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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탄산) 뚫린 입 조용히 막아주기.
게시물ID : soda_451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면암
추천 : 26
조회수 : 5145회
댓글수 : 27개
등록시간 : 2016/10/10 20:14:50
예전에 한 바닷가에 홀로 여행을 간 적이 있습니다.

제가 뚜벅이 여행을 좋아해서 해안도로를 따라 걷고 또 걸어 바닷가에 도착했어요.
몽돌 해수욕장이라서 모래 묻을 걱정도 없기에 그냥 털썩 눕고 몽돌과 바다의 하모니를 들으며 휴식에 잠겼습니다.
그리고 숙소를 가기 위해 버스를 탔지요.
그 정류장에서는 다행히 모든 분들이 앉을 수 있었어요.

참고로 저는 맨 뒷자리 바로 앞자리에 앉았습니다.

뒤에는 어떤 할아버지랑 젊은 여성 두분이 타셨고요.
그 할아버지는 심심했는지 아니면 예의에 어긋남을 모르신 건지... 그 두 여성분께 자꾸만 행선지를 묻더군요.
여성 분들도 곤란하신 듯 여러번 꺼리시다가 마지못해 알려주시더이다.

사건은 그 다음에 발생합니다.
몇 정거장 안가서 40대 후반 즈음으로 보이는 아주머니 한분을 포함하여 여러 명의 시민 분들이 타시더군요.
근데 갑자기 제 바로 뒤에서 한 남자의 커다란 소리가 들립디다.
'젊은 것들이 양보도 안해? 지금 뭐하는 거야. 예의도 없는 것들. 요즘 젊은 것들은 양보를 안해!'

이 말만 계속 외치더군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조금 저라다가 말겠지 했어요.
아마 예의 따지고, 젊은 것 따지는 거 보니 상당히 연배가 있으실 거고, 여기서 조용히 하라고 말하면 더 큰 소란이 될 듯 해서 참았어요.
그런데 몇분동안 계속 양보하라고 소리지르더니..

'아주머니 이쪽으로 오세요!'

(물론 아주머니는 곤란하신 표정으로 괜찮다는 의사를 표시했어요. 혼자만 계속 예의 따지고 있었더군요.)

'아저씨 왜이러시는거에요! 왜 미세요!'
라는 젊은 여성 분의 소리가 들리는 거에요.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별 생각이 다나더군요.
아까 뒤에 있던 사람이 두 여성의 행선지를 물은 것이며, 대중교통임에도 큰소리로 기분 나쁜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며,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성 분들을 밀어버리는 무례함까지.. 혹시나 그분들께 해가 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어요.
계속 그 남자는 버스가 제것인냥 소리 치고 있었고요.

여기까지는 참을 수 없어서 조용히 일어나서 뒷좌석을 향했습니다.
일단... 그 할아버지인 줄 알았던 사람이 40대 초반의 건강해 보이는 분이셨다는 것에서 어처구니 없더군요...
여하튼 여기서 큰소리로 싸우면 더 소란스러울 게 뻔하니 할아버지가 아니라 아저씨였던 남자의 옆에 앉은 여성 분께 조용히 말했어요.(물론 그 아저씨한테는 들렸겠지만요.)

'그 자리가 불편하실 듯 합니다. 실례가 안된다면 저랑 자리를 바꾸시지요.'

그 여성분도 그러겠다고 하셔서 자리 바꿨습니다.
놀랍게도 그후 아저씨는 조용해졌습니다.
저는 조용해진 분위기 속에서 책을 펼쳐 읽었고요.

그리고 두 여성 분께서 내리실 때 고맙다고 하시더군요. (기분 살짝 좋아졌습니다요. 하핫)

아저씨도 여성 분들께서 내리고 몇 정거장을 더 가서 내리더군요.
정말 조심스럽게 말이에요.(그 아저씨가 창가에 앉아서 그랬던가요..?)
버스에서 내리실 때 저를 쳐다보길래, 저도 싱긋 웃으며 보내드렸습니다.


너무 중구난방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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