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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과거] 그립다 말을 하면 더 그리웠다.
게시물ID : readers_451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시라엘
추천 : 1
조회수 : 23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12/01 21:27:55




그립다 말을 하면 더 그리웠다.


너를 잊었다고 말해야 했다. 그리워하지 않는다고. 나는 잘 산다. 늘 하던 것 처럼, 공부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술도 마시고 가끔 사람도 만나면서 그렇게 산다. 네가 있던 삶과 없던 삶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나는 병적으로 입을 막았다. 달라진 것은 그거 하나였다. 그립다는 말이 새어나가지 않게 신경써야 했다. 너에 대한 이야기 까지는 괜찮다. 버틸 수 있었다. 그런데 네가 보고 싶느냐는 질문 하나는 언제나 나를 가랑비처럼 적셨다. 모르는 새 젖었다. 나는 삶의 모든 부분을 저며내야 했다. 네가 스며든 그 모든 부분. 그런데도 너는 남아있었다. 나는 아무렇지 않았지만, 때때로 복받쳐 오르는 슬픔에 마른 울음을 피워냈다. 연기는 독하고, 그리움은 더 독했다. 그러다 너를 보게 되면.

그립다 할 때 더 그리워 견딜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리움이라는 단어. 보고 싶다는 단어. 너를 사랑한다는 단어. 단어. 단어. 모두 내게서 잊혔다. 잊혀진 것이다. 참을 수 없기 때문에 잊혀진 것이다. 오늘도 자리에서 일어나 하지 않던 담배를 물고 멀건 하늘을 보았다. 뱉는 연기 만큼 네가 내게서 빠져 나간다고 믿고 싶었다. 모든 순간이 결국 너로부터 시작하여 너에게서 끝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나는 오늘도 너를, 너를.

나는 네가 그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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