙다는 뜻으로)하시더니 이내 발걸음을 
옮기시더라구요. 저도 고개가 갸웃하더라구요.. 이런경우 잔돈을 거슬러 받은 경우가 없어서..^^ 

일반적으로 껌파시는 분들은 이럴경우 잔돈 안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시는 분들이 많지 
않은가요?^^ 
볼일을 다 보셨다고 생각하셨는지 할머니는 식당 아주머니께 목인사를 한뒤 나가시려하는데 
그순간 식당 아주머니가 할머니에게로 다가가 뭐라말씀하시더니 할머니를 어느 빈 자리에 
앉히시고 순대국 한그릇을 말아오시더군요. 
아마도 안스러우신 아주머니가 선심을 쓰신듯 하더라구요. 
그 모습을 본 우리는 너무 흐뭇하더라구요.. 
그 할머니가 더욱 불쌍해보이시고.. 
전 고개를 다시 고개를 돌려 우리 테이블위에 놓인 껌과 동전을 쳐다봤죠..
그런데 뭔가 이상하더니만 ..
동전이 꽤 많다는 생각에 동전을 세어보니 500 원이었어요. 
일반적으로 껌 한통이 동네 수퍼같은데서도 500 원하지 않나요? 
그런데 500 원을 거슬러주면 남는게 뭐있나 하는 생각이 드는거에요. 
할머니라 시장경제를 모르시는구나 ..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친구녀석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 야 가서 (잔돈)드리구 와.." 
전 고개를 끄덕하고 동전을 가지고 할머니께 다가가 말씀드렸죠.. 
" 할머니 계산 착각하신듯해요.. 거스름돈이 너무 많이 왔네요" 

할머닌 제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시더니 " 1000원 받고 500원 내어드렸으니 맞네요.."하시며 
아주 인자하게 웃으시더라고요...순간 전 할머니의 표정과 어조를 대하면서 이런일을 
하실분이 아니신듯여겨졌고..이 일 또한 하신지 오래되지 않으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잖아요..버스나 지하철 혹은 횡단보도같은데서 보면 그런분들 일반적으로 막 떼쓰시면서 
횡포아닌 횡포부리잖아요..근데 이 할머닌 그런분들하고 말씀하시는거나 분위기가 
사뭇 다르더라구요..할머니가 그리 말씀하시는데 더이상 다른 할말이 떠오르지 않더라구요. 

머쓱한 모습으로 전 자리에 돌아오니 친구가 왜 그냥오냐고 묻기 시작했고 전 대화내용을 
다 말해주었죠.. 친구녀석도 의아해했고 그때부터 우린 그 할머니를 힐끔거리며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하게 되었죠.. 식당아주머니가 무상으로 차려주신 식사를 조용히 
아주 정갈하게 드시고 계시더라구요.. 테이블에 국물이라도 조금 흘리시면 이내곧 
깨끗이 닦으시고.. 식사를 다 하신후 빈 그릇을 손수 챙기시더니 아주머니께 주방에 들어가도 
되냐고..설겆이를 하시겠다고 그러시는거에요.. 아주머니는 ' 됐어요~(웃으시면서)"를 
연발하시면서 만류하시고.. 미안해 어쩔줄 모르시는 할머니를 보고있자니 전 속이 계속 
울렁거리고 목이 메어서 자꾸 켁켁거리게되더군요..^^;; 
결국 아주머니의 만류로 할머닌 다시 자리에 앉으시고 아주머니가 가져다주신 수정과를 
다소곳하니 부처님과도 같은 표정으로 드시고 계시더군요. 
전 더이상 그냥 앉아있기가 힘들었어요. " 야 어디가~?" 친구의 물음을 귓전으로 흘리고 
전 할머니 앞에 앉았어요.. 할머닌 흠칫 놀라시면 물끄러미 절 바라보시더군요. 
" 할머니.. 그 껌 그리 파시면 남는게 없을실텐데.. 좀더 받고 파셔도 괜찮아요.. 
다른 사람들도 그보다 비싸게들 팔아요..혹시 처음 사오신 가격을 잘못알고계신거 아니에요?" 
이리 여쭤봤죠. 할머닌 어린아이 달래는듯한 인자하신 표정을 지으시며 웃으시더니 이내곧 
" 청년 걱정해줘소 고마워요.. 껌은 이리 팔아도 남아요.. 하나 팔면 100원씩 남으니 
괜찮아요" 이러시네요...100 원씩..ㅡㅡ; 너무 정직하시고 순수하시고 불쌍하신 할머니...ㅡㅡ 
물론 할머니는 정당한 경제활동과 함께 보람을 느끼실수도 있으시겠지만..그건 이론일뿐 
저에겐 너무 착하고 불쌍하신 할머니의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 아 네~ 그러시구나.." 이 말만남긴체 전또 머쓱한 표정으로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친구녀석 또 뭔일인가싶어 물어왔고 전 또 설명을 해주자 ..친구녀석 또한 할머니가 
불쌍하시다는 표정으로 ' 흠~' 탄식만 연발하더라구요.. 
둘다 잠시 멍하게 수정과만 깔짝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친구녀석 주섬주섬 지갑을 꺼내더니 
지갑속 현찰을 몽땅 꺼내놓더군요.. " 야 3만 8천원있다..넌 얼마있냐, 다 꺼내봐바" 
역시 내 친굽니다..^^ 저도 서둘러 2만3천원을 꺼냈죠.. 
할머니께서 동정받는 맘이 드시면 더 죄송한 행동이겠지만..그 순간 저희는 우리의 
가슴저밈을 해결해야했습니다.. 그렇게라도해야 잠을 편히 잠을 잘수 있을것 같아서.. 
(혹시 할머니께서 그날 맘 상하셨으면 정말 사죄드리고요..죄송합니다) 
전 그 돈을쥔 손을 할머니가 눈치채시지 못하게 주머니 속에 넣고 할머니께 다가갔습니다. 
절 물끄러미 바라보시는 할머니의 시선을 피하며 " 할머니 이거..맛있는거 사드세요"하며 할머니 손에 돈을 억지로 쥐어드리고 우린 후다닥 서둘러 식당을 나왔습니다. 
" 이봐요..." 라는 말과 의자가 끌리는 소리(할머니가 일어나시나봅니다)를 뒤로한채 
전 친구에게 " 야 어서 더빨리 뛰어" 를 외치면 어렸을적 체력장이 연상될만큼보다 
우리들은 더 빨리 (^^) 뛰었습니다. 
( 할머니 시야속에 계속 있다간 할머닌 쫒아오실거고, 뛰시다 넘어지시면 큰일이니까요..) 
어휴..글을 계속 쓰고있으니 자꾸 할머니 얼굴이 떠오르네요.. 아..또 눈물이..뎅장..^^;; 
그날 우린 시끌벅적한 포장마차속에서 우리둘만 심각해서 술잔을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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