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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급장교들에게 드리는 글 (8-1) - 사고사례 첨언
게시물ID : military_139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중대장
추천 : 32
조회수 : 1758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1/29 23:45:56


하루는 변일병이 사라졌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석식후 개인정비때만 해도 멀쩡하게 있던 놈이 일석점호 준비를 하려고
보니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온갖 생각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하필 내가 당직일때, 변일병 평소에 좀 우울해 보였던가? 혹시 탈영?
자살? 사고? 온갖 생각이 들었다.


일단 대대관사에 보고하기 전에 부대를 한번 샅샅이 훑어야 했다.
BOQ에 동기 소위들부터 호출했는데 선배 심중위도 올라왔다.


한시간이 채 안되었을 시간에 심중위가 변일병을 업고 막사로 올라왔다.


변일병은 정신을 못차리고 횡설수설하고 있었으나 채 10분도 되기 전에
온전하게 정신을 차렸다.


심중위 왈 부대를 뒤지다가 문득 화장실이 생각나 화장실을 일일이
문을 열고 뒤졌더니 화장실에 변일병이 쓰러져 있었다는 것이다.


요즘 군대화장실은 수세식에 최신식 비데까지 있다 들었지만 그 당시
화장실은 아주 당연히 저 아래 구데기들이 우글우글하는 푸세식이었다.


냄새는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정도였는데 여름이면 암모니아 냄새에
눈이 따가와 눈물이 줄줄 흐를 정도였다. 그래도 그 와중에 쭈그리고
앉아 몰래 초코파이 뽀글이같은 간식을 먹는 녀석들도 있었다.


가끔씩 휘발유나 등유를 부어서 방제를 해야했는데 이때는 화장실
담배금지 경고를 반복 또 반복해서 주지시켜야 했다. 병사들도
중요한 물건을 태워먹기는 싫었는지 화재사고는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기름은 얼마 지나면 증발해 없어지는지 몰라도 며칠
있다가 화장실 안에서 병사들이 늘 담배를 피우는데도 아무일이
없었다.


변소는 서서쏴는 간막이도 없이 그냥 일자로 시멘트 도랑에 올라서서
누는 방식이고 큰거는 자살방지를 위하여 칸막이와 문이 어른 가슴팍
정도까지 오는 그야말로 육이오 스타일 변소였다.


그러니 화장실을 수색했던 사람들도 쓱 훑어보고 사람이 안보이니
없는것으로 알았지 그 아래 변일병이 납작 쓰러져 있는것은 못 보았던
것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개인정비를 끝내고 똥이 마려워 변소에 갔는데
안그래도 너무 덥고 답답한 가운데 땀을 뻘뻘 흘리며 힘을 주다가
그만 정신이 몽롱해지더니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정신을 잃었다는
것이다. 가스중독이었다.


몸이 약한 친구들은 평소에 잘 주시 관리해야 한다. 무슨 기상천외한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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