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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세계에서 영원을 노래하는──……. 7
게시물ID : animation_456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루안네츠
추천 : 1
조회수 : 167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03/07 00:08:42

무척 북적거리네.

오랫만에 온 식당의 감상은 그거였다.

무척 소란스럽고 사람들이 이리저리 들어차있는 식당.
그 모습을 입구에서 살펴보다가 작게 한 숨을 내쉬었다.

왠지 예전에 왔을 때 보다 더 많은 거 같은데.
아니, 확실하게 더 북적거리고 있겠지.

누군가가 매점을 싹쓸이 한 결과로, 매점에 간 사람들은 거의 이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을테니까.

슬쩍 시선을 식기 발매기 쪽으로 옮겨보자 끝없이 이어진 줄이 보였다.
그 줄은 계속 이어져 식당의 바깥까지 나와있을 정도였다.
……이래서야 오늘 점심은 먹을 수 있으려나?

그 광경에 그런 걱정이 들었지만 이내 한숨을 쉬며 나도 식권 발매기의 줄을 늘리는 데에 일조했다.
그래도 점심이 끝나기 전까지 뭐라도 먹을수는 있겠지.

그럼 식권 발매기 앞까지 갈 때까지 뭐라도 먹을지 생각해볼까.
사실은 고민할 필요도 없는 문제기는 하지만 굳이 점심 메뉴를 고민하기로 했다.
안 그랬다가는 이  기나긴 줄의 모습에 정신이 혼미해질 것 같았으니까.

돈까스를 먹을까, 하지만 식비도 없으니 무조건 싼 게 낫겠지.
그럼 양 많고 싼 게 뭐가 있을까.

라면과 우동인가, 그럼 이 두 가지 중에서 뭘 고르지.
뭐, 답은 이미 나와있지만.
우동이다!
개인적으로 라면을 잘 안 먹는다고 해야하나,
그러니까.

그런 억지 고민을 하는 사이 줄은 예상보다 꽤 빠르게 줄어들어 마침내 나는 식권 발매기 앞에 서 있을 수 있었다.

평소에는 이리 빠르게 줄어들지 않는데.
뭐, 오늘같은 날이라서 그런가?

미리 꺼내놓은 지폐를 그대로 투입구에 집어넣고는 그대로 여러가지 버튼 중에서 하나의 버튼을 눌러 식권을 발매했다.

그리고는 또 다시 길게 늘어진 주방 앞의 행렬에 서야만 했다.
뭐, 그나마 식권 발매기보다는 짧으니 다행인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카운터에서 뜨근한 우동을 받아든 나는 눈 앞의 광경에 망연자실하고 말았다.

자리가 없는 것 같았으니까.
저 쪽을 봐도, 이 쪽을 봐도, 저 멀리 살펴봐도 도저히 보이지 않는 자리.
그리해서 결국 이리저리 식당을 돌아다니며 자리를 찾아다닐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이 혼잡한 식당을 돌아다니며 자리를 찾는다는 건 이만저만한 고역이 아니였다.
자칫해서 다른 사람하고 부딪힐 뻔 한게 몇번이나 되는건지.

가까스로 비어있는 자리를 찾아내 잽싸게 앉고는 쟁반을 내려다 놓았다.
배고파 죽겠네, 어서 먹어야지
자, 그럼 잘 먹겠습니다.

속으로 그리 말하고는 그대로 젓가락을 들어올린 순간 앞에 있던 이름 모를 누군가가 당황한듯이 갑작스럽게 자리를 뜨더니, 그 뒤를 이어 누군가가 앉는 모습이 보였다.
그와 함께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여기 있었네. 사준다고 했는데 잊어먹은거야?"

그것에 고개를 들어보자 지효가 장난기 어린 얼굴로 빙긋 웃으면서 손에 턱을 괴고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응? 사준다고?"

그것에 잠시 기억을 뒤적거리다가 아침에 있었던 일을 떠올릴 수 있었다.
이크, 잊고 있었네.
난 바보인가? 기억하고 있었으면 식비를 아낄 수 있었을텐데.
그것에 속으로 아쉬움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사버린 건 어쩔 수 없지.

"아, 미안. 잊어먹고 있었네. 나중에 사주면 안될까?"

그리 대답하고는 우동 면발을 집어 그대로 입에 가져다 넣었다.
음, 역시 가끔 먹는 우동은 맛있다니까.

"그럼 어쩔 수 없네. 사주는 건 취소."
"엑?! 그게 뭐야?"

그 대답에 후루룩하고 빨아들이던 우동 면발을 툭하고 끊어버릴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아침 얻어먹은 걸 무시할수는 없으니까. 다른 걸로 해줘도 되지?"
"그럼 돈으로 해 줘. 너 때문에 식비가 간당해서 죽겠다."

물론 진담입니다.
식비가 거덜날 지경이라고.
그 대답에 지효는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풋, 그게 뭐야. 농담하지말고."
"농담이 아닌데요?"

