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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끔) 흉가에서의 하룻밤 [자작소설]
게시물ID : humorbest_4550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숏다리코뿔소
추천 : 14
조회수 : 8104회
댓글수 : 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03/22 21:27:22
원본글 작성시간 : 2012/03/19 23:46:28
'날좋은 휴일에 이러고 앉았다...' 양철지붕... 어설픈 하얀 페인트칠, 시커먼 창문, 정리안된 잡동쓰레기들. 폐가의 클리셰인 거미줄까지... 전에 들렸던 사람들의 낙서가 훈장처럼 새겨져있다. '도망처', '여기는 진짜야' "허?! 야 봐바, 봐바아~!! 저기이~이! 신발 한짝만 남아있어... 와 대박... 소름끼쳐..." "정말?... 진짜 무섭고 소름끼치는 중인거냐. 너?" "야! 봐보라니까아? 안무서워?" '무섭다는 애가 왜 그렇게 입은 찢어지냐... 좋아 죽네...' "지연아... 배 안고파?" "어? 뭐 먹을까?" (빙그레)"김밥 사온거 먼저먹을까?" 가방에서 주섬주섬 김밥이니 음료수를 찾는 은경이... 고등학교때부터 단짝이다. 저렇게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도 여성스러움이 묻어나는게 확실히 표가난다. '이딴 짓꺼리 좋아하는거 빼면...' "야... 서서 먹어야되?" "무슨~ 저기 식탁있잖아" "뭐?! 저기?" "신문지 깔고 먹으면 되지" 조간신문 몇 묶음중 한묶음을 태연스래 꺼내며 왼손에 들어 달랑거린다. "여성스럽다는거 취소야..." "뭐래니? 기집애..." 야외용식탁... '외외로... 깨끗하네?... 유명한 폐가라서 그런가?...' "먹고 사진찍자" '또 신났다...' "낮부터 찍을거야?" "시간순으로 2시간? 마다 쭉~ 찍고? 마지막 떠날때 집문앞에서 찍고? 뭐... 그런 느낌?" "아..." "너는... 사진찍을껀데 화장 좀 제대로 하고 오지... 머리도 대충 묶고오고..." "왜? 여기 사는 귀신이 총각이래?" "허?! 나한테 반해서 쫒아오면 어떻게해?" "차없는 애는 패스니깐 안되겠네..." "무슨~ 귀신은 날아다니잖..." 끼이이이이익... 끽... 쾅! "?!" "?!" 철문 열리는 소리에 온몸의 털이 서는 섬뜩함을 느꼈다. "허?!!!" '여고생?' 여고생이 우리를 보며 놀랐다. 좀 많이 놀란 것 같다. 생전 저렇게 눈을 크게 뜰 수있는 사람은 처음본다. '아... 아니다... 은경이 니가 더 크다...' 은경이도 정말 놀랐나보다. 나도 물론이지만... '소리지를 뻔 했네...' 여고생 뒤로 남학생이 입에 담배를 물고 따라 들어온다. "어? 아~..." "..." 남학생은 우리를 보자마자 뒤를 돌아 나갔다. 그 뒤를 여학생도 조용히 따라 나갔다. 집 밖에서 짜증을 내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사내놈들이 몇명 더 있는 것 같다. "뭐야... 또 ㅇㅇ 씨ㅂ... ... ..." "아나... ㅁㅎ려ㄱ.. .ㄸ...." "둘다 여ㅈ던ㄷ... ㅎ...ㅊㄲ" "뭐래니!? 쟤네들..." 귀신보다 남고생들이 더 무서운 것 같다... "뭘 신경써 갔는데." "... ... ...여기가 아지튼가봐" "그러게..." 식탁 밑으로 당배꽁초들이 보인다. '식탁이 깨끗한 이유가 이거구만?' ... 폐가를 배경으로 은경이와 셀카를 찍었다. 은경이가 신나서 밝은 표정을 짓고 있으니 나도 웃음이 나왔다. "은경아..." "응?" "니 디카는 어쩌구?" "뭘... 폰카도 잘만 나오는데..." "..." '그놈의 돈지랄은...' 은경이는 폐가를 돌아다니며 셀카를 찍거나 내가 주위를 둘러보는 중의 모습을 도둑촬영하며 시간을 보냈다. '아마 페이스북에 <지금은 폐가. 뿌잉뿌잉^^> 뭐 이지랄 비슷한걸 올렸겠지...' ... 6시가 넘어가자 점점 해가 가라앉는 것이 느껴졌다. 