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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김선일님...부디 다음 세상엔 행복하시길
게시물ID : humorbest_456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33살
추천 : 74
조회수 : 2325회
댓글수 : 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4/06/23 16:35:26
원본글 작성시간 : 2004/06/23 14:16:50
오늘 새벽, 당신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어제 잠들기 직전까지 당신에 대한 희망섞인 뉴스를 보며..그래..설마..착한사람이 죽게 되진 않을거야..라고 기도하며 잠들었습니다. 오늘 새벽..아버지께서 어머니께 '저 친구 불쌍해서 어쩌지? 저놈들이 죽였어'라고 나즈막히 말씀하시는 목소리를 잠결에 듣고 꿈인가 하다가 퍼뜩 잠이 깨어 TV앞으로 다가 갔습니다. 너무 마음이 애려와 눈물을 흘리시는 어머니..'너와 동갑이라고 하던데...불쌍해서 어쩌니...저친구..불쌍해서 어쩌니..' 미치도록 화가 났습니다.. 힘없다고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힘없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원망스러웠고 저는 그러면서도 우리나라 욕하는 여자친구에게는 짜증도 내보고.. 이라크 놈들 북한이 잘 쓰는 말처럼..천배만배..피바다로 만들어 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가..그래...저기도 착한사람들이 있을텐데..하고 다시 생각을 접기도 하고.. 분노, 슬픔, 안타까움 모든 것들이 동시에 밀려와 한꺼번에 일어나는 수 많은 생각에 일관성이 없이 마구 뒤죽박죽 혼란 스러워 지금까지 아무일도 시작을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33살...대학교도 학력고사의 높은 벽을 넘어야 했고 나라가 부르면 군대도 제때에 가주고, 제대 후 졸업할 무렵엔 IMF가 터져 취업하기도 무척이나 어려웠지요. 이제 직장 생활 시작하고 장가도 가야하고..돈도 모아야 하는데 살기는 점점 빡빡하기만 합니다. 직장에서 받는 월급으로는 장가가기도 힘들지요 ^^..저도 못가고 있어요. 지금 우리가 느끼는 한국의 경제 상황은 IMF 이상이라고 하니까 우리는 아마도 대학교 졸업한 이후 부터는 쭉 마음편히 제대로 직장생활 한번 못해본 것 같습니다. 평생직장이란 단어는 없어진지 오래이고 어디가서 오랫동안 신명나게 일하고 싶어도 구조조정이다 사내경쟁이다, 부도다 해서 그럴수도 없습니다. 혹자들은 말합니다. 왜 이라크에 가서 그런일 하냐고... 하지만 저는 이해합니다. 어른들께 손벌릴 처지도 안되고..공부라도 더해야 앞으로 내 마누라 내 새끼 먹여살릴수 있는 경쟁력이라도 생길텐데... 나이 드신 어른들 칠순잔치에 그래도 명색이 아들인데 제대로 잔치상 한번 마련해서 어르신들 기쁘게 해드리고도 싶고.. 빽도 없고 돈도 없는 우리들이 맨손으로 자수성가 하기란 한국에서는 정말 어려운 일이지요. 살기위해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 우리들은 젊음을 담보로 이라크가 아닌 더한 곳이라도 가서 미래를 만들어 갈 수 밖에 없지요. 지지리 복도 없는 우리들은...평범한 우리 또래 사람들은 그냥 성실하고 착하게 나라에서 시키면 시키는데로 군대도 가고 세금도 내고 국민연금도 내고 직장에서 시키면 시키는데로 묵묵히 이일저일 다 해나아갈 뿐입니다. 우리는 그냥 정말 열심히 산 죄 밖에 없는데...이렇게 살면 다 좋은 사람이라고 해주고...착한 아들이라고 했는데...당신이 우리를 대표해서 그 먼 이라크까지 가서 희생당하셨네요. 그래서 더 마음 아팠습니다. 그래서 더 가슴이 저려옵니다. 그래서 더 눈물이 흘러 내려옵니다. 제가 학교를 몇년 뒤에 졸업했다면 당신과 같은 캠퍼스에서 마주쳤을 지도 모르겠네요. 다음에 세상에서는 좋은 친구가 되어 같이 소주한잔 하는 사이가 되어 봅시다. 부디 다음엔 행복한 세상에서 살아가세요. 당신과 함께 했던 지난 세월들...당분간 함께 하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우리 또래의 친구들이 앞으로 좋은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당신 몫까지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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