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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급장교들에게 드리는 글 (6) - 병사들 앞에서 개망신
게시물ID : military_1391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중대장
추천 : 32
조회수 : 2834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3/01/29 07:30:52

 

조중사, 이 사람은 나보다 나이가 많은 고참중사였는데, 항상 자기는
연세대를 중퇴하고 군대에 말뚝을 박았다고 주장하고 다니는 사람이었다.
심심할 때에는 수학 문제를 풀면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했는데 물론 모두
뻥이다. 뻥인줄 알면서 속아주는거다.


이사람은 말투도 온화하고 인상도 좋은데 사람이 좀 얍삽한데가 있어서
문제였다.


하루는 어이 김소위요 나랑 통닭먹으러 갑시다 하는 것이었다.
한창 배고플 시절이라 좋아라 하고 따라나섰는데, 병사들 가는 PX로 가는
것이었다. 거기에는 실제로 김이 무럭무럭 나는 통닭 두마리가 식판에
담겨있었다.


나는 이양반이 어디서 통닭을 구해왔구나 생각하고 고맙게 게눈감추듯
먹어치웠다. 먹는 동안 왠지 조중사가 나를 보면서 흐뭇해 하는 것
같았다.


알고보니 그 통닭은 그날 저녁 사병식당 메뉴인 닭도리탕에서 빼 온
것이었다. 조중사 이쌔끼가 일부러 병사들 많이 다니는 PX에 내가
병사들 부식 빼돌려서 먹는것을 보여줌으로써 병사들 앞에서 개망신을
시킨 것이었다. 어쩐지 병사들 왔다갔다 하면서 눈초리가 심상치가
않았었다. 지금도 후회되는 일이다.


나는 지금도 조중사 그새끼가 나한테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그런 짓을
했는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항상 조중사도 나한테 점잖게 대했고 나도
그에게 나이대접을 깍듯이 해 주었기 때문에 그럴 일이 없다 생각을 했는데
나의 착각이었다. 항간에 들리던 신삥소위 길들이기가 아니었나 싶다.


남을 깎아내리면 상대적으로 자신의 권위가 올라간다고 착각하는 사람들.


항간에 신임소위가 아버지뻘 상사나 원사에게 반말을 한다는 유머가 있는데
여간 또라이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실제 있었다 한들 어느
집단에나 있을 법한 또라이 소위들이니 그러려니 하시길 바란다.
또라이 기질에는 계급의 고하가 없는 법이니까.


그깟 계급장이 뭐라고, 진심이 통했다면 그냥 편한 동생 대하듯 했다면
조중사와 친해질 수도 있었을 것을, 그따위 비열한 짓거리를 함으로써
그와는 멀어지고 말았다.

 

이렇게 군대에서는 정글속의 동물군처럼, 사람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집단별로 세력을 과시하려는 알력이 존재한다. 나와 다른 집단의 사람들
특히 하사관들이 안하던 호의를 베풀때에는 전후좌우를 잘 살피고 접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물론 나중에 인간으로서 진심이 통한 후에는 계급을 떠나 사나이 대
사나이로서 우정을 나누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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