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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보다 친정이 더 싫은 예비신부.
게시물ID : wedlock_45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kot
추천 : 11
조회수 : 1827회
댓글수 : 31개
등록시간 : 2016/09/12 04:22:19
결혼을 슬슬 준비해가는 와중에 오늘 서러움이 터져서 엉엉 울고 날새고 있습니다.

1년 반 정도 연애한 27 이구요.. 남자친구는 10살 차이라 결혼을 좀 서둘렀어요.

처음에는 무뚝뚝하고 표현절대 안하던 사람이 오히려 결혼을 결심하니 하루가 다르게 꿀이 뚝뚝 떨어지고..

잘 살 수 있겠거니 했는데 ..

어제 친정 갔다오고서 괜한 서러움에 밤새 엉엉 울었어요.

사실 부모님과 사이가 가까운 편이 아니라 혼자 집나와서 살다가 가끔 들리곤 했는데 남자친구와 처음으로 인사드리러 간거죠.

그 전날 예비 시어머니 인사드리고 와서 내심 친정에서는 내가 좀 칭찬듣고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시어머니가 불편하기는 커녕 너무 천사같은 분이셨고 엄마라고 부르라 하시며 이름으로 부르시고 고맙다 사랑한다를 처음부터 많이 말씀해주셨거든요. 어린나이에 고생해서 장하고 기특하다고 엄마한테도 안들어본 말을 들어서 눈물이 핑 돌긴 했어요. 다만 아직 초면이라 제가 조심해야하고 그래도 남자친구 어머니다 라고 생각해요)

  집에가니 상다리가 휘어지게 식탁이 차려져있었고 동생들과 엄마와 함께 먹으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때부터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어요. 아버지는 성당에서 오시지도 않으셨거든요. (부모님이 사이가 좋지 않으셔서 엄마가 이야기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리고 조용히 밥먹는데 집중하는데 엄마가 정말 제 이야기는 하나도 하지 않으시더라구요. 

얘는 집안일이며 청소며 하나도 못한다.(집에서 집안일은 제가 거의 다했었는데.. 이부분은 제가 가서 고생할거 생각하신거라... 믿습니다) 이게 다네요.

 밥을 다 먹고나서야 아버지가 오셨고 남자친구도 좀 난감한 표정을 지었죠. 다행히 아버지는 드시고 오셨지만 엄마가 쌩하니 커피한잔 하러가자며 나갈 채비를 합니다.

그와중에 동생보고 설거지 하라고 했는데 도망갔고 .. 그래서 저보고 하라고 시키고 ....

남자친구는 더 가시방석이 된것 같아서 속상했어요.

설거지 양이 많아 오래걸리다 보니 도와줄까? 하고 옆에서 서성이는데 손님보고 도와달라하기도 그렇구요..

그와중에 엄마는 나몰라라 하고 있고 .... 하...
 
 커피를 마시러 모시고 갔는데 결혼식은 중요한 게 아니다 결혼 이후에 잘 살아라. 너무나 당연하고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제 의견은 전혀 신경쓰지 않으신 채 남자친구에게만 집중하시더라구요.

어제 시어머니 뵜을 때도 물론 남자친구 이야기가 주를 이뤘는데 여기서도 이러니까 정말 너무 외로웠어요.

제가 하고싶은 결혼, 제 어릴적 이야기, 저를 걱정하는 내용은 하나도 없는채..

남자친구 매출, 당신께서 사업에 도움될거 있나(산업용마스크를 챙겨주신다며), 당신 직장 자랑...

되게 서럽네요.

결혼식 하고싶던 성당이 내년부터라 좀 빨리하려면 다른데서 하는게 낫겠다 하여 또 다른 성당을 골랐는데.

그날 저녁 너무 남자친구가 어땠는지 궁금해서 전화한 것을 주변 사람들이 교통 안좋다했다고 성당 바꾸라네요.

.... 무슨 시댁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친정이구요 ...

남자친구가 추석 선물로 기프트카드를 30만원과 함께 복숭아를 사왔는데 너무 부담스럽게 많이 가져간가 걱정했다 하니까

무슨 부담이냐고 좋기만 하다고 .. 

아 심지어 첨에 카드 받았을때는 한번에 30까지 한도냐며..

처음 보는데 몇백 드릴줄 아셨나....
 
 제가 이상하게 예민한 것 같아 아니라고 하다가 울컥울컥 엉엉 울었어요. 

담주 추석에 오라는데 솔직히 가기 싫어요.. 동생들만 얼굴 보고싶고 엄마 아버지는 싫네요..

남자친구 어머니에게는 그렇게 듣던 남자친구 칭찬 처럼 나도 좀 남자친구 앞에서 엄마가 내 기세워주길 바랐는데 보기좋게 꺾였어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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