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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몰랐던 그때, 나의 첫사랑 이야기
게시물ID : lovestory_509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트러리
추천 : 5
조회수 : 69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1/29 04:50:37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던말을 믿지 않고 싶었다

첫사랑에 성공했다는 글들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고 나또한 그렇게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정말 잔인하더라.

벌써 4년전 일이지만 써보고싶다...


때는 6월. 햇빛은 강렬했으나 찌는듯한 더위는 아니었고, 하교시간엔 항상 산들바람이 반팔 교복 상의에 시원하게 맴도는 날씨였다.

내가 중학교 3학년떄, 그러니까 5년 전 여름에 처음으로 그 아이가 눈에 보였다.

원래 게임만 좋아하고 애들하고 놀기만 좋아하던 나는 여자애들과는 말도 잘 안섞고 여자애들과 말할 기회라곤 조별 숙제라던가

점심시간에 급식당번 하던 아이에게 쟤는 소세지가 6개인데 왜 나는 4개이냐...따위의 시시한 이야기 뿐이었다

그날은 우리 조가 청소 당번이었는데, 하필 우리동네에 사는 아이는 우리조에 한명도 없었다.

원래 3시 30분이면 끝나야 할 청소가 4시에 끝나 기다리는 친구도 한명 없고

혼자 나는 기다리는데 그녀석들은 기다리지도 않는다고 화를 내며 집으로 가고 있었다.

그떄 앞에 왠지 낮익은 조그마한 여자아이가 혼자 집으로 가고있었다.


같은 반 아이였고, 대화라고는 몇마디 주고받아보지 못한 아이였다.


마침 혼자 가기 적적했던 나는 그 아이랑 별로 친하지도 않았지만 무작정 그 아이에게 가 말을 걸었다.

얜 뭔데 친한척이야? 라고 생각하려나. 라는 마음 속 두려움이 조금은 있었다.

넌 왜 이제가.

다행히 그 아이는 싱긋 웃으며 대답해줫다.

친구 기다렷는데, 기다린 친구는 집이 다른방향이어서 여기부턴 나 혼자가야되.

그때, 가슴을 뭔가가 퍽 하고 치는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몸이 파르르 떨리고 머리속이 새하얘졌다.


뒷목이 뜨거워지고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약 3~4분정도를 같이 걸으며 뭔가를 계속 얘기했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직도 내가 무슨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다. 아, 단 하나 기억나는게 있다면, 

원래 이쁜애들이 잠이 많데.ㅋㅋ

그리고 이때 번호교환도 했다. 하지만 별로 친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문자를 하면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문자를 하진 않았다.

그날 자려고 누웟는데 자꾸 그 아이의 얼굴만 떠올랐다. 그 아이의 키, 얼굴, 표정, 말투, 웃음, 분위기...

히죽히죽 웃으면서 온몸은 베베 꼬이고 11시에 자려고 누워서 1시에 잠드는 경험을 이때 처음 해봤다.

내일은 그 아이에게 말을 걸어봐야지. 더 친해져야지. 라고 마음속으로 수없이 많이 되새겼으나,

안그래도 여자한텐 관심도 없었고 말 거는 방법도 잘 몰랐고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몰랐던 나는

그 아이에게 말 한마디 걸지 못하고 끝나는 날이 너무 많았다.

빨리 집에 가서 TV보고,게임하고, 아니면 피시방에 가고싶어서 너무나도 길었던 학교에서의 6시간이


그 아이에게 말 할 기회만 보다가 끝나버리고, 조급해하고 있으니 토요일의 3교시 수업보다도 짧게 느껴졌다.


그 아이의 뒤에 내가 앉으면 항상 그 아이 뒷모습을 바라보았고,

그 아이의 앞에 내가 앉으면 흘끗흘끗 돌아보며 그 아이를 바라봤다. 


공부를 하며 열중하고 있는 그 아이의 얼굴은 너무나도 예뻣다.

학교에서 친해질 기회도 못만들고 대화조차 걸지 못하면서 문자는 몇일에 한번씩 보냈다. 


답장을 받을 때엔 거의 단답식이거나 빨리 끊고싶어하는 눈치였고, 문자를 무시당하는 날이 더 많았다.


지금 쭉빵에서 자료라고 베오베에 올라오는 여자의 남자에게 문자하는 방법..이런걸 보면

귀찮은 남자에게 문자 보내기 라는 케이스에 딱 내가 해당됬던것 같다.

