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먹어야 산다. 아무리 귀하신 몸도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다. 먹는다는 행위가 인간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 활동이지만, 때에 따라서는 먹는 장소나 시간에 따라 욕을 먹을 수도 있다. 지난 10일 두산-기아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린 광주구장. 연장 12회 승부 끝에 기아가 만루홈런을 얻어 맞고 무너졌다. 기아는 지난 2002년부터 포스트시즌 7연패를 당하는 처량한 신세가 됐다. 김진우와 신용운 등 많은 선수들이 라커룸으로 숨어 들어가 눈물을 떨궜다. 울지는 않았어도 많은 선수들이 고개를 떨구고 가슴 속에 남자의 눈물을 흘렸다. 바로 그 순간. 한 선수가 빵을 먹었다. 모두들 패배의 고통에 가슴 저려하는 순간, 그 선수는 배가 고팠던 것이다. 어쩌면 패배의 고통을 먹는 것에서 달래려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빵을 먹는 그 선수를 바라보는 다른 선수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패배의 아픔에 동참하지 못하고, 저 혼자만의 민생고를 해결하려는 행동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그 선수는 서른을 넘긴 고참이다. 연봉도 다른 선수들에 비해 엄청나게 많이 받는 고액 선수였다. 후배들은 속으로나마 눈에 불을 켰다. "뭐야 저 인간." 아마 이런 말들을 속으로 되뇌었을 것이다. 그 선수가 왜 그 시간에 빵을 먹었는지는 알 수 없다. 워낙 심한 긴장감 때문에 경기전 식사를 전혀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눈물젖은 빵’의 참 뜻을 알고 싶어서 직접 실험에 나섰을 수도 있다. 그도 아니면 열이 받아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빵을 씹었을 수도 있다. 먹는다는 행위가 그렇게 욕을 먹을 만한 행동은 아니다. 그러나 그도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다르다. 패배의 고통에 휩사인 기아의 라커룸에서 먹는 빵 한조각.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스포츠취재팀 <폭탄뉴스.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