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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정렬 5화
게시물ID : animation_453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atsmile
추천 : 0
조회수 : 18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3/05 14:13:38

하루를 시작할 때, 아침이 슬슬 다가와서 창가로 빛이 들어와 내 눈가에 닿는다. 감은 눈을 뜨기가 무섭고, 아프고, 눈물이라도 왈칵 쏟으려한다. 아니, 눈물은 안 되지.

몸을 일으켜 부스스한 머리를 빗었다. 손은 어느 정도 괜찮아졌다.

불씨가 없어진 벽난로에 불을 지폈다. 이제 겨울이 되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추워졌다. 아직 밖은 눈이 오지 않지만, 이제는 나갈 일이 그다지 없다. 지난날의 상처도 거의 나았다. 다리의 상처를 보면서 히죽 웃었다.

손이 심하게 안 다쳤으니 됐어.”

생일이 한 달 남았다. 그때쯤이면 눈이 펑펑 오겠지. 난 할머니와 집에서 편안히 지내면 된다.

할머니에게 가보았다.

할머니, 어제 안 추웠어?”

, 괜찮다, 엔젤. 두꺼운 이불을 덮었잖니.”

할머니는 이불을 가리키며 말했다. 물론 어제 놓았던 스프가 반절 남아서 식어있는 것을 보았다. 어째서인지 조금을 드려도 모두 드시지 못한다. 병에 관해 무지한 나로서는 엄마의 책을 보고도 모르는 것이다.

아픈 건 없고?”

괜찮단다. 엔젤, 너야말로 춥지 않았니?”

아니, 난 괜찮아. 어제 벽난로에 불을 지펴놓고 거기서 잤거든.”

거짓말. 희생을 해서라도 행복하면 좋은 것이지, .

그래, 할머니는 괜찮으니 나가서 놀아도 된다.

, 알았어.”

놀 친구가 없다는 것은 말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알고는 있겠지만, 긍정이라도 답을 해주는 것이 좋은 답이니.

밖이 따사로운 손을 내밀며 나를 초대하고 있다. 날카롭고 시린 칼은 등 뒤로 감춘 체. 많이 찔려봐서 기억하고 있다. 죽지 않을 정도의 깊이가 나를 더 아프게 만든다.

집 밖으로 나와 문 앞에서 쪼그리고 앉았다. 손을 비비며 추위를 잊으려고 노력해 보지만, 로브의 아래로 바람이 조금씩 세어 시리다.

다시 안에 들어가 바구니를 들고 나왔다. 뭐라도 사러가야 할 것 같다. 양초를 생각해보고, 조미료를 생각해봤다. 양초가 우선순위에 놓였다. 오두막집에 양초가 부족해지고 있다. 사러가야 하는데, 내키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언덕을 내려갔다.

 

시장에 도착해서, 언제나와 같이 주위를 살폈다. 양초를 사는 것에도 내 몸을 사려야 한다. 익숙한 행동에 나조차 몸서리쳐진다.

얼른 양초가게로 들어갔다.

양초 좀 주시겠어요?”

, 그래. 어떤 걸로……?”

큰 거 4개만 주세요.”

내 팔뚝보다 큰 양초 4개를 종이에 싸줬다. 바구니에 집어넣고는 가게의 문을 열고 나갔다. 그리고 이번엔 운이 좋지 않다. 아이들이 제각기 돌을 들고 나를 바라보고 있다. 가게 앞이라 던지지 않지만, 내가 움직이기만 하면 던질 것이다. 오늘은 보닛도 하고 나오지 않았다. 이 지역의 영주는 이런 행동을 옹호한다. 모의 마녀사냥과 같다. , 물이 없을 뿐이지, 아픔과 슬픔은 같다. 저주도 같다.

꺼져라! 마녀의 자식아!”

요전번의 그 아이가 나에게 욕을 한다. 들을 수 없게 내 귀를 뜯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바구니를 양손으로 집고, 마을에서 도망치기 위해 달렸다.

빨리 이 마을에서 나가버려! 마녀의 자식이면 얼른 죽어버리라고! 보나마나 마녀가 애비를 유혹해서 낳은 자식이겠지!”

귀를 막지 않고 고개를 숙여가며 전력으로 달렸다. 입은 계속 부정하고 있다.

가장 빠른 길을 가기 위해 골목으로 들어갔다. 가면서 물건들을 넘어뜨렸다. 어차피 애들이 그냥 넘어오면 내 시간만 소비한 것이지만, 최대한의 발악을 하는 것이다.

골목을 빠져나와 다시 다음 골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이것이 화근이 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나무상자에 부딪혀 바구니를 놓치며 넘어졌다. 바구니가 구르면서 양초가 밖으로 나오고, 부서진다. 뒤에서 누군가 날 잡아 끌어올리며 벽에 강하게 밀쳤다. 등에 고통이 선하다.

마녀의 자식! 꼴좋다!”

아까 그 아이다. 손에 돌을 쥐고 있지는 않다.

내 입으로는 아까 잡혔을 때부터 엄마는 마녀가 아니야.”를 되뇌었다. 눈물이 나도 멈추지 않고 되뇌었다.

갑자기 내 멱살을 잡고 자신의 면상에 가까이 대었다. 그리고는 윽박지르며 꺼지라고 강요했다. 그리고는 내가 하는 말을 듣고는 따귀를 때렸다.

닥치지 못해?! 너희 엄마란 년 때문에 우리 마을은 저주받았어!”

우리 엄마 때문이 아니야! 그건 단순히 어른들의 핑계라고!”

이번엔 반대쪽 뺨을 맞았다. 하지만, 난 울면서도 절대적으로 부정했다.

우리 엄마는 남들의 기피에 의해 희생양이 되었어!”

이번에도 뺨을 맞았다.

너희들 부모의 보이지 않는 압력에 밀려 자기 스스로 화형대에 내몰았다고!”

이제는 쉴 새 없이 때려가며 욕을 한다. 덕분에 입안에 피가 나오고, 눈이 침침해진다. 이제는 추켜올려진 눈에 차가운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하늘은 구름이 껴있다.

만감이 교차한다. 눈에 있는 눈물이 옆으로 흘러내린다. 죽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해본 적 있다. 죽기 전의 아픔은 죽은 후에 비해 아주 찰나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아직 미련이 남았다. 할머니와 한줌의 희망이 나의 손을 제지했다. 하지만, 찰나란 생각은 지금에 와서 거짓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슬프지만, 죽음에는 슬픔이 없을 거라 생각한다.

오오! 내 눈이 잘못 된 건가? 아니면, 술에 취해서 그런건가?”

어디선가 뜻 모를 얘기가 내 귀에 들려왔다. 감기는 눈을 떠봤지만, 눈물 덕분에 후드 쓴 여자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다. 삐져나온 적갈색 머리칼 만 보였다. 보나마나 그냥 지나갈 것이다. 마녀의 자식을 품으려거나 그런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다. 마녀의 자식은 원래 그런 것이니까. 결국, 나는 눈을 감아버렸다.



항암치료 끝나고 심심해서 5화 까지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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