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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해영] 몇 가지 가정과 잡설들에 대하여
게시물ID : drama_456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밀덕덕
추천 : 20
조회수 : 1708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6/06/09 23:4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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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전해영과 한태진의 이야기를 다루어 보려고 했지만 무리다. 
 
이전에 올린 글들을 다시 살펴보니 비몽사몽 쓴 지라 오탈자도 많고 중언부언, 이상한 소리도 많고 해서 도저히 뭔가를 더 쓸만한 깜냥이 나질 않는다. 그들의 이야기는 나중에 컨디션 좋고 집중력 빠방하고 자신감이 생길 때 정리해서 올리도록 노력하겠다. 
 
그런 고로 이번에는 남주와 여주에 관하여 그리 복잡하지 않은 간단한 잡설과 소소한 이야기로 잠시 쉬어가보도록 하자.
 
 
 
1. 만약 이 드라마상의 모든 일들이 벌어지지 않고 오해영과 박도경이 만났다면?
 
 
한태진이 박도경의 훼방 유무와는 상관없이 어차피 망했을거라는 사실을 이제는 시청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한태진의 수감은 기정사실이었고 오해영은 파혼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한태진은 똑같이 행동했을 테니까.
 
파혼한 오해영이 박도경과 지금처럼 만나게 될 가능성은 꽤 높다. 파혼 이후 박도경의 옆 집으로 이사온 것에 박도경은 아무런 영향을 미친 적이 없으므로 이유야 어쨌든 결국 그들은 만나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두 사람이 지금처럼 사랑에 빠지게 될까? 글쎄. 그럴 필자의 생각으로는 그럴 확률은 그리 높지 않을 것 같다.
 
 
이전부터 필자는 박도경이 강박성 성격장애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 적이 있는데 만약 박도경이 진짜 강박성 성격장애라면 서해영은 박도경이 가장 싫어하는 스타일의 여자이다.
 
감정적이고 예측불가능하고 제멋대로에 충동적이며 시끄럽기까지한 여자. 그리 친한 사이도 아닌데 이러쿵 저러쿵 간섭하는 서해영의 모습을 박도경은 매우 불쾌하게 여겼을 가능성이 높다.
 
서해영 역시 박도경의 외모에 순간 눈길이 갔을 수는 있지만 놀라운 촉과 눈치로 이 남자가 자신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으며 성가셔한다는 것을 금세 알아채고는 자신의 심심함을 달래줄 남자를 찾기 위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서해영이 약한 수준의 회피성 성격장애를 가지고 있다면 더더욱 그러할 것.
 
혹여 자신과 같이 파혼을 당한 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결국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며 방치하지 않았을까 싶다.
 
에이... 설마 하겠지만 박도경은 애초부터 원만한 대인관계를 만들만큼 주변머리가 있거나 성숙한 인성의 소유자가 아니며 서해영의 괴로움을 안다고 해도 자기 자신의 불행을 감당하기에도 벅차 서해영까지 케어해줄 여유는 없었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박도경 같은 스타일의 남자가 서해영과 같이 정반대의 여자에게 관심과 배려를 해주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까칠하고 남에게 관심없는 남자가 정반대의 스타일인 여자에게 싫어도 눈을 떼기 어려울 만큼의 이유가.
 
 
 
2. 다 뛰어넘고 드라마속 사건들을 겪지 않은 박도경과 서해영이 결혼까지 했다면 어땠을까.
 
 
어차피 가정일 뿐이므로 연애 단계를 뛰어넘고 바로 결혼으로 들어 가보자. 1년만에 돌아온 전해영 때문에 빡이 친 박도경이 술 한 잔 빨고 옆방에 잘못 들어가 사고쳐서 도덕적 결벽증 뭐 이런 거 때문에 결혼까지 했다고. 과연 그들의 결혼 생활은 행복했을까?
 
강박성 성격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특징은 자신이 생각하는 완벽하게 통제된 상황을 원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예상 밖 상황이 발생하거나 컨트롤 할 수 없다면 불안 혹은 분노를  느낀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박훈을 보며 화를 내거나 뒷통수를 치고 가장 친한 친구라도 자기 기준에 맞지 않으면 두 번 다시 너랑 목욕탕 가지 않는다며 투덜댄다.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돈을 주는 의뢰주와도 몸싸움을 벌이는 정도.
 
