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예전에 다녀온 사북이 생각이 났습니다.
한때의 호황은 시간에 밀려 잊혀진 폐광이 되었고,
지금은 바로 위쪽에 카지노가 대조적으로
화려한 불빛을 뽐내며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지요.
지금은 없는 검은 눈물의 그들을 위하여...
사북을떠나며 - 정호승
술국을 먹고 어둠 속을 털고 일어나
이제는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어린 아들의 야윈 손을 잡고
검은 산 검은 강을 건너
이 사슬의 땅 마른 풀섶을 헤치며
이제는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산은 갈수록 점점 낮아지고
새벽하늘은 보이지 않는데
사북을 지나고 태백을 지나
철없이 또 봄눈은 내리는구나
아들아 배고파 울던 내 아들아
병든 애비의 보상금을 가로채고
더러운 물 더러운 사랑이 흐르는 곳으로
달아난 네 어미는 돌아오지 않고
날마다 무너지는 하늘 아래
지금은 또 어느 곳
어느 산을 향해 가야 하는 것일까
오늘도 눈물바람은 그치지 않고
석탄과 자갈 사이에서 피어나던
조그만 행복의 꽃은 피어나지 않는데
또 다시 불타는 산 하나 만나기 위해
빼앗긴 산 빼앗긴 사랑을 찾아
조그만 술집 희미한 등불 곁에서
새벽 술국을 먹으며 사북을 떠난다
그리운 아버지의 꿈을 위하여
오늘보다 더 낮은 땅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