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우리 친하잖아.
그럼 나는 매번 되물었지.
우리가 친해?
그 때 내가 네게
우리라고 했던가, 말았던가.
고요한 종말
모든 감정들이 방울져 떨어진다.
파장이 은은하게 퍼지고 살결에 파도친다.
셀로판의 무질서함이 생각 속에 구겨진다.
일상이 엉겨붙고 늘어진다.
천재의 무덤을 밟고 선 나는 범인(凡人).
아침에 그는 물었다.
너 괜찮아?
저녁에 나는 대답했다.
괜찮은 것 같아.
그날 밤 그와 함께 검고 깊숙한 것들을 토해냈다.
아침이 오며 나는 입을 닫았고
그렇게 세상은 종말이 왔다.
쾅! 하는 소리가 아닌
외로운 사람의 침묵 속에서.
분리수거의 날
온도가 맞는 사람을 찾고싶다.
가볍지 않은 사람과의 만남은 즐겁다.
최근 낯선 길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낯선 길 위에 서 있는 나 역시 또한 낯설다.
설레고 싶다. 설렌 감정이 그립다.
하루에도 십수번 설레던 그날이 그립다.
최근 새로운 것이 적어짐을 느낀다.
나는 기억한다. 처음 먹어보던 커피의 쓴 맛과
처음 마셔본 술의 아찔함 처음피던 담배...
처음 사랑했던 기억까지!
어서 다 비우고 볕 좋은날 낮잠을 자고싶다.
텍스트로 이루어진 거울
뜻 모를 언어를 보며 감탄하다
문득 혐오스러운 자신을 발견하곤
혹여 누가 보고 있을까 맘 졸인다.
꽃을 본다. 환하다. 볕이 따숩다.
내 마음 진동하지않는다.
묘한 것들이, 채움과 동시에 비워지고
나는 여전히 아침을 맞이하는 요령을 모른다.
마음
누가 오고 누가 가는지
누가 남아있고 누가 놓고가는지.
왕래는 잦으나 머물지는 않는.
여기 이곳에 꽃 심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