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에 시달리던 고교생이 친구들에게 “그동안 고마웠고 미안했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충남 공주시 한 고등학교 1학년 박모(17)군이 18일 오후 10시 22분 공주시 신관동 한 아파트 화단에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박군은 아파트 23층에서 몸을 던졌다.
박군은 이날 오후 거실에 있던 어머니에게 다가와 “엄마 사랑해”라며 안마를 했다. 초등학생인 여동생에게는 자신의 지갑에 있던 7000원을 주고 떡을 사주는 등 아들과 오빠로서의 마지막 역할을 하려 했다. 그가 투신했을 때 손에 꼭 쥐고 있던 종이 메모에는 유서가 담긴 자신의 휴대전화 위치를 어머니에게 알리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휴대전화 메모장에는 ‘중학교 2학년 시절의 흑역사(어두운 과거)가 밝혀져 장래가 없다. 별생각 없이 (나를) 이렇게 내몬 그들을 미워하지 말라’는 글이 발견됐다. 박군이 언급한 흑역사는 중학교 시절 교육청 위(Wee)센터에서 학교폭력과 관련한 상담프로그램을 들은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박군은 최근 이런 사실을 여러 사람에게 알리겠다는 협박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3월부터 박군을 괴롭혀온 같은 반 친구 A군 등 5명은 지난 17일 박군을 화장실로 끌고 가 가슴과 다리를 10여차례 폭행했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이날 밤 박군은 어깨와 가슴 등 멍든 부위를 사진으로 찍어 중학교 동창인 친구 등에게 카카오톡으로 보내며 “지금 어깨가 시리고 숨쉬기가 힘들다”고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가해학생들은 “왜 그렇게 집요하게 괴롭혔느냐”는 유족들의 질문에 “심심하고 재미있어서 괴롭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운데 B군은 “내가 주로 괴롭히는 애가 있는데 박군은 그에 비하면 많이 괴롭힌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충남 공주경찰서는 가족과 학교 관계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뒤 가해학생들에 대한 조사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