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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급장교들에게 드리는 글 (2)
게시물ID : military_1391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중대장
추천 : 30
조회수 : 199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1/29 06:51:06

나는 초임장교때 부대창설이라는 귀중한 경험을 했다.

 

사단에 부임신고를 하러 가니 내가 갈 부대가 없었다. 니가 만들어서
가라는 것이었다.

 

포병대대에 대대장 중령 하나, S-3(작전장교) 대위 하나 그리고 신참
소위 본인 하나 이렇게 장교 셋 뿐이었다. 병력도 연병장도 막사도
진지도 화포도 개인화기도 없는 그냥 이름만 있는 부대였다.

 

말 그대로 이등병과 별다를 것 없는 어리버리한 신참 소위 주제에
007가방을 들고 군사령부를 들락거리며 장성들을 만나 부대창설
절차를 밟았다.

 

물론 내 주제에 장성들과 미팅이나 협의를 하는 것은 아니고 회의탁자
귀퉁이에라도 껴 앉아서 질문에 답이나 하고 서류 챙기고 메모나 하는
수준이었지만, 별들이 가득한 회의실에 같이 앉아서 회의진행을 보는
것만 해도 큰 경험이었다.

 

한번은 단신으로 포상진지 설계도면을 수령하려고 군사령부를 방문했는데,
어느 회의실 문을 벌컥 열었더니 별들이 가득 앉아서 심각한 회의를
하다가 나에게 시선이 집중되는 것이었다. 그때는 패기인지 뭔지 또라이
같은 만용인지 몰라도 별로 겁나는 것도 없었다. 모르면 용감하다고
그 와중에 죄송합니다! 잘못 들어왔습니다! 외치고 문을 닫으려 하니
회의실 구석에 앉아있던 대령 한분이 화급히 뛰어와서는 내 소매를 잡고
내 목적지까지 친절하게 데려다 주었던 기억이 난다. 마치 병사들 사이에서
이등병이 새로 오면 사수가 손잡고 다니듯이 말이다. 내 모습이
얼마나 우스웠을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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