항상 문자를 빨리 끝내고싶어서 단답식의 답장이 왔고

응 나 잘게.ㅋㅋ   웅.ㅋㅋ   이제 자려고 씻어.    학원이야.

등의 답장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나는 이걸 그 아이가 정말 잠이 많구나. 정말 학원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고, 그렇게 생각해야 내 마음이 조금은 편해졋다.

가끔 그 아이가 나를 귀찮은놈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때면 정말 가슴 한켠이 저려왔다. 

항상 보면 말걸고싶고 대화할때면 손잡고싶었지만 

내가 그 아이를 좋아하는건 우리반 애들은 한명도 모를정도로 나는 그 아이에게 아무 표현조차 하지 않았고

여름부터 시작된 나의 이 어리숙한 사랑은 아무것도 하는것이 없게 빠르게 지나가기만 했다.

그러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에 어쩌다 우리반에 있던 그 아이와 친한 여자애와 친해졌다. 

여자는 눈치가 빠르다. 그 아이와 주고받는 문자가 정말 귀신같았다. 

난 거의 유도심문 당하듯이 그 친구에게 내가 그 아이를 좋아한다는걸 불어버렸다. 

그 다음날부터 친구가 그 여자애와 내가 얘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마련해 줬다.


하지만 무슨말을 해야할지, 어떻게 이끌어가야할지 몰랐던 나는 빈번히 그 기회를 수포로 만들기 일쑤였다.


그럴때마다 아...이게 아닌데...하며 몹시 큰 자괴감에 빠졌다.

11월 11일 빼빼로데이때 학교가 끝나고 그 아이에게 포장도 뭣도 하지 않은 그냥 롯데뺴뺴로 2개를 줬다.

너 먹으라고 삿다고. 그 아이는 친구랑 먹는다고 햇다. 너만 먹으라고 했지만 그 아이는 싱긋 웃으며 "안녕."이라고 하곤 뒤돌아 계단을 내려갔다. 

이때 정말 뭔가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과 함께 비참한 이 사랑의 끝을 직감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이 지역은 비평준화라 뺑뻉이가 아닌 시험을 쳐서 고등학교에 가야하는데 원서접수가 11월이면 끝난다.

그래서 기말고사는 공부하는 아이들이 없었다. 원서 접수가 끝난 철이었고, 아이들은 놀자판이었다.

자연스럽게 나와 그 아이는 대화를 많이 했다. 

나와 그 아이는 가고싶어하는 고등학교가 달랐다. 나는 형이 다니던 곳에 가려고 했고, 그 아이는 집앞의 학교를 간다 했다.

가고싶어하는 학교가 다른걸 안 나는 좀 충격에 빠지기도 했으나, 그런건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영화를 많이 본건지 고백은 아무 날이나 하는게 아닌 특별한 날에 하길 바랬다. 

그래서 나는 12월 24일 고백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정말 순수한 사랑이었다. 이떄 고백할때 말로만 하면 뭔가 허전할거같아서

별모양 유리병에 별을 하나하나 접어서 채워넣었다. 한달정도가 걸렸다.

매년마다 12월은 찾아오지만, 그 해 12월은 나에게 있어선 특별한 12월이었다.

드디어 열심히 놀던 12월의 막바지가 되었고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었다.

별과 함께 말로 고백하기 참 뭐할거같아 예쁜 편지지 하나 사서 편지를 썻다. 

편지는 대충 너와 함꼐 이런이런일이 있었고, 이럴때 참 기뻣다. 고등학교 가서도 함게 하고싶다. 

너를 좋아한다. 답장 꼭 해달라...이렇게 썻던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손발이 롤케익마냥 오그라드는 글이지만, 순수한건지, 멍청한건지 그땐 그게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 아이는 성당에 다녔다.

성당은 동네에서 좀 떨어진 외곽 지역에 있었다. 약 20분정도 걸어야 도착할 수 있었다.

성당에 도착하자마자 전화로 나오라고 했다. 그 아이가 갑자기 왜 나오냐고 하냐고 했다. 나는 할 말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아이는 성당에서 하는 잔치같은게 있다고 조금 기다리라고 했다. 

그 아이가 말한 조금은 32분이었다. 기억하는 사람 있겠지만. 2008년 겨울 정말 엄청 추웟다.

나는 그날 캔버스 단화를 신고 간 내 자신의 멍청함을 한없이 원망했다.


