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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과거] 산문 - 그리움엔 이름이 없다
게시물ID : readers_45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별빛소년
추천 : 0
조회수 : 20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12/01 21:33:26
눈을 맞으며. 그녀가 서 있었다 . 
어깨너머 비친 가로등 빛은 말없는 그녀의 코트위로 
또다른 눈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 오래 서 있은듯 모자 위에 
쌓인눈이 눈에 비쳤다 . 여기 왜 있었냐고 물어보려던 말은 
입안에서 사라지고 난 그녀앞에 가만히 서있었다 .
무언가 하고싶은 말이 있는듯 목구멍으로 뭔가가 타고 올라왔다 
입밖에 나오려던 뭔지모를 말을 막으려는듯 말없이 서있던 
우린 약속이나 한듯 천천히 발걸음을 떼었다 . 
..
주말내내 뭐했냐는 친구의 전화엔 심심함이 묻어있었다 
영화를 봤다는 내 짧은 말에 놀란듯 물었다
"여자? 짜식 능력 좋네. 여자친구냐?" 
잠시 말을 멈추다 
"아니 그냥 .." 
무슨 소리냐는 친구의 물음속에 떠올리는 내겐 
그녀의 그 무엇도 생각나지 않았다 . 
아마 그녀에게 물어도 나랑 비슷하리라.
말하자면 우린 그런 관계였다.
.
아무런 연고없는 서울상경에 급하게 잡은 자리뒤엔 
새로 꿈꾸던 인간관계도 장밋빛 회사생활도 없었다
숫기없는 내겐 익숙한것도 낯설었고 회사도 거리도 
내가 눈돌린 그 모든 것은 바빠보였다. 지친 하루를
마감하고 들여선 고시원. 거기엔 참을수 없는 외로움이 
검은 방보다 먼저 날 반기고 있었다. 
심심하면 전화한 친구의 목소리도 먼 땅을 넘어 
외로움까지 날려주진 못했다 .  그래 외로웠다 나는 
.

자주 드나들던 영화게시판에 주말 영화친구를 
구한다고 올렸다. 말이 별로 없으니 이해 바란다는 양해와 
천천히 올라가는 글을 보며 낯선 서울 땅에 나 스스로 한발을 
먼저 내밀던 그날이 생각나고 작게 웃었다 

천천히 약속장소로 향했다. 두근거리면서 긴장이 되었다.
보기로 한 약속장소는 영화관 앞이였다. 
앞은 사람들로 붐볐고 나는 한쪽 의자에 앉아 
그녈 기다렸다. 긴 기다림앞에 다가올 그녀는 
어떤 사람일까. 무슨말을 할까. 끝나고 카페를 가자고 
용기내서 말해볼까하는 여러 상상이 머릿속에 춤추고 있을무렵 
내앞에 발걸음이 멈췄다. 고개를 든 내 앞에 
흰 빛깔의 코드와 목도리 그리고 내려앉은 긴 머리의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천천히 수줍게 손을 내밀고 인사를 했다 . 
답변은 들리지 않았다. 의아한 내 눈에 
그녀는 자신의 입을 가리키고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려와 다르게 우린 세달이라는 시간내내 어떤 트러블도 없었다 
말 없는 나와 말 없는 그녀. 우린 손한번 잡지 않았고 
단지 영화관 앞에서 같이 표를 사고 서로의 옆에 앉아 
말없이 스크린을 향해. 옆자리로 눈도 돌리지 않았다 
이따금 나는 알게 모르게 옆으로 돌려보았지만 
말없는 그녀의 입처럼 눈도 말없이 영화를 바라보는 그녀의 먼 눈동자에 
나는 그 이후 옆자리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
쓸쓸함의 증거가 앞에 나타난다면 우린 서로를 그렇게 불렀을까.
주말 내내 찾아드는 외로움에 천천히 씻고 옷을 찾아입으며 
나는 누군가의 기다림을 향해 나간다며 외로움을 숨겼다 
그녀도 항상 바뀐 복장과 신경쓴 머리는 언제나 눈에 들어왔다 
내가 좀 더 다가가면 어땠을까 . 하는 생각은 담배연기처럼 
사라지는것이 더 빨랐다. 한쪽이 외롭지 않으면 그렇게 사라질 관계인데 
. 그리고 그녀는 벙어리였다. 내 숫기가 . 앞모를 우리의 외로움도 . 
그리고 내가 첫날 그녀를 보고 떠올린 그 말이 .

.
휴식 시간이였다 . 업무 하나를 끝내고 천천히 의자에 앉아 폰을 꺼냈다 
여러 연락처를 보며 친구 한둘에게 메세질 보냈는데 긴 시간 답이 없었다.
멍하니 폰달력을 보았다 수요일. 주말까진 삼일. 
천천히 전화하기를 눌러 번호를 눌러보았다
0.1.0 ... 이번호일까. 아님 저 번호일까. 쉬는 시간내내 모르는 번호들을 
만들어보며 그녀 생각을 했다. 
.
덜컹덜컹. 
빠르게 지하철이 눈 앞에 멈추고 나는 몸을 실었다.
오늘은 금요일이였다. 천천히 내린 익숙한 역앞 
그 언젠가 그녀가 서있어 날 놀라게 한 거기였다 
긴 추위와 찾아온 눈때문인듯 사람은 드문드문 지나갔다.
눈을 털어내고 그 자리에 앉았다. 천천히 나오는 기침과 
으슬한 몸을 의자에 파묻듯 몸을 웅크리고 난 그녀를 생각했다
그녀는 나와줄까…
.
그냥 그녀가 보고 싶었다. 불안한 미래도 . 그녀의 
침묵. 그 한계에 상관없이. 난 그 손을 잡아보고 싶었다.

서울로 취업이 되어 올라온다는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불쑥 끝은 그렇게 다가오고 나는 그주 영화관 앞으로 가지 않았다 
주말 밤늦도록 친구와 기울인 술과 비틀거린 서로의 어깨동무엔 
외로움이 없었다. 단지 이름모를 허전함이 한켠을 채웠다 
. 술이 덜깬듯 출근길 지하철 너머 창가에서 스치며 지나가는 그녀와 나의
영화관이 보였고. 나는 지나친 영화관 방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게시판. 그녀의 아이디로 쪽지를 보냈다. 
그리고 난 여기 나와있다. 눈은 쌓이고 잊은듯한 추위도 내 몸위로 
다가왔다. 안올지도 몰라. 화났을까. 내가 왜 이럴까. 
하던 처음의 생각은 추위속에서 다 날아가버린듯 
고요해지고 머릿속엔 보고싶다는 생각만 남아버렸다. 
짧은듯 긴 상념. 늦은 밤. 끊이지 않는 눈 눈앞 쌓인 눈위로 
흰 발자국소리가 먼저 다가오고. 내 눈앞에 그때처럼 발이 멈추었다. 
천천히 눈을 들어 웃었다. 
밤새 연습한. 어설픈 손을 움직여 말했다. 
보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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