불빛은 하나 없고 집 바로 뒤에있는 야산에 해가가려 그늘이 내려선 폐가터에 정말 안성맞춤의 음산함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은경이가 내 소매를 가만히 잡아 당기며 말했다. "지은아... 니말대로 셋이서 올껄 그랬나봐..." "...니가 두명이 제일 무섭고 재미있을 거라면서..." 솔직히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니 나도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표정관리가 안되는 느낌이다. 얼굴이 점점 굳어간다. 지은이는 집나간 토끼새끼마냥 불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야산을 바라보다가를 반복하고 있었다. "야... 까고... 뒷산이 더 무서운거 같애... ?!?!?" "!??!?" 뒷산에 작은 사람의 음영이 서성이며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음영은 조금씩 조금씩 조심스레 발을 내딛으며 산을 내려오다가 잠시 멈추고, 다시 내려오다가 다시 멈추는 것을 두어번 반복하더니 이내 사라졌다. 은경이와 나는 말없이 그 음영을 바라보다가 서로를 마주봤다. "동네 사람이겠지?" 은경이가 물었다. "할머...니? 같은데?" "나물캐러 올라가셨었나?" '아직은 좀 계절이 이른 것 같지만 토달지 말자... 무서운 분위기에 불을 붙이는 샘이 될 것 같다...' 눈앞에 낙서들이 보인다. '도망처', '여기는 진짜야' '씨발... 진짜 무서워지기 시작한다.' "사진! 사진 사진!" '어라?' 은경이가 핸드폰을 집어들며 다시 생기를 찾았다. "그래... 사진을 찍어야 이 헛수고가 그나마의 소소한 가치를 갖을 수 있지... 찍자 찍어..." "아... 이년...! 더 붙어봐" "아잇! 니가 자꾸 이렇게 달라붙어서 사진을 찍어 대니까 회사사람들이 레즈네 뭐네 그런 소리 하잖아!" "야 그건 그냥 장난으로 하는 소리지~" "그런 소리를 왜 우리 뒤어서 하냐고..." "야아~..." "하..." 괜히 한바탕 소리를 치고나니 무서운 마음이 사라져감을 느꼈다. 찰칵! "야 야 지은아. 이거 배경에 귀신찍히는거 아니야?" "하하 찍히면 세상에 이런일이에 보내자!" "아하하 내 폰으로 찍었으니까 6:4? 콜?" "무슨 내 얼굴이 더 앞에서 찍혔으니까 내 얼굴이 더 크게나왔잖아 내가 6이고 니가 4." 은경이가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을 확인하고 있다. "아... 미친....." "?!" 괜히 별것도 아닌 말에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갑자기 등에서 뒷목까지 한기가 솟구치는 감각을 느꼈다. "...왜?" "화장도 별로 안했는데, 무슨 청순 메이크업한 것 처럼 나왔잖아... 재수없어..." "뭐래니..." '놀랬잖아...괜히...씨...' ... 웅얼웅얼... 웅얼웅얼... "?" "?" "야 무슨 소리 못... ?!?!" 끼이이이이익! 꽝! "저기. 아가씨들" 나와 은경이의 시선이 급하게 대문으로 향했다. 키 작은 할머니... '미치겠네... 진짜...' 너무 무섭다. 별것 아닌 것들이 너무 무섭게 느껴진다. 온 신경이 전부 곤두서있는 것 같다. "저기. 아가씨들... 이시간까지 여기서 뭐혀...어? 집에 안가고?" "아... 할머니~ 저희 오늘 여기서 자고갈꺼에요..." 은경이가 사근사근한 말투로 할머님께 공손이 말씀드렸다. "에? 자고가? 큰일날소릴... 여기가 어떤곳인지나 알고온겨?" "그냥 귀신나오는 유명한 집이라고 해서..." "그걸 알고서 왔다고?? 근디 시방 자고간다는겨?" "에헤헤... 괜찮아요. 할머니..." "괜찮긴 뭐가 괜찮어! 안돼!! 집에 가! 얼른..." "아...하하 괜찮아요. 할머니..." 그 와중에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내가 입을 열었다. "할머니 아까 산에서 내려오신 거에요?" "이?" "할머니 아까 산에서 내려오신 거냐구요..." "아~... 잉~ 맞어... 