발바닥은 눈을 밟아 축축해진 상태로 얼어가고 있었고, 손가락은 잘 구부러지지도 않고 느낌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저 멀리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종종걸음으로 오고 있었다. 나는 성당에서 성모 마리아가 걸어 나오는 줄 알았다. 그 아이의 뒤에선 후광이 났다.


 그 아이는 늦어서 미안하다고 하며 집에 가야하니 너도 집에 가야할거 아니냐고 같이 가자고 했다.

이떄 그 아이와 걷는 20분가량은 그떄까지 살아온 내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이었다.

그 어떤 게임 아이템을 얻은것보다. 그 어떤 상대를 이긴것보다 더욱 기뻣다. 그때의 기분은 지금도 

어떤 미사여구를 사용해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말하는 행복이란 이런거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외곽진 곳을 걸으며 그 아이와 하는 대화에서 그 아이의 집안사정이라던가 그냥 자신이 하는 생각 등 

그 아이의 많은걸 알게 되었다. 많은걸 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무슨 남자친구라도 된것같은 착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느덧 정신을 차려보니 그 아이의 집 앞에 있었다. 

그 아이를 바로 보내주기가 아쉬워 잠시만 기다리라고 했다. 몇 초의 정적이 흘렀다. 이때 정말 어색하기도 했지만 무척이나 설레였다. 

별 모양 유리병을 그 아이에게 선물이라고 내밀었다. 좋은 크리스마스 되라고 했다.

그 아이는 고맙다고 진짜 고생했겠다며 별모양 병을 이리저리 구경했다. 

그리고 나는 너무 떨려 잠시 뜸을 들인 후 편지를 바로 내밀었다.

그 아이는 편지를 받고 고맙다며 집에 들어가보라고 했다. 

1시간 30분 넘게 밖에 있었던 나는 따듯한 집을 정말 고맙게 생각했다.

이틀 후 답장이 왔다. A4용지를 1/4로 잘라 눈사람같은걸 그려서 살짝 꾸민 편지지에 

글이 이러이러하다 저러저러하다 쓰여있었지만 다른 글은 보이지 않은 채 딱 한 줄의 글만 보였다.

친구로 지내자.

눈물이 핑 돌았다. 나는 마음속으로 이걸로 끝이 아닐거라 생각했다. 그럴 수 없었다.

나와 그 아이의 사이에서 오작교 노릇을 해주던 그 친구는 그 아이가 나를 부담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고 나선 거의 바로 겨울방학에 들어갔다. 그아이와 만난적은 없었고, 문자조차 보내면 씹히고 단답식으로 오곤 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3월 14일 화이트데이가 됬다.

여자친구 있는 친구를 불러 함께 다니며 2만원정도를 들여 이쁜 상자에 여러 종류의 사탕을 가득 채워넣었다.

그리고 그날 밤 그 아이에게 사탕상자를 주려고 문자했다.

그 아이는 지금 어디 와있어 집에 들어가 빠이 이런식으로 문자했다. 정말 비참했다. 

하지만 이 사탕들을 정말 주고 싶었다. 그러면 안됬다. 그냥 가족들과 먹던가, 버려야 했다.

중학교 졸업앨범 뒤에 있는 주소록에서 그 아이가 몇호 사는지 보고 집앞에 두고 왓다. 

몇동인지는 크리스마스 이브날 갔었으니 알고 있었다.

집앞에 주려던거 있으니까 맛있게 먹으라고 했다. 그아이는 바로 헐 이게 뭐냐. 어쩃든 고맙다. 집은 어떻게 알았냐. 스토커같다. 무섭다. 이런식으로 문자를 했다. 

전부터 조금씩 쌓여오던 슬픈 감정이 한번에 폭발했다. 그래. 내가 아무리 사실을 외곡하고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 사실을 외면하며 착각속 사랑을 해보아도,

그 아이는 나를 전혀 좋아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내 행동이 정말 TV속 스토커와 다를 바 없이 똑같았다. 집까지 찾아가다니. 왜 그랬는진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내가 한 행동을 그 아이는 무섭고 스토커같이 느꼇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질것만 같았다.


그리고 몇일 후 문자가 3통정도 연달아 그 아이에게 왓다.

아주 긴 내용이었지만 핵심은. 난 너 부담스럽고 앞으로 이런거 주지마. 그래도 우리 좋은 친구로 지내자.

문자를 받았을 땐 눈물이 주르륵 흘렀고,

그날 밤 나는 태어난 이후 가장 오랜시간 가장 많이 울어보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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