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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들은 장준하 선생님 돌아가시던 날 이야기입니다.
게시물ID : sisa_4570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레이니블루
추천 : 13
조회수 : 617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3/12/01 01:46:13
1975년 8월 17일이죠. 돌아가신 날이..

전 1988년에 장준하 선생님이 돌아가신 그 마을에서 태어났어요.

아버지와 어머니는 타지에서 와서 정착하셨는데요,

마을이 작아요. 예전엔 그래도 사람 많았다는데 제가 자랄때만 해도

외약사 내약사 마을 가구 합쳐서 제대로 된 가구가 스무가구 내외쯤...?

냇가와 산이 껴 있어서 주로 유원지업으로 먹고 사는 마을입니다.

마을이 작아서 그 덕에 이웃끼리는 굉장히 친밀감 있이 자랐어요.

어릴때 대보름때 마을 형, 누나들이랑(제가 거의 마지막 세대...) 쥐불놀이도 하고 

집집마다 돌면서 오곡밥 얻어갖고 반찬 다 비비고 배 터지게 먹었던게 기억나네요.

그리고 장준하선생님 돌아가신 계곡은 제가 국초딩~중딩시절에 통학하던 지름길입니다.

저희 아버지께선 그 계곡을 저 어렸을 때 부터 저기가 독립군 장준하장군이 돌아가신 계곡이다. 장준하 계곡이다. 라고 부르셨어요.

벼랑을 따라 무슨 암벽등반 하듯이 길이 나 있구요;;(서울사람 못 다님) 물을 가로지르는 뱀들이 많았고...

저도 계곡을 타고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엔 "엄마 나 오늘 장준하 계곡 타고 빨리 왔어"라고 말한 기억도 있네요.

무튼... 어머니랑 오늘 kbs토론 보다가 어쩌다가 제가 장준하 선생님 얘기를 꺼냈는데

어머니가 마을 사람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를 들려 주셨습니다. 마을 사람이래봤자 제 친구 아버지세요;;



제 친구 아버지도 거기서 태어나고 자라셨는데요. 그 분께서도 젊었던 시절이라고 하셨어요.

제가 자랄때도 유선티비가 들어오지도 않은 깡촌인데 당시엔 엄청난 시골이였겠죠.

등산로로 들어가려면 제 친구 아버지 집 앞으로 지나가는데 

등산복을 입으신 두 분. 그것도 아주 오래 입었을법한 등산복이라 하셨어요.

그리고 여러명의 검은 정장을 입으신 분들.

정장 입으신 분들이 등산복 입으신 두 분을 애워싸고 산으로 올라가더랍니다..

그 옛날 그 시골에.. 그 까만 양복들을 맞춰입고 산으로 올라간다는건 처음 보는, 그리고 앞으로도 볼 수 없는 모습이였다고 합니다...

그 후에 장준하 선생님 타계 소식이 퍼졌고 제 친구 아버지께선 아마도 그 등산복을 입었던 분이

장준하 선생님이 아니였나란 생각을 하셨나봅니다. 하지만 당시 시대상황이 도저히 이 사실을 입밖으로 낼 수 없는 시대였죠.

무서워서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나마 가족들에게만 말씀하셨다가 제가 그 집 아들래미랑 뽕알친구로 태어나서는 

부모님께서 서로 친하게 지내셔서 어머니께서 전해들은 이야기라고 하셨어요. 

아마 지금 친구 아버님께 물어봐도 남들에겐 말 안 하실거라고 하시네요.

그리고 얼마전 자로님이 저희 마을 탐방을 하셨을 때 목격자(군인이였던가요)에 의해서 최초 발견됐다던 그 밭이 

제 친구네 뒷 논입니다. 근처에 저수지 하나 있고...



제가 들은 이야기에선 산행에 동행했다는 사람은 유일한 목격자 김용환씨 뿐만이 아닙니다.

역사엔 기록되지 않은 까만 양복을 차려입고 두 분을 둘러싼 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친구 아버지께서 착각하셨을 가능성도 열어두겠습니다. 

단지 하나의 이야깃거리로 봐 주셨으면 그걸로 됐습니다.



이야기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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