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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금) [자작소설] 동생의 여름방학 계획
게시물ID : humorbest_4552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숏다리코뿔소
추천 : 17
조회수 : 7700회
댓글수 : 8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03/23 14:31:52
원본글 작성시간 : 2012/03/22 05:16:09
"오빠, 이번 방학때 여행갈꺼야?" "글쎄... 왜? 넌 어디 가고싶어?" 동생이 읽던 책을 접으며 빙그레... 웃는다. "오빠, 내가 생각해본게 있는데... ... ... ... ... ... ... ..." "?!" ... ... ... 동생이라지만 나와 나이는 동갑이다. 이란성 쌍둥이... TV를 가끔보면, 보통의 일란성 쌍둥이들간에 서로 다른 공간에서 서로의 감정을 공유한다거나, 비슷한 시각에 전혀 다른 공간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다거나... 비슷한 시기에 몸에 병이 생기는 등의 이야기를 본 적이있다. 쌍둥이들 간에 맹장수술도 동시에 받는 사례도 있었다고...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았다. 남들에 비해서 유복한 가정에 태어나 불편한 것, 부족한 것 없이 자란 나에 비해서 동생이 받을 수 있는 해택이라곤 동생의 몸에서 자라는 불치의 병마와 대항할 수 있는 고가의 고급의료기술을 남들보다 경제적 어려움 없이 수월하게 받을 수 있다는... 그런 해택 뿐이었다. 동생이 나의 팔을 연약하게 집으며 다시 물었다. "왜... 오빠... 어떻게 생각하냐니까?" "너 미쳤어?" "..." "..." "오빠... 나... 추해저서 죽고싶지가 안아..." "야!!... 너?!" 동생의 큰 눈망울에 눈물이 서서히 차오르면서 나에게 애원하듯 한방울, 두방울씩 눈물을 떨궈댔다. "오빠는 내가... 내가 기저귀나 차고... 흑... 그렇게... 그렇게... 내가 싼 똥오줌도 마음대로 처리 못하면서 고통받다가 죽었으면 좋겠어?" "정은아... 오빠가... 오빠가 있잖아... 왜 그런 소리를 하고 그..." "!!! 오빠가 나때문에 고생하는거 바라보는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오빤 알아? 주말이면 나랑만 붙어있고, 스무살 이날 이때까지 여자친구한번 못만들어보고! 나때문에!!" "그게 왜 너 때문이야... 그런 소리..." "오빠가 안도와주면... 그냥 혼자서할꺼야..." "?!" ... 동생의 이야기를 들은 후로 한참을 고민했다. 충격적인 동생이 말... "자살은 싫어, 사고사로 위장하자. 응?" '나보고 죽여달라는 말이랑 똑같잖아... 자살을 사고사로 보이게하자고?...' 동생이 말했다. "독같은걸 써볼까? 농약 그런거..." "그건 너무 티나잖아... 그걸 어떻게 우연히 마실 수 있어... 집에만 있는 니가..." "흠~... 그럼 감전사는?" "어떻게 감전되?" "욕조에서 내가 거품목욕을 하는 중에 오빠가 실수로 욕조에 헤어드라이기를 떨구는거야!" "너 씻기는 동안에 내가 왜 헤어드라이기를 써... 앞뒤가 안맞잖아..." "집에서 사고날 수 있는게 뭐가있지..." "..." 동생이 잠시 동안의 침묵을 깨며 말했다. "그냥 자살하는 수 밖에는 없...나?" "아니... 하나 있는 것 같애." "허?! 뭐?" 자신의 자살을 꾸미면서 이렇게 신이날 수 있을까... 싶었다. "정은아... 너 정말 그렇게 죽고싶어?" "응!!!" 동생이 당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계획은 이랬다. 2층의 휠체어 승강기를 고장내서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려던 정은이는 휠체어에서 추락... 다만 죽지 않을 확률이 상당히 높다고 생각됐다. ㄷ자 형태로 접혀있는 나무로 짜인 계단... 50kg도 안나가는 정은이가 겨우 저 높이에서 추락한다고해도 굴러 떨어지는 것은 10개단 정도 밖에는 안된다. 죽지않고 좀 다치며 끝날 확률이 너무 높게 생각됐지만... 유일한 방법처럼 보였다. '죽지 못할 경우... 그럴... 