내려오다 보니께 아가씨들이 여기 서있더만" '눈도 좋다... 할머니가...' "그러지들 말고 얼렁 들어가 잉? 큰일나기 전에 할미말 들어... 잉?" "네~ 그럴게요 할머니..." 은경이의 사근사근한 말 속에는 항상 다른뜻이 있다... 어른 앞에선 말 잘듣는 척하곤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뒤돌아 다른짓을 하는 태연한 모습... <네... 그럴게요 할머니...> 그건 그냥 <할머니, 빨리 그냥 가세요...> 하는 소리다... "그랴... 들어가이잉?" "네... 할머니도 들어가세요~" 할머니가 뒤돌아서는데 지팡이가 눈에 띈다. '지팡이? 지팡이지고 산을 탔어? 저 나이드신 할머니가?' 또 혼자 잡생각이들어 등골이 오싹했다. '미치겠네... 폐가보다 내 잡생각이 더 무서워...' ... ... ... 할머니가 떠나고 나자 해가 지고 빛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조금만 멀리 있는 곳에도 무엇이 있는지 감이 오질 않는다. 은경이가 내 소매자락을 더듬더니 손을 잡으려다가 쓱하곤 다시 손을 뺐다. "왜 잡으려다 말어?" "뭐가?" "뭐야... 너 지금 나 겁주려는 거지?" "뭐가아아..." 오히려 은경이가 겁을 먹었다. '이씨...' 이게 은경이 장난이든 아니든 지금의 무서움은 정말 비명을 지르고 싶어질 정도로 절정에 이르렀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눈에 베여간다. 목소리는 나도 모르는사이 떨리며 불안함이 베여 섞여 터져나왔다. "진짜 니가... 안잡았어?" 좀 전까지 태연하던 내가 울먹하며 겁을 먹어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자 은경이가 씨익 하고 웃더니 나에게 팔장을 끼며 말했다. "알았어! 알았어. 장난이야 장난. 이히히~" "아... 야아~~" 은경이가 낀 팔장의 약간의 온기와 무게감... 이런게 이렇게 사람에게 평온함을 가져다 주는건가... "아! 사진 사진!" 은경이가 잽싸게 팔장을 풀더니 핸드폰을 들어 집주변을 찍기 시작했다. "야! 아... 같이가아!" "어후~!!! 지연이 귀여워!" '어떻게하면 이게 안무섭지... 독한년...' "지연아..." "어?" "..." "뭐어..." "..." "아 뭐야 또 장난치지 말고!!" "저기..." '아 그냥 말해 은경아 제발... 제발... 나 무서워...' "우리..." "뭐... 우리 뭐..." "커피나... 한잔 빨아볼까?" "커피?" 은경이가 가방을 뒤적이다가 휴대용 손바닥만한 귀여운 가스렌지와 주전자, 생수를 꺼내 들었다. "커피가... 커피가..." '골드믹스... 다방커피...' "이 언니의 고품격 입맛은 역시 커피믹스로 종결되지, 에헴!" "이런 에헴같은... 커피믹스가 고품격 종결이냐?" "너~는... 스타벅스 커피가 진짜 커피맛인줄 알지? 노노 아니쥐... 아니쥐 지연아 아니쥐... 이거쥐..." 커피믹스를 달랑거린다. "끌여줘" '예 그럼요... 암... 암... 어련하시렵니까...' "내가 침낭 바닦에 깔게" "어? 여기서 그냥 침낭깔고 자는거야?" "걱정마, 걱정마." 은경이가 가방에서 아까의 신문다발을 꺼내더니 바닦에 넓다랗게 펼치기 시작했다. 괜히 대견스러워 보인다... '아... 똑소리 나는 년... 확 레즈나 되서 저년이나 끼고 살까...' "야 은경아 우리 레즈나 될까?" "크히힛 너처럼 가녀린 애로는 만족할 수 없어" "뭘 만족하게..." "애들은 몰라도 되." '뭐... 크고 우람하고 아름다운거?' ... ... 주전자를 데우며 가스불이 이글거린다. 주전자속 물이 치이이익... 하며 슬슬 끌어 오른다고 보채는 소리는 내자 은경이가 소리쳤다. "됐다~" 침낭 다 깔고 그 앞에 큰 랜턴을 내려 놓은 은경이라 랜턴의 전원을 올렸다. 주변이 다시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어쩌면 그냥 어두운게 덜 무서웠을지도 모르겠다. 은경이가 슬그머니 내 옆으로 다가오더니 침낭을 배경으로 내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번쩍이는 플래쉬... 