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숨진 황유미씨 실화를 다룬 영화 <또 하나의 약속>(사진)이 내년 2월 개봉된다. 28일 ‘또 하나의 가족 제작위원회’는 <또 하나의 약속>의 개봉일이 내년 2월6일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영화는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딸이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후 산업재해를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황유미씨와 아버지 황상기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황유미씨는 21살이던 2003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 입사한 후 2005년 백혈병 진단을 받았고 2007년 세상을 떠났다. 황상기씨는 딸의 죽음이 산업재해 때문이라는 것을 인정받기 위한 투쟁을 6년 넘게 이어왔다.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고, 시사회 전회가 매진되는 등 호평을 받았다. 당초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될 예정이었으나 <또 하나의 약속>으로 변경했다.
기업 투자가 쉽지 않아 제작두레로 일부 제작비를 충당했다. 제작두레는 예비 관객을 대상으로 제작비를 모금한 후 시사회 입장권이나 DVD 등으로 돌려주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6800여명이 참여해 2억8000여만원의 제작비를 모았다. 배급은 신생배급사인 올(OAL)이 맡았다. 박철민이 딸의 죽음을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위해 애쓰는 아버지 한상구씨 역을 맡고, <용의자X> 각본을 쓴 김태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상구는 택시를 몰면서도 딸을 생각할 때면 늘 웃음이 나왔다. 딸 윤미가 세계 굴지의 ‘진성 반도체’ 공장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2년 후, 스무 살 꽃다운 아이 윤미는 백혈병에 걸려서 왔다. 막대한 병원비에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다.
왜 이런 불행이 왔는지… 딸 윤미는 자기 탓 인양 미안해했고 그럴수록 상구의 가슴은 아팠다. 그러던 어느 날, 상구는 윤미의 회사동료들도 희귀병에 걸렸다는 걸 알게 되는데…
제작노트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백혈병 환자가 발생한 뒤 산업재해로 판정 받기 위해 법정 싸움을 벌였던 실화를 영화로 옮겼다. 택시 기사 상구는 딸이 국내 최대 반도체 공장에 취직한 것을 자랑스러워하지만 2년 뒤 딸이 백혈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는다. 영화는 삼성이라는 거대 기업과 싸우는 나약한 개인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택시 기사 상구와 그의 가족은 물론 그를 돕는 노무사나 백혈병에 걸린 직장 동료의 가족들 모두가 큰 소리를 치며 싸움을 시작하지만 거듭 마음의 동요를 겪는다. 대기업은 그들이 뭉치지 못하도록 교묘한 회유와 압력을 행사한다. 산업재해로 인정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면 거액을 주겠다는 식으로 문제가 사회적으로 커지는 것을 막는다. 동료를 백혈병으로 잃은 사람들도 증인이 되거나 제보를 하기를 꺼린다. 더러는 기업에 대한 애정으로, 더러는 가족의 안녕을 위해서 말이다. 영화는 싸우는 과정에서 번번이 좌절하고 낙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는다. 동물이던 멍게가 바다에 뿌리내리고 살면서 뇌가 없는 식물이 된다는 말로 현실을 자조한다. 그러나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또 하나의 가족>은 소시민의 작은 승리로 그 희망을 전한다. (남동철/2013년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