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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오게 됐냐면
게시물ID : sewol_4512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병맛이야기꾼
추천 : 22
조회수 : 504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5/05/16 16:35:25

카네이션.jpg




여기가 지금 어덴가.
내가 왜 이러는가.
어메, 나 지금,
여기 어데 와 있는가.

보시요 사람들.
여기가 어데요.
내, 길을 잃어버린거같소.
기억을 잃어버린거같소.
치매라도 걸려버린듯한디.
 
아, 내가 누군지,
내 집이 어딘지,
내 가족이 누군지,
하나도 생각나는게 없구마.
 
무언가를 애타게 그리워하고 있었던것같기도 허고,
무언가에 심하게 할퀴였던것같기도 허고,
 
그리움이었던지,
슬픔이었던지,
분노였던지,
기쁨이었던지,
뭔지 모를 온갖 기분이란 기분들이 모두 엉망징창으로 섞여서는, 진흙창마냥섞여서는,
끄집어낼라해도 나오질 않네,
뽑아낼라해도 뽑히질 않네.
 
저기, 보소 경비원 양반.

내, 길을 잃은거같소.
기억을 잃은거같소.
 
내가 여꺼정 어떻게 온건지,
당신은 어째 그리 차갑게 생겼는지, 
이 공원은 뭔디 이리 휘황찬란한건지,
내 당최 모르겠단 말이오.
 
보오.
그렇게 몰아치는 바람같은 날카로운 눈 해가지고서는,  
쏟아지는 눈발같은 시퍼렇게 차가운 눈 해가지고서는,
그렇게 빤히 쳐다만 보고있지 말고,
 
내 집 좀 찾아주오.
내 가족 좀 찾아주오.

들어와선 안될 곳 들어온 사람 보는듯이, 그렇게 못마땅한 기색 내보이지 말아주소.

나 서럽게 하지 말아주소.
 
나도 내가 누군줄만 알아내면,
가족만 찾으면,
여기서 나갈꺼구마.
그러니 그렇게 눈치주지 마소.

들어와선 안될 곳 들어온 사람 보는듯이, 그렇게 못마땅한 기색 내보이지 말아주소.
 
나라고 오고싶어서 온 건 아니었을거요.
기억은 안나지만 아마도 그랬을거란 왠지모를 확신이 드는구만.
 
응? 조금도 기억이 안나느냐고?
 
그래, 이제서야 좀 대답을 해주는구마.
글씨, 사는곳도, 아는 사람도, 내 이름도 모르겠는디,
엄청 말이여. 기뻐야 했었던 날이었던거같은데 말이여.
축하를 받았어야했던듯도 허고, 고마워했어야했던듯도 허고,
 
참말로,
정말로,
왜인지,
뭣때문인지,

기억은 안나는데 말이여.
노여움인지 암담함인지 억울함인지 원통함인지 뭔지 기억은 안나는디 말이여.

눈물 한방울이 눈알에 고여서는,
세상이 흐릿해져서는,
그렇게 정신이 아득해져서는,
그렇게,
끊겼던 것 같은 기억이
나네.
 
응? 좀 기억나는 사람이 없느냐고?
 
글씨, 눈진 모르겠는데 말이여.
그 치한테 사과를 해야하는지 고마움을 전해야하는지 자세히 기억은 안나는디 말이여.
만나면 눈물을 흘려야하는지 웃음을 보여야하는지 도저히 기억을 못하겠는디 말이여.
꼭 찾아야 한다는 생각만이 계속 드네.
 
뭣때문인지,
왜인지,
정말로,
참말로,
 
기억은 안나는데 말이여.
그 얼굴만은 흐릿하게나마 기억나는구마.
 


응? 쩌기서 누가 자꾸 날 본다고?
아는 사람 아니냐고?

쩌 먼데서 학생 하나 사뿐사뿐 걸어오는디,

학생, 혹시, 날 아는가?

왜 날 보고 웃소
학생은 눈디 날 보고서는,
그런 고운 얼굴 하고서는,
그리 기다렸다는듯이 웃소
하늘 같은, 햇살 같은 웃음 짓소

곱디고운 얼굴이
볼수록 자꾸만 눈물이 맺히는기

희한은 하다만,

나도 모르게 눈물 한방울이
떨어지는기

참말 희한은 하다만,

학생, 혹시, 날 아는가?

