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의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체계로서 동양의학이 추구한 인체의 소우주, 경락이니 하는 것들은 그 명칭이나 사상이 아무리 거창해 보이더라도 본질적으론 인체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던 시절에 그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체계에 불과합니다.
적어도 그 이론이 성립되던 시기에는 그 체계가 합리적이었기에 '과학이었다'라고 표현하겠습니다.
하지만 현대에 와선 아닙니다.
인체의 현상을 밝혀내기 위한 수많은 연구들과 진전이 있었고 그 결과이자 현재진행형인 과정이 현대의학입니다. 적어도 현재 시대를 가장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패러다임 내에서 과학이라고 할 수 있는 의학은 현대의학입니다. 한의학의 패러다임은 더 전근대에 속해있습니다.
사상의학의 예를 들어볼까요? 이제마는 관찰을 통해 태양태음소양소음 네가지 분류로 사람을 나누었습니다. 하지만 2000년 전에 히포크라테스도 관찰을 통해 사람을 네가지 분류로 나누었습니다. '다혈질'이라는 표현도 그 분류에서 나온 말입니다. 이 두 분류에 어떠한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을까요? 공통점은 둘 다 인체에 대한 이해가 현대에 비해 훨씬 뒤떨어진 시대에 나타났다는 것이고 차이점은 한쪽은 1000년도 전에 폐기된 반면 한쪽은 구닥다리 패러다임에 기생해서 아직까지도 주장을 하고 있다는 거죠.
사상의학에 따라 같은 병이라도 예후가 달라진다고 주장하는데 애초에 사상의학이 사람을 나누는 기준이래봤자 체형, 습관, 체질(아주 모호하죠)이라는 부족한 정보에서 나온것입니다. 현대의학에서 당장 허리둘레 만 가지고 사람을 나누어도 같은 병에 대한 예후가 얼마든지 달라집니다.
경험에서 나온 치료 ->과학이다 라고 주장한다면 할머니 약손도 과학입니다. 과학적으로 설명해드린다면 할머니 약손으로 복부의 혈류순환이 촉진되고 비빌때 발생하는 열로 세포작용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뭐 이정도가 되겠네요. 하지만 이러한 설명이 없이는 과학이 아닙니다.
한의학이 과학이 되기 위해선 현대의 패러다임 내부로 들어와야합니다. 물론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한의대 교육에서 현대의료기기 사용법을 가르치고 법적으로 현대의학기기를 사용하는 것을 허가해달라는 투쟁이죠.
한의학을 본질적으로 한의학이게 하는 것은 그 체계를 이루어낸 패러다임입니다. 하지만 한의학이 과학이 되기위해선 그 패러다임을 넘어야 하고 이것이 부정된다면 한의학은 사실상 한의학이 아닌 그냥 현대의학에 편입된 의학의 형태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경락을 발견했다는 연구결과를 말씀하시는 분도 있는데(봉함관이던가요?) 그게 경락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추측이죠. 그리고 그 연구의 재현성에도 의문점이 듭니다. 또한 사람에서 이루어진 연구도 아니죠.
침술에 대한 평가도 혈자리가 아닌 근처 부위에 주사바늘만 꽂아도 비슷한 결과를 낸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자세한 생리적 원리는 제가 안읽어봐서 모르겠지만 분명 현대의학은 이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한의학이 침술을 내세우겠다면 적어도 구닥다리 패러다임인 경락이니 소우주니를 들먹이며 순환오류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현대과학을 통해 그 원리를 먼저 밝혀내야죠. 얕잡아보는 양의학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