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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는 아...안물어요.
게시물ID : soda_45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견인차
추천 : 18
조회수 : 4545회
댓글수 : 47개
등록시간 : 2016/10/13 00:00:17
때는 바야흐로 초딩3 세상에 무서울 것이라고는 구두주걱 움켜쥔 영어선생님 뿐, 

당시 동네 아저씨들 사이에서 커다란 개들을 데리고 공원에 와서 자랑하는게 유행같은 거 였는데, 
그냥 큰 개가 아니라 포인터나 말라뮤트같은 90년대 중반에 한국에서 보기힘든 개들이 많았습니다. 

"우리 개는 말이야 으응?! 사냥개야! 거 유우럽 같은데서 응? 여우같이 똑똑한 놈들을 사냥하는 으응?! 더 똑똑한 놈이지!"
"오오오"
"뭐 우리 개는! 썰매를 끌어! 엄청 무거운 것도 막 눈에서 막! 응? 힘도 엄청쎄서! 이놈들이! 나도 막 끌고 다녀!!"
"우와아아아"
(많았다고 해봤자 맨날 오는 아저씨 두명 플러스 아저씨 찬양하는 다른 아저씨들...)

저는 개를 무지무지 좋아했기 때문에 마냥 신났었죵. 
저는 아부지가 사주신 프레스비를 들고 부천 그린 공원에서 친구와 놀고 있었습니다. 
근데 저 멀리서 말라뮤트 같이 생긴 개와 한 아저씨가 위풍당당하게 걸어왔죠. 
개자랑의 끝장판이라고 할까
아저씨 말로는 저기 미국에서 회색늑대와 교잡시킨 늑대개(99.어쩌구 퍼센트 늑대)
"얘는 늑대나 다름이 없어, 늑대나! 근데 똑똑하기도 얼마나 똑똑한지 사람보다 더 똑똑해!"
근데 아저씨 말로는 안뭄

개를 정말 좋아하긴 하지만 아저씨가 못 만지게 하고 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저는 다시 멀찌기에서 무서워 하고 있던 친구와 프레스비를 하고 놀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친구가 저한테 원반을 던짐과 거의 동시에 아저씨가 개목줄을 풀었고

원반을 본 개는 움직이는게 신기했는지 뭔 우사인볼트마냥 달려와 원반이 날아가던 방향에 서있던 저를 덮쳤습니다. 
물거나 공격하려고 한건 아니고 그야말로 내가 뛰는 방향에 니가 있었어 박치기
근데 넘어뜨리고 나니까 자기랑 몸집도 비슷하고 했는지 ㅇ-ㅇ 이 표정으로 내려다 보다가 

엉덩이를 세우고는 펄쩍펄쩍(퍽퍽 때리면서..) 입질 시작.

뭐 지금이야 딱봐도 개가 완전 성체가 아니었기에 분명 놀자고 그러는 걸 알고
"이 샊히가..ㅋㅋㅋ" 하고 같이 놀아줬겠지만
당시 저는 초3의 꼬꼬맹이라 저보다 덩치 큰 개 때문에 겁에 질렸고
호랑이 굴에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하고 제 멱살을 내려치고 있던 개의 앞다리를 냅다 물어 뜯었습니다.
개도 놀라서 제 어깨를 물고 저도 물고
개는 앞발로 때리고
저도 주먹으로 치고

"야이 개때끼야."
"깨갱깽 으르렁."

개판

결국 아저씨는 하소연하듯 깽깽거리는 개를 황급히 데리고 사라졌고 저는 당당히 승리해 부천그린공원을 제 영역으로 삼았고 
후에 중앙공원까지 제 세력을 넓혀 갔으며
아저씨와 늑대개는 공원에 두번다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출처 집에 와보니 입에는 뱉어도 뱉어도 털
물린 곳은 긁힌 상처들뿐
미안하다 멍뭉아
근데 너 때문에 티셔츠 하나 버렸어 색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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