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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부들이 해준 얘기들 중에 기억나는 것 세 가지.
게시물ID : military_456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v독거v
추천 : 14
조회수 : 820회
댓글수 : 29개
등록시간 : 2014/06/29 12:43:53

무려 헌병대 수사관님이 병사들하고 담배피면서 해준 얘기입니다;

'너희들(병사)생활은 솔직히 감방 죄수들 보다 못하다. 휴가랑 외박 있다는 것만 빼면 감방에 있는 것만 못 하다고.
감방에서도 노동도 하고 갈굼도 있지만 너네들처럼 막 하루에 잠 3-4시간씩 자면서 작업하고 훈련하고 근무서고 빵꾸나면 까이고 그러진 않잖아.
그래도 뭐 기왕 왔으니까 탈영 그런 거 생각도 하지 말고 2년만 개겨. 그러면 나가서 당당해져.
어차피 남자들 대부분이 군필자인 나라에선 공기같은 당당함이긴 하지만, 그거라도 있고 없고는 차이가 좀 있어.
나가보면 안다. 그러니까 탈영했다가 잡혀와서 나 만나지 말고 열심히 해.'

뭐랄까 참...너무 현실적인 얘기라 오히려 군생활에 대해 사탕발림하는 얘기들 보단 복무의지가 약간은 더 생기더군요ㅠ
이어서 어느 참모님께서 병사들 담배피우는 자리에 갑자기 오셔서 이런저런 얘기 나누다가 하신 말씀입니다.

'군이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 하고 있다. 부적응자가 많이 나오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수십년간 국민의 아낌없는 지원으로 외적으로는 강력한 전력을 갖게 되긴 했지만, 내실을 다지는데는 많이 미흡했다.
군의 밑바탕을 이루는 병사들을 제공해주는 사회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민감하게 캐치하고 그에 맞춰서 병영환경을 계속 바꾸어야 한다.
그게 피땀흘려 번 돈으로 내는 귀중한 세금과 자신의 인생 일부를 바쳐(병역의 의무)군을 유지해주는 국민에 대한 도리일 것이다.
그런데 그러지를 못 하고 있어 너희들에게 면몫이 없다.'

이 분은 인자하기로 이름 높은 '짬 중령'계급이셨는데 병사들에게 막 대하는 간부에게는 이런 일침을 가하곤 했습니다.

'병사들에게 막 대하지 마라. 쟤들 곧 전역해서 납세자 된다. 그러면 쟤들이 너 월급주는 거야.
쟤들이 너랑 네 처자식 먹여살리고 학비주고 할 거라고. 여건이 이래서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많이 없지만, 최소한 합리적으로는 대해 줘.'

끝으로 옆 부대 행보관 님이 하셨던 말씀인데,

'일 못하면 어때. 행보관도 주임원사님한테 불려가서 맨날 깨지고 그래.
정히 적응 못 하겠으면 나랑 삽질이라도 하자. 내가 기초부터 차근차근 알려주마. 삽질을 이 행보관 만큼만 하면 나가서 일당 10만원도 문제없어.
너희들 다 귀한 자식들이고 그 이전에 귀한 개인들이야. 너희들 어떻게든 무사히 전역시키는 것도 내 일 중 하나고 꼭 그렇게 할 거다.
그러니까 같이 한 번 해보자. 까짓거 딴 거 못해도 좋으니까 삽질이라도 배워 보자고.'

실제로 그 분이 관리했던 소위 '관심병사'들은 모두 사고없이 군생활 잘 마치고 전역했어요.

전역하고도 종종 생각이 나서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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