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번 영웅전설 시리즈만큼 날 빡치게 만든 작품은 처음인거 같다.
한글화는 겁나 감사한데. 진짜로 눈물나게 감사하면서 섬궤 1, 섬궤 2 나란히
DLC판, PS3판, VITA판 죄다 질렀는데.
종반까지 재밌게 하다가, 마지막에 이렇게 어? 하면서 내가 병신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어찌되었든 간에 그 스토리 내에서의 큰 갈등을 해결하고,
세상이 알아주든, 아니든 '영웅'이 되는 주인공과 그 동료들의 그 서사가
영웅전설의 핵심이고, 주가 되는 거였는데.
뭐야 이건.
창세기전처럼 그냥 모두가 꼭두각시. 딱 누구 한명이 철가면 포지션이긴 하네.
그나마도 창세기전에 비할수가 없는게,
창세기전은 호불호가 갈릴지언정 파트 2의 엔딩으로 '모두가 꼭두각시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깔끔하지는 못할지언정 전 시리즈 다 해온 사람들로 하여금 '아...'란 감탄을 자아내는 결말을 냈다.
하 시벌. 진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영전 빠돌이고, 영전이 십여년만에 한글 정발한다는 소식 듣고
나이도 잊고 신나라했는데.
가가브 트릴로지가 끝나고 천공의 궤적이 시작되면서 '내 영웅전설은 죽었어..' 이러다,
그래도 영웅전설이잖아.. 싶어서 하나 둘 깨고, 제로의 궤적을 만질 무렵엔
'역시 그래픽이 바뀌어도, 조금씩 시대에 맞춰 온갖 모에 코드를 집어넣을지라도 팔콤은 팔콤이구나.' 싶었는데.
섬궤 2는 진짜 작중 모씨마냥 그 심장을 파괴하는 작품이었음.
아, 허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