플래쉬가 번쩍이는 순간 '귀신이 보이면 어쩌지...'하며 마음을 졸이는 내가 너무 미워졌다... 사람은 상상하기에 비겁해진다더니... 나는 초라해지는 것 같다... '무서워...' ... ... 은경이와 침낭에 들어가 커피를 홀짝거리며 이야기를 나눴다. "야... 아까 그 고등학생들... 들어왔을때 안무서웠어?" "뭐가 무서워?" "왜... 우리... 확 덥치면 어떻게해...?" "야 무슨..." "왜~ 우리 자긔 이뿌잖아~" "아~ 징그러... 긔긔 하지 말랬지?" "왜에~ 히힛" 생각해보니 오싹하다... 고등학생들이면 어른 못지않게 힘도 좋은데... 그 여러명이... '?!' '혹시 지금 우리가 여기에 있는거 알고 찾아오면 어쩌지? 또 담배피러 오는거 아니야? 안되... 끔찍하다... 상상하지 말자... 이밤에 미쳤다고 여기까지 담배를 피러올까... 지들도 생각이 있으면...' "무슨 생각해..." 은경이가 골똘히 생각하는 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 그냥... 이것, 저것" "이것, 저것 뭐?" "이번 신상구두 생각한다 왜?" "치..." "치는?..." "지연아..." "응..." "너 저번에 영업팀 차대리..." "차대리?" "어, 차대리 뭐" "차대리가 너보고 밥먹잔 소리 안해?" "차대리가 나보고 무슨 밥먹잔 소리를 해?" "흐응~..." "왜?" "..." "...?" "아니... 저번에 너에 대해서 묻길래..." "뭐? 차대리가?" "어... 관심있나 보던데?" "나 차대리랑 말한마디 해본적 없는데?" "어후..." "왜?" "남자들은 니 외모만 봐도 뭐, 막, 반하고, 막, 뭐 그런다, 뭐, 그런거야?" "뭐래... 또..." "아... 짜증... 지대로... 이런 섬머스마 같은게 어디가 좋다는거야? 다들..." "다들은 또 뭐야..." "... ... ...이거 누가 대려가?... 쯧쯧쯧..." "야 고등학교때... ... ... ... ..." ... ... 밤이 깊어갈 수록 의외로 무서움은 점점 바래갔다. 남자 이야기, 연예인 가십, 고등학교때 이야기, 대학교때 이야기, 연애하던 전남친 이야기, 지금 남친이야기, 회사동료 이야기, 집안 이야기 키우는 고양이 이야기, 최근 패션 프랜드 이야기, 대형 커피체인점 이야기, 영화이야기... ... 은영이와는 아무리 오랜시간을 이야기해도 소재가 끊이질 않는다. 많은 것을 공유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우리 사이는... 커다란 2L생수통 두통을 다 비울때까지 커피를 마시며 밤세워 수다를 떨며 밤을 보냈다. 쥐죽은 듯 조용했던 밤... '폐가가 이런 맛이 있네...' 6시 10분이 조금 넘기시작해자 주위가 밝아오기 시작했다. 햇볕이 느껴지기 시작하자 은경이는 침낭과 신문지를 주섬주섬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는 주전자와 휴대용 가스렌지를 가방에 넣고 끼워입었던 파카를 하나 벗어 가방에 집어 넣었다. "지은아... 나 졸려..." "밤에 우리 뭐했냐...?" "으크크 그러게?" "하하 집에 가자 가서 자야겠다." "아~ 그래 가자..." 대문을 열며 폐가를 나서려는데 은경이가 불러세웠다. "야 사진! 사진 사진!" "아..." 자리에 멈춰서 은경이와 나란히 섰다. 어제밤 일들은 뭐였을까... 하는 생각을하니 자연스럽게 미소가 나왔다. 아마 이번 사진이 제일 잘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 돌아오는 마을버스와 버스터미널, 지하철까지...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어 돌아오는 내내 꾸벅꾸벅 졸았다. ... 한대앞역... 아침에 출발했는데 시간은 벌써 3시가 넘었다. 은경이를 내가 살고있는 원룸과 5분거리의 집으로 바래다 준 뒤에 나도 집으로 향했다. '아... 샤워를 할까... 그냥 잘까...?...' 버스와 지하철 안에서 그렇게 졸아놓고도 왠지모를 피곤함에 난 가방만 방바닥 구석에 던져놓고 침대위로 쓰러졌다. '아... 