그럴 경우는... 내가...' 동생이 계단앞에서 휠체어를 멈춰서서 아래를 응시했다. "오!! 괜찮은데? 이정도면 잘죽겠다!" "... 야 넌 무슨 그런소리를 그렇게 신나서..." "..." "..." "고마워 오빠..." "니가... 니가 원하는 날 이야기해..." "알았어 히힝 오빠 알라뷰? 응? 알라뷰~? 응?"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했다.' ... ... ... 대학의 여름방학은 길었다. 나와 정은이는 언제 자살계획따위를 짰었는지는 까맞게 잊은 것 처럼 방학을 즐겁게 보냈다. 집에서 보내는 날이 많았지만 정은이는 꽤 만족하는 것 같았다. '집에... 뭐 없는게 없으니...' ... 시간을 잡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름방학이 끝나기 5일을 앞둔 어느 날이었다. 여동생과 함께 테라스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책을 읽던 중 여동생이 어느 순간 아이스크림을 바닥에 떨구고는 말이 없었다. 나는 평소처럼 대수롭지 않게 휴지를 가져와 아이스크림을 닦아내 치우고 냉장고로 가서 새아이스크림을 가지고와 유진이에게 한입 베어 물렸다. 유진이가 아이스크림을 오물거리며 말했다. "오빠!... 오늘인거 같애." "응? 뭐... 아! 오늘이 그 영화 개봉날인가? 외출할까?!" "아니~... 그거 말구... 그거..." "응? 그거?" "그거... 이히~ 그~거~"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다. 동생이 어느때보다도 해맑게 웃으며 말한다. '오늘밤... 나를 죽여줘. 오빠' ... ... ... 새벽 1시 정은이와 난 계단앞에서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고있었다. "아하하하하. 그럼 오빠가 그 언니한테 퇴짜논거네?" "뭐 겉으로는 그런 샘이지..." "또? 또 없어? 오빠 좋아했던 여자들 말고, 오빠가 좋아했던 여자는 없어?" 나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뭐야? 오빠~ 지금 이마당에 나한테 거짓말 하는거야?" "아니야... 오빤 정은이 밖엔 없었어..." "정말?..." "그럼... 당연하지..." "오빠..." "어..." "..." "..." "나... 이날 이때까지... 아빠 말고는... 그..." "어..." "그..." "왜? 뭐가? 말해봐." "아직 키스를 못해봤어..." "응?" "오빠가 마지막으로 해주면 안되?" "..." "..." "..." "오빠, 내 마지막 소원이야..." 사실상 내게도 첫키스였다. 휠체어에 앉은 정은이의 얼굴을 한손으로 살포시 감싸며 키스를 했다. 조금은 어설프고, 조금은 어색하고... 그리고... 많이 슬펐다. 키스를 마친 정은이가 멋적게 웃으며 말했다. "에헤헤... 우리오빠, 여자 여렇 울리겠다." "..." 동생의 말의 웃음으로 밖에 답할 수 없었다. 눈물이 멈추질 않는 것 같다... 내동생... "오빠, 이제 시작하자." "... 그래..." 가정용 휠체어승강기 위에 휠체어에 탄 정은이를 태웠다. 정은이는 자리를 잡았다는 듯 나를 빤히 올려다보며 말했다. "오빠." "응..." "사랑해..." "나두... 나두 사랑해 우리 정은이... 오빠가... 정은이 많이 사랑해..." "히히히... 오빠. 밀어 이제." "..." "..." "..." 가만히 눈을 감고있는 정은이를 힘차게 계단을 향해 밀어졌치자 힘없고 가벼운 정은이의 몸이 휠체어와 함께 허공에 잠시동안 붕뜨더니 계단 모서리에 머리가 꺽이며 한바퀴 반을 돌았다. 마지막엔 계단 앞에있는 벽에 다시 머리를 부딪히며 추락을 멈추었다. '이렇게... 이렇게 덧없는 건가...? 죽은거야?' 내가 고장내 놓은 안전장치가 눈에 들어왔다. 승강기의 하강버튼을 누르며 소리쳤다. "정은아!!!!" 시끄러운 소리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거실불을 켜시며 우릴 부르셨다. 눈이 부셔서 가느다랗게 눈을 뜨시던 부모님이 정은이의 시체를 보시곤 비명을 토하셨다. 아버지가 달려와 나에게 고함을 치신다. 아무런 대꾸도 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가슴속에 메아리 친다. '내가... 내가 죽였어요... 내가... 우리 정은이... 