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고성군 육군 22사단 일반전초(GOP)에서 총기를 난사한 뒤 탈영 43시간 만에 생포된 임모(22) 병장은 자살기도 직전 남긴 유서 형태의 메모에서 특정 부대원들을 거론하며 자신을 홀대한 데 대한 누적된 불만을 상세히 기록한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특히 '선임(先任)과 후임(後任)들로부터 인정을 못 받고 따돌림을 당해 부대 생활이 힘들었다'는 심경이 담겨있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군 고위 관계자는 이날 임 병장의 메모 내용과 관련, "임 병장이 (희생자) 유족들에게 죄송하다는 글을 남겼다"고 밝혔다.
↑ 불 밝힌 치료실 : 무장탈영 후 검거된 임모 병장이 입원 치료 중인 강원 강릉아산병원 집중치료실에 환하게 불이 켜진 가운데 창문 너머로 일을 하고 있는 간호사 모습이 보인다. 뉴시스
이에 따라 2011년 7월 강화도 해병대 총기 난사 사건의 발단이었던 '기수열외(期數列外)'와 유사하게 이번 22사단 총기난사 사건 역시 군기가 엄격한 전방부대 내에서 뿌리 깊은 병영 서열문화의 악습인 '계급열외'가 그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육군 중앙수사단은 임 병장이 남긴 메모와 55연대 해당 부대원들의 1차 면접조사 내용 분석을 토대로 임 병장과 다른 부대원들 간의 내부 갈등과 불화가 심각했던 사실을 확인했다. 임 병장이 소속된 부대원들은 면접 과정에서 "임 병장이 자주 열외됐다", "선임병한테 왕따를 당했고 후임병한테 인정을 못받았다" 등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한 이모 상병이 5월 중순 휴가를 나와 동생에게 "선임(병장) 한 명이 문제를 일으켜 골치 아픈 일이 발생했는데 제대로 선임 대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털어놓은 사실도 공개됐다. 임 병장은 6월 병장 계급을 달기 전 상병 때부터 선임들로부터 계급에 걸맞은 대우를 못받고 후임들로부터도 인정을 못받는 부대 생활에서 상·하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한 왕따 문화인 '계급 열외'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은 게 범행의 한 동기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사건 발생일인 21일 임 병장이 소속된 부대 경계작전명령서에 따르면 임 병장은 같은 계급인 김은현 병장과 주간 경계근무를 선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병장·일병, 상병·이병 등 상·하계급자가 2인 1조로 근무를 서는 관례에 비춰 매우 이례적으로, 임 병장이 서열에 맞는 대우를 못받은 사례로 지적된다. 국방부는 "같은 계급끼리 근무를 서지 못하게 하는 규정은 없으며, 휴가·외출로 인해 병력이 적체될 경우 어쩔 수 없이 병장끼리 한 조로 배치되기도 한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