귀찮아... 피곤해...' 나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들었다. 아주 깊히 잠이 든것 같았지만 시간은 의외로 별로 흐리지 않았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니 시간은 6시 20분. 은경이에게서 스마트폰 메신저가 도착해 있었다. 나를 찍은 사진들 몇장... 폐가를 이기고 돌아온 내가 대견한 마음이 갑자기 들었다. 또 금방 이렇게 사진을 보내주는 은경이도 괜히 갑자기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신저의 스크롤을 내리며 사진을 하나하나 확대해 확인해보았다. '음... 잘 나왔네?' 사진을 다 확인하고 조금 더 스크롤을 내리자 은경이가 온갖 잡스런 애교를 떠는 글들로 도배가 되어있었다. <자긔 다음에 또 가염 넵넵?♥♥♥> <사진 잘나와쮜?^^> <눈여겨 찾다보면 귀신있긔 ㅋㅋㅋ> <우리 자기 코 자염? 자는거에염?> <지연아 자ㅠ ㅠ? 심심해...>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이년이 애교질은...'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웃음이 났다. 서둘러 답장을 보냈다. <사진 잘나왔네 ㅋ 잘찍었엉 ㅋㅋㅋ 포토그래퍼경이 ㅋㅋㅋ> <ㅋ 잤어?> <어^^; 방금 깼어... 완전 기절했음...> <ㅋㅋㅋ 기절 ㅋㅋㅋ 은경아 나 또 보고싶어> <이년이 ㅋㅋ 내일 출근이니까 씻구 자 얼른! 언니말 들어> <ㅠ ㅠ> 스마트폰을 내려 놓고 샤워를 했다. '아... 씻고 그냥 바로 자야겠다...' 피곤함이 가시질 않는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더니 나른함이 더해진다. 침대에 다시 누워 스마트폰을 충전기에 연결했다. 충전기에 연결된 스파트폰에 액정이 들어오며 스마트폰 메신저에 2개의 미확인 메세지가 표시되었다. '은경이?' <자기... 또 자?> <히잉... ㅠ ㅠ> '이대로 대답하면 또 술마시러 가자고하겠지?... 훗... 씹어주마...' 잠을 자려 눈을 감고 이불을 목끝까지 깊게 덮었다. 따뜻함에 금방이라도 다시 잠이들 수 있을 것 같다. 얼마 안있자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아... 은경이년...'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이이잉... ... 위이이잉... 위이이이잉... 위잉.. 위이이잉... 위이이잉... '아... 귀찮게...' 초인종소리가 울렸다. '하... 그래 놀아 준다 놀아줘...' 침대에서 벗어나 현관으로 다가갔다. "누구세요" '누구는 은경이지...' "은경이... 문열어~" "들어와" 은경이가 익숙한 행동으로 침대로 행해 앉았다. "뭐가 그렇게 심심하셔요... 은경양... 응? 잠이나 자라니까..." "응?... 아... 지금까지 잤어... 야 나 핸드폰에 전화좀 해봐... 아까 버스같은데서 흘렸나봐..." "?!" "??" "무슨 또 장난이야 하하 카카오톡으로 그렇게..." "카톡?" '잠깐만... 어?...' 스마트폰을 급하게 집어들어 액정을 켰다. <야...> <야...> <야...> <야... 씨발 야...> "?!?!" '내 사진...' 위이이잉... 위이이이이잉... 위이잉...위이이잉...위이잉... '은경이와 내가 누워있는 사진이다... 뭐야 이거... 버스?..... ?!?!' 폐가사진은 물론 버스, 지하철에서 졸고있는 사진까지 쉼없이 전송되고 있었다. '뭐야... 이거 뭐야...? 누가 이런걸 찍었...' 순간 폐가에서 만났던 고등학생들이 떠올랐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런사진은 찍힌 적도 없고... ?!?!?!' 은경이를 처다봤다. 너무 놀라서 눈을 깜빡이는 것도 잊은 것같다. 눈이 아프다. "지연아... 왜 그래?... 이상해 너... 너... 허?! 야 너 눈 좀봐!..." 