내가 죽였어요...' ... 장례식 절차는 신속했다. 통신업계의 거물이신 아버지의 명성 때문일까... 유명 종합병원의 장례식장을 통체로 빌렸는데도 사람 발 디딜틈이 없었다. 형사가 찾아와 사고사 경의를 내게 물으려하자 부모님과 부모님의 형제들이 큰소리로 욕을하며 형사에게 소리를 질렀다. 형제 A : "야이!!! 씨발놈이!!! 야이 개새끼야!!! 니가 형사면 다야?!?!!!" 형제 B : "이 개새끼야!!! 나가!!! 이 새끼가 어디라고 함부러 들어와서 씨발놈이!! 헛소리를!!!!!!" 큰숙모 : "주호야, 괜찮아 듣지마... 저런 미친새끼 말 듣지마... 응?" 큰숙모가 나를 끌어안고 얼르며 나를 위로했다. 형사는 맞는 말을 묻고있었다. 160kg중량을 버티는 고급 휠체어 승강기의 안전장치가 50kg이 체 안나가는 정은이 때문에 파손되서 추락사했다는 것은 분명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였다. 아버지 : "형사님... 무례하게 굴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희 아들이... 저희... 흑... 하.... 흠!흠흠! 하아... 그런 말씀은 이제 접어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부탁드립니다." 소리죽여 눈물을 흘리시는 어머니와 그 옆의 정중한 말투로 형사에게 간곡한 청을 하는 아버지를 모든 하객들이 바라보고 있었다. 형사가 이내 예를 차리며 자리를 떠났다. 형사 : "죄송합니다... 수사절차상 의문점을 남기는 부분을... 그... 알겠습니다. 제 선에서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형사님... 제가 죽인거 맞아요... 제가 범인이에요... 정은이... 제가... 제가 죽였어요...' ... 정은이를 땅에 묻고 친족들만 모여 묘자리 앞에 늘어서있었다. 그 가장 앞에 선 나는 바람이 찬지, 옷이 더럽혀 지는지 따윈 아랑곳 안고 묘앞에 털썩 주저 앉아 허망히 정은이의 묘비를 바라보았다. <이정은 1993~2012 사랑하는 딸 여기에 잠들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한참을 앉아 눈물을 흘리곤 자리를 털며 일어났다. 아버지가 내 어깨를 툭툭하고 어루만지셨다. '내가 죽인거다... 하지만 정은이에게 비밀로 하기로 했으니까... 아무도 알아선 안된다... 아무도...' "아버지... 죄송해요... 제 탓이에요... 제가 정은이에게 좀 더 신경썼더라면... 어머니, 숙모, 작은 아버지!! 제가!!" 내가 신경을 못쓴 탓에 정은이가 추락했다는 말을 하려 뒤로 돌아서자 어머니와 친척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몇분은 담배를 태우고 있으셨고, 어머니는 전화를 받고 계셨다. 숙모님들이 무슨 대화를 하다가 깔깔깔 웃으시더니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셨다. 내 어깨에 손을 두르고 계시던 아버지가 활짝 웃으시며 말씀하신다. "주호야. 잘했어!" 내 앞으로 다가오신 숙모님들 께서도 싱글벙글한 얼굴이시다. "주호야. 잘했어!" "야! 잘했어! 잘했어! 낄~낄낄낄낄" 전화통화를 끝내신 어머니도 환하게 웃으신다. 어머니도 내게 성큼성큼 다가오시더니 말씀하셨다. "후~ 야 속이 다 시원하다 야! 잘했어!" '무슨 소리들을 하고 있는거야?!' "네?" 어리둥절해진 난 사람들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당황되는 기색을 숨길 겨를이 없었다. 표정이 관리가 안된다. 담배를 바닥에 털어끄신 작은 아버지들께서도 다가오시 더니 말씀하셨다. "잘했다." "이 새끼 뭘 좀 아네... 잘했어! 마!" 아버지, 어머니, 친척들... 모두가 내 앞에서서 눈과 귀에 함박웃음을 걸고있다. '미쳤어... 눈이... 눈이 다들 미쳤어...' 입은 찢어질듯 활짝 웃으시지만 모든 사람들의 눈이 희번뜩 거리는 것 같았다. 모두들 내 앞에 서서 나를 칭찬하는 소리가 메아리 친다. "잘했어! 주호야... 잘했어... 잘했다... 잘했어..." ... ... ...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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