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날라리' 였습니다. 담배,술은 기본중의 기본이었고 학창 시절 수업이라곤 제대로 들어본 적도 없었습니다. 부모님이, 아니 어머니께서 학교에 불려간적이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제 자신 스스로 '날라리'라는 것에 대한 인식이 없었고 그렇게 저는 나태해져 갔습니다. 선생님께 반항하다 맞은건 수도 없었고 부모님께 맞은것도 수도 없었습니다. 그저 내 '마음대로' 내 '편한대로' 가 좋았습니다. 공부에 대한 제어를 받지 않고 되는대로 사는 인간. 그게 저였습니다. 저와 달리 부모님 말씀 잘듣고 할 공부 다하고 학교에서 '모범생'으로 통하는 동생은 저를 '개'보듯이 보았습니다. 물론 티내지는 않았죠. 하지만 동생이 저를 쳐다볼때의 눈을 보면 알 수 있었습니다. '니가 그러고도 인간이냐' 나에겐 가족이라는 개념이 없었고 설사 있다 하더라도 그건 나에게 하찮은 존재였습니다. 고등학생이라는 신분을 숨기고 나이트 클럽이든지 아르바라던지 다 뛰면서 놀았습니다. 맞는게 일상생활이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매일 밤 12시이후에 들어오거나 외박을 하는 제가 어쩌다 들어올때면 야구 방망이는 기본이었고 골프채 아니 그외 모든것으로 때리시기 일쑤였습니다. 제겐 짜증이었습니다. 내 맘대로 사는거 왜 아버지라는 이유로 상관이냐고. 그때 이미 제겐 아버지나 어머니나 동생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습니다. 그러던 날. 여느때와 같이 새벽 2시쯤 집에 들어왔습니다. 집에는 동생 혼자만이 있었습니다. 원래 말도 잘 안하고 지내던 사이라 서슴없이 방으로 들어가는데. "미친새끼." 동생이 던진 말이었습니다. "니가 고등학생 날라리 소설 주인공이냐? 완전 양아치. 미친놈 니가 그러고도 내 형이냐??? " 원래 항상 듣던말 날라리, 양아치. 하지만 제깟게 형한테 반말이나 찍찍해대면서 '날라리'라는것을 부각시켜주는 제 동생이 미웠던지 그냥 패버렸습니다. 다음날, 그리고 그 다음날. 이틀동안은 아예 집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가족이 모두 병원에 갔다는 소식을 들은 나는 가볼까 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도 않은채 여느때와 같이 친구들과 양아치 짓이나 했습니다. 가족들이 병원에 간 이유는 어머니 때문. 어머니께서 속이 며칠 동안 안좋다고 하셔서 가족들이 모두 병원에 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런것에는 전혀 신경쓰지도 않았고 신경 쓰는 가족들이 없어 더 좋았습니다. 그렇게 한 일주일쯤 지났을까. 3일 외박하고 집에 들어와보니 아버지와 동생이 있었습니다. 또 야구 빠따로 맞겠네 하고 들어서는데, 아버지께서는 아무말도 하지 않으시는 것이었습니다. 어안이 벙벙하던 내가 방에 들어가려던 순간, "난 있잖아. 세상에서 형이 제일 증오스러워." 무슨 꼭 소설속 대사도 아니고. 참나 하면서 방에 다시 들어가려다가 고개를 들렸을때 보이는 건 아버지의 얼굴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무표정으로 계속 내 얼굴만 쳐다만 보았습니다. 그때 순간적으로 든 생각은. 그래서 왠지 알게 모르게 슬펐던건. '아버지가 나를 포기하셨다.' ... '이제 내가 널 포기해야겠구나.' 이렇게 들리는 아버지의 눈. 