스마트폰에서 내가 샤워를 하고 있는 사진이 전송되어 왔다. 내가 방에서 잠든 모습... 옷 갈아입는 모습... 그 옆으로 이상한 검은 그림자가... "지연아...?"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잉... <야... 씨발년아 대답해... 야 대답해> <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 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 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 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 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 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 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 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대답해...> 눈이 감기질 않는다. 눈이 너무 따갑다... 충혈되는 것을 스스로 느낄정도다... <죽여버릴꺼야 대답해... 죽여버린다 개같은년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핸드폰 찾으러 안올꺼야? 어?> 눈에서 눈물이 나온다. '비린내... 비린내...' 은경이가 입을 가리고 눈을 커다랗게 뜬다. '더럽게 크네 눈... 미친년... 다 너 때문이야...' "다 너 때문이야..." "어?!" "다 너 때문이야... 씨발년... 너 때문이야..." '비린내... 피 비린내...' 스마트폰의 진동음이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다리의 힘이 풀려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눈물이 안멈춰...' "은경아... 이 씨발년아..." "?!" "그 폐가... 그 폐가는 진짜야... 도망쳤어야되... 그 폐가는 진짜였어... 도망쳤어야되... 그 폐가 그 학생들 그 할머니 그 낙서... 씨발 도망쳤어야되... 낮에 낙서 봤을때부터 이상했어. 씨발 도망쳤어야되 도망쳤어야되...도망쳤어야되...도망쳤어야되...도망쳤어야되...도망쳤어야되... 도망쳤어야되... 도망쳤어야되...도망쳤어야되...도망쳤어야되...도망쳤어야되...도망쳤어야되... 도망쳤어야되... 도망쳤어야되!!!!!!!!!!!!!!!!" 정신이 흐릿해갔다. 은경이가 나를 향해 달려와 쓰러지려는 나를 끌어안고 통곡하는 소리가 들렸다. ... ... ... ... ... ... ... ... ... 몇달 후... "지연아..." "응?" "배 안고파?" "응 괜찮아..." "먹고싶은거 없어?" "응... ... ... ... ... ... ... 은경아..." "응... 말해..." "그 뒤로 핸드폰 찾았어?" "아니... 못찾았어..." "그래... ... ..." ... "지연이가 차도가 없네요... 선생님..." "아니요, 처음에는 방안에 있는 간호사들만 봐보 소리소리를 질렀었는걸요... 지금 은경씨랑 만나서 이야기 할 수 있는 정도면 많이 호전된겁니다." "그런걸까요..." "그..." "폐가에는... 그... 어쩌다 가신겁니까?" "그냥 재미삼아 갔던거에요..." "거기서 핸드폰을 잃어버리셨다구요...?" "네..." "그 핸드폰으로 은경씨 핸드폰으로 메시지가 끊임없이 온다는 환각증세가 있었던건 알고 계시죠?" "네..." "꺼져있는 핸드폰만 봐도 진동음이 들린다면서 소스라쳤었는데... 무슨 내용의 메시지인지는 혹시 들은바 있으십니까?" "모르겠어요... 그냥 저 때문이라고만..." ... ... ... ... ... ... ... ... ...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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