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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급장교들에게 드리는 글 (8) - 어처구니 없는 사고
게시물ID : military_139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중대장
추천 : 38
조회수 : 186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1/29 22:23:15

연대본부 위병소 앞에 전봇대가 있었는데 이 전봇대는 일반 전력선이 아니고
유선용 전봇대였다.


오래전에 부대에서 인근에 협조를 구해 전봇대를 하나 얻어다가 박아놓은
모양인데 연대본부 삐삐선(통신대용 와이어)이 낡아서 심심찮게 통신장애가
일어나곤 했다.


그럴때마다 병사들이 전봇대에 올라가 어디가 단선이 났는지 점검을 했다.
하도 자주 일어나니 아주 그게 일상이었다.


요즘 전봇대는 잘 모르겠으나 옛날에는 전봇대 중간중간에 철근같은게 비죽
비죽 나와있어서 사람이 발을 디디고 올라갈 수 있게끔 되어있었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전봇대에 올라갈 수가 없다.


전봇대에 올라가려면 사진같은 넓은 폭의 허리띠같은 기구를 허리에 차고
올라간다. 허리띠 하나로 작업자의 허리와 전봇대를 하나로 헐렁하게 묶에서
허리띠를 전봇대 윗 방향으로 조금씩 허이짜 하고 올리고 그다음은 발을
윗 단계로 옮기면서 반복하면 된다.

 


허리띠 외에 안전줄을 하게 되어있었으나 중간선이 지나갈 경우 허리띠와
안전줄을 다시 해체 결속해야 했기 때문에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라
병사들이 안전줄은 잘 하지 않았었다.


중간에 가로지르는 전선이 있어 위로 올라가지 못하게 되면 잠시 멈추고
허리띠를 풀러서 그 위로 다시 결속한다. 결속과 해체는 탄띠처럼
간단하다.


요즘은 크레인 끝에 바스켓이 달린 특용트럭을 이용하여 사람이 바스켓에
타고 조종을 해서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어느날 또 통신장애가 발생했다. 하도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보니 통신대
조상병도 이골이 나서 단독으로 장비 챙기고 아주 능숙하게 전봇대를
올라갔다.


부대 위병소 앞이다 보니 민간인이 간혹 지나가곤 했고 재수좋으면 젊은
처자들도 볼 수 있는지라 교환대 앉아있기 지겨운 병사들은 비록 위병소
앞이지만 부대 밖이라는 사실에 은근히 서로 작업을 나가려 했다.


조상병이 안전 허리띠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다)를 척 차고 허이짜 허이짜
하면서 거의 다 올라갔는데, 마침 그날따라 기막히게 아리따운 아가씨가
저 밑에 지나가는 것이었다.


평소에 활발 명랑하고 여자 좋아하는 조상병이 밑에 지나가는 여자를
보면서 속칭 히야까시(?) (여자보고 휙휙 휘파람을 불거나 어이 아가씨
예쁜데? 우리 커피 한잔 합시다~ 하는 그런 것)를 했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이 친구가 여자에 정신이 팔려 전봇대 위에 다다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시선은 아가씨에게 꽂은 채로 허리띠를 허이짜 하고 위로
올렸는데 그게 그만 허공이었던 것이었다. 중간에 가로지르는 전선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좀전에 위로 옮겨 결속했던 사실을 까맣게 잊었던
것이다.


그러니 혁띠는 허공을 가르고 그 친구는 뒤로 180도 회전하면서 땅으로
추락하여 두부에 심각한 부상을 입고 군단병원으로 급송되었으나 며칠후
절명하고 말았다.


연본에서는 병사 몇몇을 집총 차출하여 일렬로 세운 뒤 조총을 발사하여
고인을 추모하였고 이 사고 이후 여하한 작업을 막론하고 안전관으로
임명된 간부로부터 안전장비 점검을 받도록 조치되었다. 또한 작업 역시
아무리 간단한 작업이라도 2인 이상 조를 이루어 작업하도록 하였고
특히 전봇대 작업시 1인은 아래에서 작업자를 세심히 관찰하여 실수가
없도록 하였다.


귀한 아들로 태어나 나라에 봉사하려고 온 젊은이가 한순간의 어이없는
실수로 목숨을 잃었으니 이보다 아까운 일이 또 있으랴.


군대는 기본적으로 '통제된' 폭력집단이다. 갓 스물 남짓한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수십톤의 장비와 인명살상이 목적인 화기를 다루는 곳이다.
폭력에서 '통제'가 사라질 때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조심 또 조심, 확인 또 확인, 아무리 노련한 병사라도 안전에 관한 한
위반시 가차없이 가혹하게 처벌하라.


몸과 정신이 건강한 병사가 곧 굳건한 전투력이니 결국 병사들을 아무 사고
질병없이 건강하게 제대시키는 것이 간부의 최고 목표라는 사실을 잊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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