이렇게 꽉 막힌데다가 스스로 개선할 의지도 별로 없는 남자와 결혼해서 사는 여자는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집 안 일에 꼼꼼한 편도 아니고 설렁설렁 사는 스타일이지만 눈치를 보며 타인에게 맞춰주는 것에 익숙한 서해영의 스타일상 처음에야 그럭저럭 견딘다해도 결국 속으로 곪아가며 언젠가부터 술 먹고 폭발하여 다투는 일이 비일비재할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성향이 단순히 아내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도 해당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주 중증의 강박성 성격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이가 이유 없이 땡깡부리며 우는 것조차 참지 못하고 폭력을 가하는 경우도 있다. 그게 설령 자신의 아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아내뿐만 아니라 아이에도 자신의 기준을 강요하며 자신의 의도대로 통제되길 바랄 것이고 아이는 자신의 아버지를 애정의 대상이 아닌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기게될 가능성이 높다.
 
젓먹이 때부터 우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벽걸이에 포대기채 걸어놓고 울든 말든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만 해주던 중세 유럽식 귀족가의 유아 교육 방법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이를 대하는 것이 일반 상식과는 다소의 괴리가 있을 것은 분명하다.
 
더 큰 문제는 서해영의 엄마가 자기 딸이 이런 결혼생활을 하는 걸 가만히 지켜볼 리가 없다는 것에 있다. 자기 딸의 일이라면 열일 제치고 나서는 성격이니 서해영 엄마가 등판해서 간섭하는 순간 박도경과 서해영의 결혼 생활은 더욱 위태로워졌을 것.
 
정리하자면 그들의 결혼 생활은 그리 행복하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만약 서해영이 결혼 생활의 스트레스로 인하여 흑화되어버렸다면 어떤 스타일이 될까. 개인적인 예상이지만 박도경의 엄마인 허지아 여사와 비슷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3. 작가 빅피쳐설? 우주의 기운설? 평행우주론?
 
 
원래의 박도경과 서해영의 성격과 문제점들을 가만히 보다보면 이 드라마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그들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 꼭 거쳐야하는 일종의 통과 의례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이다.
 
 
강박적이고 자기 기준과 고집이 세며 사랑에 대해 잘 모르고 대인관계도 원만하지 않은 남자.
의존적이고 타인의 평가와 시선에 민감하며 본래의 자신을 드러내는 것보다 숨기고 사는 것에 익숙한 여자.
 
 
이 정반대의 사람들이 만나서 행복해지기 위한 조건은 아마 서로가 자신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스스로 그걸 개선해 나가려는 노력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그들이 자신의 성격과 문제점을 반드시 고쳐야할 정도로 절박한 이유와 상황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흔히들 말하지 않는가. 사람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고 고쳐 쓰는 거 아니라고. 드라마 속 상황정도가 아니면 과연 그들이 자신들의 문제점을 고칠 수 있었을까.
 
사랑으로 고치면 되지 않느냐고? 글쎄. 사랑해서 연애하고 결혼했지만 사랑이 식고 결혼 생활 내내 충돌하며 이혼하는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과연 사랑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 같지는 않다. 정 짧고 의리 없는 것들이라는 드라마속 대사가 아니더라도 사랑으로 이어져 증오로 끊어지는 케이스는 너무나 많다.
 
이쯤에서 생각해볼만한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박도경이 지금까지 보았던 환각 중에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않은 것들이 두어가지 있었다는 것이다.
 
4화의 식당 조우씬 이후 박도경은 재킷 차림의 서해영이 품에 안기는 환각을 보았지만 그것이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다.
 
8화에서 서해영에게 전화를 건 직후 박도경은 갑작스레 통증을 느끼며 서해영이 무언가에 놀라 뒤를 돌아보는 장면을 보았지만 그것 역시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않았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가설은 환각을 보내주는 미래의 박도경이 한 명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쪽이다.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쳐 박도경이 서해영과 사랑을 이룰 수 있도록 분기마다 적절한 진행방향을 알려주는 박도경이 사실은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
 
일단 박도경이 동창회에 참석했다가 열쇠를 잃어버려 혼자 밤길을 돌아다니던 서해영을 찾아가지 않았다면 서해영은 살인마에 의해 살해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후에도 박도경이 찾아가지 않았다면 술 먹고 제멋대로 돌아다니다가 서해영이 차에 치었을 지도 모른다.
 
