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란의 황제' 임요환이 살아나고 있다.
올해 1월3일에 펼쳐진 피망컵 프로리그부터 17일 현재까지 그의 성적은 19승19패. 하지만 이것도 MBC게임 개국3주년 특별이벤트전에서의 3승1패를 제외하면 16승18패. 랭킹 1위를 고수했던 '테란의 황제' 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다소 우울한 성적일 수 있다.
임요환은 불과 두어달 전만 해도 "이제 대세는 물량인 것 같다"고 말했다. 컨트롤은 극강이지만 물량에 약한 자신이 왜 성적이 안나오는 지에 대해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
5월22일 스카이프로리그 헥사트론 전에서 피터(프로토스)를 상대로 오직 물량만을 생산, 제대로된 공격 한번 펼쳐보지 못한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것을 본 일부 관계자들은 "이제 임요환의 시대는 완전히 갔구나"라며 안타까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만큼 자신의 스타일이 아닌 대세에 이끌려 가는 경기 운영을 했었다.
임요환은 그날 좌절감을 느끼고 경기 직 후 대기실에서 연신 한숨을 쉬어댔다. "드롭십을 썼어야 했는데"라며 후회하는 모습도 보였다. 자신의 스타일을 버리면서까지 승리하기 위한 선택을 한 것을 못내 아쉬워하고 자책했다.
이후 임요환은 주 훈 감독에게 두어차례 3세트 엔트리에 올려달라는 요청을 했다. 임요환이 스스로 요청한 것은 전에 없던 아주 이례적인 일. 자신감이 없어 후퇴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임요환은 그 시간동안 자신의 장점극대화에 매달렸다.
그때부터 다른 테란플레이어의 경기를 일체 보지 않았다. 물론 동료팀원들의 조언은 듣긴 했지만 옳다고 생각한 것만 선택해서 들었다. '대세는 물량'이라는 공식을 머리속에서 지워버리겠다는 독한 마음을 품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5일 임요환은 보름여만에 프로리그 2세트에 출전했다. 상대는 슈마GO의 전상욱. 분명 경기 초반 임요환은 불리한 위치와 빌드오더 선택이 맞물려 언덕입구에 벙커러시를 당해 패배하는 시나리오에 말려들었다. 하지만 본진에 있던 스타포트를 배럭정찰에 걸리지 않도록 7시방향으로 날려 드롭십을 생산하더니 소수의 병력을 전상욱의 본진에 드롭, 위기의 순간에서 승리를 따냈다.
이어 15일과 16일 양대방송사 단체전에서도 3승1패를 거뒀다. 물론 뛰어나게 좋은 성적은 아니다. 하지만 물량만을 의식하지 않고 컨트롤과 전략으로 승리를 따낸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독기 품은 마이웨이로 보름만에 최근 5경기 4승1패. 합격선은 넘은 황제가 전성기 이상의 기량을 선보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성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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