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이르면 다음 달 3일 출범 예정인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 추진위원회'를 가능한 빨리 창당 준비위원회로 전환시키는 등 창당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이런 움직임을 놓고 민주당이 '야권 분열' 프레임을 내세우자 안 의원 진영 내에선 "피할 수 없는 경쟁이 시작됐고 분열도 불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착화된 기득권을 깨야만 거대 여권에 맞서는 정치세력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판단이다.
◆安 측 "야권 경쟁이 우선"=안 의원 측 핵심 관계자는 2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추진위는 오래 끌 기구가 아니며 조만간 창준위를 발족한다"면서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적어도 정당에 준하는 창준위 형태로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법상 창준위를 띄우면 6개월 내 창당해야 한다.
안 의원은 다음 주 추진위 출범과 함께 위원장 등을 공개할 예정이어서 어떤 인사가 합류할지 주목된다. 몇명의 정치권 내·외부 인사로 구성된 공동위원장 체제 가능성도 제기되는 가운데 위원장으로는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이계안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특히 범야권 원로모임인 '국민동행'의 민주당 이부영·정대철 상임고문과 강봉균·장세환·조배숙 전 의원 등의 신당행도 회자되고 있다.
이렇게 민주당 출신 인사들의 이름이 끊임없이 오르내리자 민주당은 '안철수 신당'의 야권 분열론을 꺼내들었다. 이에 한 인사는 "보수와 진보의 '51대 49' 선거구도에서 야권은 이제 2%의 싸움을 해야 할 때"라며 "지금의 민주당으로는 이 구도를 깰 수 없기 때문에 야권이 분열해서라도 새로운 세력으로 거듭나야지만 향후 정권교체 등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전날 안 의원이 "한국 정치에 생산적 경쟁 관계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 정치권의 지리멸렬한 적대적 공생관계와 "2등도 괜찮다"는 민주당의 패배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제1야당 입지를 놓고 먼저 야권 내에서 치열한 경쟁에 돌입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민주 "곰탕, 설렁탕의 싸움"=민주당은 신당을 겨냥해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안겨주는 결과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논평한 데 이어 계속 견제구를 날렸다.
최재성 의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곰탕집과 설렁탕집 어디에서 먹을 것이냐를 놓고 서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며 차별성이 없음을 꼬집었다. 4선의 추미애 의원도 BBS 라디오에서 "기성정치가 못마땅하다고 해서 제도권에 몸담고 있던 국회의원을 빼내는 정치는 새 정치가 아니다"며 "야당을 분열시키는 정치는 더더욱 그렇다"고 쓴소리했다.
하지만 한국갤럽이 이날 내놓은 여론조사를 보면 '안철수 신당'이 현실화될 경우 민주당을 크게 앞설 것으로 예상됐다.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파 흡수에 따른 결과다. 새누리당 지지율은 35%, 안철수 신당 26%, 민주당 11%, 통합진보당 1% 등 순이었다. 특히 새누리당 지지자 12%, 민주당 지지자 37%, 무당파 35%가 신당을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