더욱 특이한 것은 박도경이 교통사고의 통증을 느낀 적이 한 두번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른 환각들은 대부분 한 번만 등장하고 사라져 다시 나타나지 않는데 통증은 여러 번에 걸쳐 느껴지고 있다.
 
서해영과 인연이 사라질 때마다 혹은 서해영이 큰 일을 당해 사망할 때마다 역시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하는 다른 박도경들이 있었다면 어떠할까. 박도경이 느낀 통증들이 실제로는 다른 평행우주속의 실패한 박도경이 죽어나갈 때마다 느껴지는 것이었다면?
 
만약 이 가설대로라면 박도경과 서해영이 현재 겪는 일들은 자신들의 행복한 미래를 쟁취하기 위해 겪어야하는 일종의 퀘스트일지도 모른다. 다른 누구도 아닌 결국 실패한 자기자신들이 너만은 꼭 성공하길 바라며 보내오는 퀘스트.
 
 
12화에서 서해영과의 사랑을 쟁취하기로 결심한 박도경이지만 환각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을 지도 모른다. 고치고 이겨나가야할 관문이 여전히 남아있으니까. 
 
사실 개인적으로 이 환각이 정확히 어떻게 일어난 일인지 작가나 감독이 설명하지 않고 그저 묻어둔 채 시청자들의 상상과 추론에 맡기길 바란다. 때로는 그저 미스테리 혹은 설명불가능한 것으로 남는 것이 더 아름답고 완벽해 보일 때도 있으니까.
 
문득 든 생각인데 어쩌면 이 모든 사건의 원인과 배후엔 박도경이 아니라 다른 인물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게 누군지는 뭐... 글쎄다.
 
하여간 어디까지나 이 내용은 필자 개인의 추측을 써 본 것 뿐이니 너무 깊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
 
 
 
4. 이대로 끝내기로 결정한 박도경의 미래는 어땠을까.
 
 
어차피 쭉 가정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므로 또 한 가지만 이야기하고 끝내보도록 하자.
 
12화에서 서해영과 헤어지기로 결정한 박도경이 결국 후회와 미련 속에 차에 치어 죽었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져 있다. 그럼 서해영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한태진이 회사까지 찾아와 비아냥 거렸듯이 서해영이 다시 한태진을 선택한 것일까. 글쎄... 일시적으로야 그럴 수 있지만 필자의 견해로는 서해영이 끝까지 한태진과 이어졌을 것 같지는 않다.
 
두 번 연속 배려와 합리성을 핑계로 비겁하게 도망간 남자 두 명에게 학을 뗀 서해영이 옳다쿠나 하며 한태진 너라도 좋으니 다시 만나보자 했을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이전보다 흑화되어 자신의 속마음을 꼭꼭 숨기고 누구에게도 마음을 허락하지 않는 차가운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마지막 환각에서 길거리에서 마주쳤을 때 서해영이 박도경을 바라보던 시선에는 경멸과 분노로 보이는 감정이 실려 있었다.
 
어쩌면 12화에서의 애원처럼 여전히 박도경을 그리워하며 후회하고 결국 증오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박도경이 전해영에게 그러했듯이. 이랬든 저랬든 두 사람은 꽤 많이 닮았으니 말이다.
 
박도경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희란에게 전해들은 서해영은 과연 어떠했을까. 추측밖에 할 수 없긴 하지만 그녀가 기뻐했을 가능성이 0%에 가까울 거라는 건 확실해 보인다.
 
이쪽으로 갔다면 진짜 새드 엔딩으로 점철된 드라마가 되었겠지만 박도경이 자신의 선택을 바꾸기로 하였으니 그들이 이야기가 정확히 어떻게 진행되었을지는 영원히 미궁으로 남게 된 것 같다.
 
 
p.s 아. 전에 어느 분이 퍼가도 되냐고 물으셨었는데 마음대로 하셔도 됩니다. 저는 글 써서 돈 벌어 먹고 사는 것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미로 쓴 거라서. 다만 제가 미처 수정하지 못한 오탈자를 고쳐서 올려주셨으면 하고 출처나 제 닉네임을 언급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히려 닉네임은 가려주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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