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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과거]산문 - 찌질함에 대하여
게시물ID : readers_453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호주에삽니다
추천 : 4
조회수 : 30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12/01 21:40:40

눈을 맞으며 그녀가 서 있었다. 조용히 옆으로 가서 섰다.


"밥 먹었어요?"

"아니요."

"맛있는거 먹으러가요, 그럼."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리 조사해둔 작은 파스타 가게로 들어갔다.


"여기 파스타는 다 맛나는데, 그중에 봉골레랑 빠네가 제일 맛있어요. 어떤거 드실래요?"

"빠네요..."

"피자나 샐러드 하나 시킬까요?"

"으음... 고르곤졸라가 좋을꺼 같기도..."

"예, 그러죠. 뭐"


손을 들어 홀 직원을 불러 주문을 했다. 그리고 직원이 돌아서기 바로 직전, 그녀가 말했다.


"꿀... 마아아아니 주세요."


진짜다. 진짜 '마아아아니' 이렇게 발음했다. 이 세상의 것이 아닌듯한 귀여움이 느껴졌다. 그녀의 볼은 약간 붉게 물들었고, 고개를 살짝 숙인채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꿀같은 연애를 시작했다. 솜사탕은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풍성하고 달달한 연애를. 매일매일이 기념일이었고, 매일매일이

행복의 연속이었다. 데이트때마다 우리는 고르곤졸라를 시켜먹었다. 그것도 꿀을 '마아아아니' 달라고해서.

아마 난 '마아아아니'를 듣는 순간 그녀를 사랑했었나 보다.


그러한 달콤함은 제법 오랫동안 지속되었었다. 하지만 결국은 끝이 났고 달콤함은 씁쓸함이 되어버렸다.



눈을 맞으며 그 새끼가 서있었다. 난 조용히 뒤로 다가가 네이키드 초크를 걸었다. 광속으로 쳐지는 탭을 받아낸 후 물었다.


"밥은 쳐 자시고 다니세요?"

"응, 근데 술이나 마시자."

"그래. 가자 앞장서."


나와 그 새끼는 동네의 허름한 포장마차로 들어갔다. 이모는 우리가 자리에 앉기도 전에 오뎅한접시와 소주 두병을 들고 서있었다.

그렇게 한잔 두잔 비워가는 술잔에 그 새끼는 술을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꼴아박고 꼬인 혀로 씨부리기 시작했다.


"야...."

"왜"

"잊고 싶은 기억이 왜 잊고 싶은 기억인지 아냐?"

"몰라, 임마."

"잊을 수 없어서야."


말이 끝나자 마자 머리를 테이블에 박고 쳐 주무시기 시작한 그 새끼를 위해 난 해장음료를 사러나갔다.

홍콩배우808은 비싸, 다른것도 비싸... 그래서 그냥 따듯한 꿀물을 사가지고 포장마차로 돌아갔다.

테이블위에 꿀물을 올려 놓으며 그 새끼를 흔들어 깨웠다.


"일어나, 새끼야."

"으으음 으흐엄 ㅓ어엄"

"꿀물이나 쳐 자시고 정신 쳐 차리세요오"

"아니...."

"니가 지금 홍콩배우 808아니라고 거부하냐?"

"아... 아니...."

"뭐래, 임마. 정신좀 차려봐."

"마아아아니...."

"꿀물 좋아하는구나. 너 이생키. 울지마 찌질아 두병다 줄께 울지마. 나라잃은 백성처럼 울지마. 메텔이랑 헤어진 철수처럼 울지마. 정신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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