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 대선 개입을 지시했느냐는 돌직구 질문을 던진 젊은 기자가 화제다.
곽승희 오마이뉴스 기자는 지난 13일 경북 포항 덕실마을 덕실관(대통령기념관) 2층에서 영상을 관람한 후 내려온 이 전 대통령에게 "원세훈 국정원장에게 대선 개입 지시를 했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주변 경호원들은 곽 기자를 밀치며 제지했다. 이 전 대통령은 앞서 걸어가며 곽 기자를 뒤돌아 쳐다볼 뿐 묵묵부답이었다.
곽 기자가 연이어 "대선 개입 보고를 받았냐"고 묻자 쳐다보기만 할 뿐 "어…"라며 입을 열지는 못했다. 뒤이어 "임명권자로서 책임감 느끼지 않느냐", "대답 한마디만 부탁드린다"고 연달아 질문하자 이 전 대통령은 "여기까지 따라왔어"라며 "부지런도 하다, 허허허"라고 말했다.
당시 취재상황에 대해 곽 기자는 "영상 관람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져 다른 기자들은 먼저 내려갔던 것 같다"며 "(영상을 다 본 후 내려가)이 전 대통령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1층에서 마주쳐 준비했던 질문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일 포항시청 환영행사에는 많은 기자들이 있었지만 덕실마을에는 몇 명이나 있었는지는 정확치 않다고 했다. 다만 그 순간 취재진은 없었고 근처에 지역방송과 종합편성채널 등 기자들이 일부 있었던 것으로 기억했다.
곽 기자는 함께 대기하던 강신우 카메라 기자와 서로 눈짓을 보냈고, 곽 기자가 질문하는 순간 강 기자가 빠르게 자리를 잡아 영상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곽 기자는 "근처에 수로가 있었는데 만약 인정사정없이 더 세게 밀쳤으면 수로에 빠졌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덕실마을 방문 이후 일정에서도 이 전 대통령 취재를 시도한 곽 기자는 "이후 시장 방문 때도 취재하려 했지만 이 전 대통령 측에서 동선을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한번만 더 접근하면 어떻게 (대응)할지 모르겠다고 해 근접은 힘들었다"고 말했다. 곽 기자는 지난 5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수습기간을 거쳐 8월부터 정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곽 기자는 해당 오마이TV 클로징 멘트로 "이 전 대통령은 열렬한 환대를 받으며 포항을 떠났지만 대통령은 한 지역에서만 환영받는 자리가 아니다"며 "이 전 대통령은 국정원과 군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을 지시했는지를 밝히고, 했다면 그 책임을 먼저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