하지만 이내 눈을 돌리고 방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10분후, 오히려 너무 조용한 집안 분위기 탓에 더 적응이 되지 않았던 저는 또다시 나와버렸습니다. 새벽 2시반경 제일 친한 놈 하나를 부르고, 그냥 무작정 돌아다녔습니다. 그때 대화. "야야 우리집 지금 장난아니게 분위기 죽여준다 ㅋ 무슨 소설같지 않냐? 나같은놈 양아치에다 내 동생 그거 공부 존나 잘하잖아-_-. 근데 일주일 전 쯤에 엄마 또 아프다네 ㅋ" "새끼 니가 뭐 삼류 드라마 주인공이냐?ㅋㅋㅋㅋ" 그때까지도 난 몰랐습니다. 드라마와 소설같은곳에만 나오던 그런 일들이 현실로도 가능 할 수 있다는것. 내가 그 삼류 드라마의 주인공이 될것이란것. 얼마뒤 아버지께서 저를 부르셨습니다. 또 뻔하겠지 맞겠네 하는 생각과는 달리 아버지께서는 한참을 기다리시다 말씀을 꺼내셨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은 무사히 해야 될거 아니냐." "...... 사람까진 안죽여서요. 졸업은 될껀데요." "......" "......... 나가보겠습니다 약속있어서요. 팰거아니시면." "....... 아빠가 이제 너 포기했다." "......." "......... 포기했다 이제." "잘생각하셨네요. 저 지금 나가봐야 되거든요." "아빠가 아들을 포기한다는건 이제 더 이상 넌 내아들이 아니라는 뜻이다. 니가 지금은 나태하고 그런 모습이 아무렇지 않겠지만, 나중에 니가 더 큰 사회에 나가면..." "아 @!3##$! 그말 좀 아 진짜!!!" ".......미안하다." "......" "........ 어차피 이렇게 될걸 더 빨리 포기할걸 그랬구나." 그 말을 끝으로 전 나와버렸습니다. 매일 듣던 말들. 꾸지람. 하지만.. '아빠가 너 이제 포기했다.' ... 이말이 철없던 제게.. 그런 제게도 왜 그렇게 슬프게 들렸는지요. 그때문이었는지 처음으로 어머니 병원에 찾아갔습니다. "..... 형이 여기 왜 오는데? 니가 엄마 아들이냐? 어?" 동생이 엄마 곁에서 지키고 있었고, 이내 엄마가 말씀을 하셨습니다. "우리아들 왠일로 엄마 병문안왔어." "......" 그때 엄마는 처음으로 아빠와 같이 따뜻하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길게. "성현아 .. 고등학교 졸업하고 취직할 수 있는 기회는 그래도 많이 있어.. 물론 상고가 아니지만은.. 그래도 일자리는 있을거야...." "......." "우리 성현이가 공고나 그런거면 또 모를까... 입학할때는 인문계라서.. 그래서 엄마가 기대가 컷다.. 이런말 듣기 싫겠지만... 성준이 니 동생인데 니가 잘 챙겨줘야지. 대학도 졸업해야 되고..." "......" "아빠가 얼마나 힘드셨으면 성현이 너 포기하겠다고 하셨겠니.. 근데 성현아.. 미안한데 엄마는 너 포기못하겠네.." "......" 그렇게 잔소릴 듣기 싫어하던 내가 왜 그때만큼은 어머니의 목소리를 잠자코 듣고 있었던거였는지. ..... " 고등학교는 그래도 우리 성현이 졸업해야지... 그치? 졸업하고... 취직해서 일 열심히 하면 얼마만큼은 돈도 벌고 할 수 있을거야.. 고등학교가 끝이 아니니까.. 이제 제발 대학가라는 말은 엄마가 안할게.. " "......." "...우리 성현이 맨날 날라리짓 하고 다닌다고 엄마가 많이 때렸지.. 아버지한테 많이 맞았지... 미안하다.. 졸업하고도 계속 경찰서 불려가고.. 그런거 하면 안된다... " 그렇게 몇시간동안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몇년만에 처음으로. 물론... 제가 양아치짓하면서 돈 빼내거나.. 몰래 부모님 지갑들을 뒤졌었기 때문에 용돈을 받지 않아도 됬었지만.. 정말 몇년만에 거의 첨으로 어머니께서 용돈을 주셨습니다. "... 하하.. 