그렇게 푸른 하늘같은 화사한 얼굴 해가지고서는,
쏟아지는 햇살같은 따뜻한 얼굴 해가지고서는,
그렇게 빤히 쳐다만 보고있지 말고,

내 집 좀 찾아주오.
내 가족 좀 찾아ㅈ

근디 말이여,
 
이 학생 햇살 같은 웃음을 쬐고 있자니 말이여,
머리 깊숙이서 쪼그라들어있던 기억이란 눔들이말이여,
 
부풀어오른 구명조끼 펼치어 오르듯,
고장나버린 구명뽀트 솟구쳐 오르듯,
숨어있던 공기방울들 떼지어 오르듯,
 
그렇게,
 
눈이 떠오르고 말이지
눈썹이 떠오르고 말이지
코가 떠오르고 말이지

그렇게,

입이 떠오르고 말이지
귀가 떠오르고 말이지
목소리가 떠오르고 말이지

떠올랐구마
이제서야 떠올랐구마

허, 참. 
내 정신 좀 보게.
내새끼 보러 왔었제.
우리새끼 얼굴보러 올라왔었제.

네가 떠오르니,
내가 떠오르는구마.

네가 떠오르니,
온 세상이 떠오르는구마.

눈물 한방울이 눈알에 고이는디,
세상이 흐릿해지질 않네.
정신이 아득해지질 않네.
그렇게,
이 행복이 끊기질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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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edia.daum.net/society/affair/newsview?newsid=20150509134020115

바로 얼마 전 어버이날에일어나서는 안되었을 안타까운 슬픈 일이있었다는걸 며칠이 지나고서야 알게되었거든요.
막지는 못할거면 난 최소한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이라도 알고있었어야하는게 아니었던가
충격이랄까 자책감이랄까 나는 뭐한다고 그 일을 이제서야 며칠이 지나서야 알게되었을까
다른 쓸데없는것에 너무 정신이 팔려있었던건 아닌가
잊지 않고 지켜보겠다던 마음이 나라고 결국 어쩔수없이 나도 모르는 새 옅어져버렸던건가
 
그런 죄책감에 먹먹한 맘에 뭘 해야할 줄 모르다가여기 세월호 게시판이라는 단독 게시판이 있었더라구요.
남들이 보든말든 계속 신경써주고 관심가져주고 같이 슬퍼해주고 같이 화내주고 있던 고마운 사람들이 있었구나하는안도감이랄까 미안함놀라움?
그런 고맙고 위로받은 느낌에 나 자신에 대한 반성의 마음으로내마음이나한 번 다잡자는 생각으로그렇게 조금 끄적인 글 부끄럽지만 올렸거든요.
 
저와 비슷한 분들 혹여라도 있다면,
본인도 모르는 새 잊지않겠다던 다짐이 가라앉고 있던 분들 혹여라도 있다면,
우리 진짜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조악하고 민망스런 글에도 불구 용기내서 올렸어요.
 
다시는 이같은 끔찍한 일이 일어나질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런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 있었구나 있어왔구나 또 있을수도있겠구나 같이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늘어나줬으면하는 마음으로,
슬픈 맘에 비슷한 마음 드시는 가족분들 혹여나 생기질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반성문을 쓰는 마음으로,
고인의 명복을 비는 마음으로,
비극없는 세상에서 영원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마지막으로 진짜 다시 한번 맹세하건대 잊지않겠다고, 계속 지켜보겠다고 저에게 약속하는 마음으로.
 
-

사실 이 글을 어제 보신분도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좋은글 게시판에 올렸었거든요 바로 위 심경글도 세월호 게시판에 올리고.
 
근데 급하게 올렸던탓인지 너무 길기도하고부족하고 아쉽고 과한 부분이자꾸 눈에 밟혀 손을 좀 보고 싶은데 조회수50이 넘어가면 수정이 불가능하더라구요.
 
뜯어고치고 싶은데 그럴수도 없고 그렇게 가만 두자니 마음에 걸려서
다른 곳에나 올리자하고 뒷부분을 자르고, 아쉬웠던 부분 가다듬고, 수정하고 나선 그렇게 업로드를 했는데 그렇게 올려놓고보니 아무래도 이게 마음이 더 가 첫 글은 삭제하고 이곳에도 수정본을 올리게되었습니다.
 
아직 이곳 규칙을 잘 몰라 분위기를 익혀가고 있는 중이라
이렇게 한번 올렸던 글을 수정해서 다시 올리게 되면
댓글 달아주셨던 분들같이 읽어주셨던분들게시판 이용자분들께 실례되는 것은 아닌지 죄송한맘에 망설였는데,
그래도 좀 더 애를 쓰고나서의아쉬움이 조금이라도 더 없는 글을올리는게 오히려 예의를 차리는 일 아닐까 싶어
그렇게 합리화하며,
이렇게 염치불구하고 올립니다.
 
얼마 전 오유가입경위서 글도 그렇고 자꾸 글을 한번에 마무리를 못짓네요.
번거롭게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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