정말로 식비가 거덜나서 내일부터는 소금과 간장으로 하루를 연명해야할까?
고민도 하고 있으니까.
사실은 그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알았어, 내일 기대해 ~ ♬ 그럼 우동 맛있게 먹어~"

하지만 지효는 내 요청을 그대로 묵살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그 말만을 남긴 채 갑자기 나타난 것 처럼 갈때도 홀연히 사리지듯이 식당을 떠나버렸다.
식비 지급해달라니까요, 이 양반아.

그나저나 사람이 이렇게 북적거리는 식당에서 요리저리 빠져…… 나가는 게 아니군.
마치 모세의 기적처럼 인파가 갈리며 지효가 가는 길을 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우동을 흡입한 나는 짤막한 생각을 떠올렸다.

저리 인파가 길을 여는 이유는 보나마나 휘말리기 싫다는거겠지.
그래, 지효가 만들어내는 트러블에.

지효는 늘상 트러블을 만들어내서 트러블 크리에이터 라는 별명이 만들어져 있을 정도니까.
뭐, 그 때문인지 내 주변에 사람이 없어졌기도 하고.
지효가 떠났으니 얼마 안 있으면 원래대로 원상복구 되겠지.

그대로 그릇을 들어올려 국물까지 다 마시고서는 나지막하게 만족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역시 우동은 식비가 없는 사람을 구원한다니까."

~

디이잉 ── 디이잉 ──

모든 교시가 끝나고, 종례도 끝마친 교실.
저마다 부산스럽게 교실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평소 같으면 나도 저 광경에 끼어있겠지만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이걸, 어제 빌린 옷을 갖다주러 가야하니까.

곱게 개놓은 바바리코트, 그 위에 올려진 중절모와 선글라스를 들고는 그대로 교실을 나섰다.

연극부가 어디 있었더라?
어제의 일을 잠시 떠올려 부실이 어디 있었는지 기억해낸 나는 2층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연극부의 문 앞에 선 나는 문을 열기 전 심효흡을 할수밖에 없었다.
이 문을 열고나서 닥칠 상황이 예상갔으니까.

부 물품을 훔쳤다고 연극부의 부장한테 호되게 혼나려나.
아니, 운 나쁘면 이 연극부의 고문 선생님한테 야단맞을수도 있겠지.
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 빌린 거라지만 부 입장에서는 훔쳐간 셈이나 다름없는거니.

어찌 되었든간에 계속 여기에 서 있어봤자 아무것도 못하니까 조심스럽게 노크하고는 그대로 문을 열었다.

"어제 빌린 옷 갖다주려 왔습니다. 들어갑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허리를 깊게 숙이고 있는 여자아이가 보였다.
……엉?
그 앞에서 의자에 앉아있던 소녀가 고개를 돌려 응? 누구지? 하는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척 무심해보이는 인상이었다.

"……"

왠지 때를 잘못 잡은 거 같아.
지금의 상황에 뭐라 할 말이 없어 침묵만을 지키고 있을 때, 허리를 숙인 여자가 숙인 채로 고개만을 돌리는 모습이 보였다.

"앗…,"

잠깐 그런 탄성이 들리더니 황급히 손으로 입을 막는 소녀.
그리고 나는 허리를 숙이고 있던 여자아이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었다.
어제 여기에 있었던 그 애네.
그렇다면 나 때문에 혼나고 있는건가?
이런, 미안하게 됬네.

"네가 훔쳐간 거 였구나?"

의자에 앉아있던 소녀는 중얼거리듯이 말하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며 허리를 숙이고 있는 소녀에게 말했다.

"지혜야. 넌 너무 사람이 착해서 탈이라니까, 훔쳐간 게 분명한데도 그걸 굳이 감싸주려고 거짓말까지 하다니. 자, 그럼 그만하고 허리 펴. 이제 다 알았으니까 계속해서 '내가 가져가서 잃어버렸다.' 그런 거짓말은 안해도 되니까."

그리고는 그대로 의자에서 일어선 소녀는 나한테로 다가왔다.
초승달 같이 휘어진 눈매가 너무 차가운 느낌이 들어서, 무심한 인상이 얼음같이 차가워 보였다.
그것에 앞으로 있을 상황이 예상되서 침을 꼴깍 삼키고 말았다.
으, 분명 호되게 혼나겠구나.

바로 내 앞까지 다가온 소녀는 인상을 살며시 찡그리며, "물을 필요도 없겠지만 혹시나 하고 묻겠는데 네가 훔쳐간거지?" 하고 물어왔다.

윽, 올 게 왔군.
어쩔 수 없지.
죄송하다고 말하는수밖에.

"ㅈ……"
"아진 부장님! 거짓말 해서 죄송해요! 사실은 제가 빌려준 거예요."

그리 생각하며 입을 열려던 찰나 내 말을 가로막듯이 누군가의 말이 들려왔다.

응? 이게 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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