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라는 글들이 종종 올라와서 몇자 적어봅니다.

1. 기본기

- 최대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세요. 동네 축구교실 취미반, 구청/시청 문화회관 축구교실, 체대 입시학원에서 운영하는 취미반 등등 선수출신들에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많습니다. 초보 선수라면 초보일 수록 더더욱 선수출신 감독선생님들한테 배우는게 단기간 기량 향상에 가장 큰 도움이 됩니다.

- 시간이나 비용 문제로 감독선생님들에게 배우는 게 어렵다면,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배우세요. 방과후 축구부, 대학 동호회, 동네 조축팀 등등 다른 사람들과 함께 축구하는게 기본기 향상에 가장 큰 도움이 됩니다. 나는 혼자서 벽에 공차면서 연습하겠다는 건 기본기가 잡혀있는 선수들이나 추가훈련할때 쓰는 방법이고, 초보 선수들에게 이런 방법은 기량 향상에도 도움이 안될 뿐더러, 재미 없어서 금방 때려치게 됩니다. '혼자 훈련 열심히 해서 동아리팀에 가자마자 주전먹어야지' 라는 마음가짐은 버리고, 벤치가 싫더라도 함께 훈련하세요.

2. 포지션 롤모델

- 티비에서 나오는 축구는 절대 절대 절대 자기 포지션 훈련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티비 화면은 말 그대로 공만 쫓아 다니기 때문에 공에 관여하지 않는 다른 선수들의 모습은 절대 잡아주지 않아요. 공격수들이 어떻게 수비수들을 달고 다니는지, 미드필더들이 어떻게 움지이면서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지, 수비수들이 어떻게 수비 공간을 잡고 라인을 유지하는지 등등 은 절대 티비에서 잡아주지 않아요. 티비화면이 도움이 되는건 공을 가진 선수들의 발재간을 보여주는 정도에요.

- 자기 포지션에 대한 연구, or 전술적 움직임에 대한 공부를 해보겠다면 축구장을 가세요. K리그, 2부리그, 내셔널리그, 심지어 대학리그라도 상관 없습니다. 유럽 애들보다 못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전국 어느 조축팀을 가든 메시놀이를 할 수 있는 엘리트 선수들이에요. 직접 축구장에 가셔서, 내 포지션에 해당하는 선수를 찍은 다음 공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 선수 중심으로 경기를 보세요. 이 선수가 수비할때는, 공격할때는, 공이 없을때는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지를 계속 생각하면서 보시면, 아마 한 3-4경기 정도 후에는 전술적인 움직임에 대한 감이 잡히실 겁니다. 

-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잡히셨을 때 티비 화면을 보시면 아마 그 전과는 다르게 느껴질 겁니다. 특히 국내 선수들과 기량 차이가 나는 유럽 빅클럽들 선수들을 보게 되면, 예전 감상평이 '와 얘네 진짜 잘하네' 였다면 아마 '뭐야 이 미친 외계인놈들은' 으로 바뀌실 거에요. 티비화면을 보고 빅 선수들의 기량을 본받는건 기본적인 지식+이해가 되고 나서 하시는게 시너지효과가 크게 나옵니다.

3. 기타 등등

- 동호인 선수들이 하는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는 공만 본다는 겁니다. 공에 집중하지 말고 주변 선수들을 먼저 보세요. 우리가 공격중이라면 내 주변에 상대 수비가 몇명이나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우리가 수비중이라면 내 주변에 상대 공격이 몇명이나 얼마나 멀리 있는지 파악하는게 제일 중요합니다. 어느 정도 발이 맞춰진 팀일 수록, 공보다 상대 선수와 공간에 집중하면서 뛰시면 공은 자동적으로 오게 되있습니다.

- 내가 정말 달리기가 빠르다, 아니면 내 개인기는 김흥국선생님 급이다 가 아니라면 공을 다섯번 이상 치지 마세요. 동호인 축구 선수들 대부분이 상대 수비에서 벗어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최대한 상대수비에게서 떨어진 상황에서 패스하는게 깨끗하고 이쁘게 나갑니다. 내가 공을 뺏기기 직전에 하는 패스는 최대한 자제하세요.

- 베컴처럼 프리킥 차는 연습, 아니면 멀리서 멋있게 중거리 넣는 연습은 줄이고 짧은 패스와 트래핑 연습을 늘리세요. 특히 어린 선수들일 수록 '간지나게' 축구하는데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정작 이런 친구들이 5미터도 안되는 짧은 패스 처리를 못해서 쩔쩔 매는 경우가 많아요. 나는 메시가 아니다 라는걸 받아들이고 최대한 간결하게 차세요.

- 동호인 공격수들의 가장 큰 단점은 한정된 슈팅 각도입니다. 골대 중심에서 좌우 45도 넘어가면 대부분 똥볼이 되니까 수비하실때는 최대한 각도를 줄이는데 집중하세요. '내가 각도를 줄이면 어차피 이놈은 똥볼차고 그러면 우리볼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최대한 태클은 자제하세요. 동호인 선수들일 수록 태클 성공률은 떨어지고, 그러면 바로 오픈 찬스가 납니다. 정말 확실한 상황이 아니면 절대 상대 공격수에게 달려들지 마세요.

뭐 대충 이정도네요. 별로 잘 하지도 못하는 놈이 뻘소리 몇개 늘어놓기는 했는데, 그래도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