우리 성현이 뭐 어차피 내일 안오겠지만.. 혹시나 엄마 병원 오지 않아도되.. 알겠지?" 그렇게 한 5일후, 정말 저는 한번도 병원에 들리지 않은채 친구들과 동해 바다로 갔습니다. 여자2,남자3. 그렇게 바다에서 놀면서 시간을 보내던 중에. 저녁 7시쯤. 전화벨이 울리고.... 다름아닌 전화의 내용은..................... ...... 어머니..... 내 어머니가.... ,.... 돌아가셨다는것. .................... 무작정 아무것도 생각지 않은채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이미 병실엔 아무도 없었고.. 이내 제가 발걸음을 옮겨야 한 곳은 영안실. 영안실에서는 성준이가 울다가 지쳤는지 이제 울 힘도 남아있지 않은지 구석에 쳐박혀서 멍하니 허공만 보고 있었고. 아버지는 어머니곁에서 목놓아 울고 계셨습니다. 병명은 간암. 간암을 가장 확실하게 치료하는 방법은 수술로 암 조직을 떼어내는 것이지만 어머니께서 암인걸 아셨을 때는 말기 였고 이미 다른곳으로 전이된 상태였습니다. 5일전이었는데. 딱 5일전이었는데.... 그땐 어머니가 건강해보였는데. '고등학교는 그래도 우리 성현이 졸업해야지... 그치? 졸업하고... 취직해서 일 열심히 하면 얼마만큼은 돈도 벌고 할 수 있을거야.. ' 자신이 떠나고 난후의 첫째 아들이 걱정이 되었던 어머니. 그래서 그렇게 힘드셨음에도 불구하고, 말기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내게 말씀해주신 말들.. 가족중에 간암이라는 것을 몰랐던 사람은 저 뿐이었고...... 그래서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한번도 울지 않아봤던 사람도 저였습니다... 그런 저는 ....... 정말 말 그대로 '미친놈' 이었습니다.. .... .... .............. 그렇게 3년이 지났습니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신지... 3년이 지난 지금... 어머니 말씀대로... 취직을 했습니다. ....... 물론 노동일이지만..... 어머니께서 하셨던 마지막 말씀은 잊혀지지가 않고 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이미 2년 전쯤에 직장을 그만두셨고, 지금은 장남인 제가 집안을 끌어 나가고 있었습니다. 대학생인 제 동생... 어머니의 말씀대로 제가 대학등록금까지 마련해 주었습니다. 처음엔 양아치같은 형같지도 않은 새끼가 준 돈으로 대학 다니기 싫다던 동생... 그러던 동생... 지금은 그나마 많이 풀어졌고.. 아르바까지 하고 있습니다. ..... 딱 3년이 지났습니다. 어머니께 너무 죄송하고... 그리고 보고싶습니다. 몇십년동안 아들을 키우면서 ... 너무 고생하셨던 어머니. 첫째아들이 고등학교 입학하자마자 양아치짓 하고 다녀서.. 너무 힘드셨던 우리 어머니. 이제서야 후회하고 용서를 비는 제가 한심스럽고.. 너무 죄송할 따름입니다. 고등학교 밖에 못나와서 물론 이렇게 일하고 있지만..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어머니께서 못다하신말... 제가 다 이루도록.. 그렇게 노력하겠습니다. 양아치... 날라리.... 고등학교때의 제 모든 이런 이름들은... 빼버린지 오래됬습니다... 다시 새롭게 시작하겠습니다... 양아치 짓을 하고 다니던 제게 항상 매를 드셨던 어머니. 그땐 정말 그 매가 너무 싫고 반항하고 싶었지만.. 이제서야 철이든 지금은.. 그런 어머니가 너무 그립습니다.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