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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일 - 레옹 리뷰
게시물ID : movie_45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i
추천 : 1
조회수 : 3864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2/03/18 03:07:14

장 보드리야르에게 미국이 사막 위에 세워진 디즈니랜드라면 뤽 베송에게는 할리우드 거리에 세워진 뉴옥의 세트다. 이야기의 무대는 뉴욕. 살인청부업자와 타락한 경찰, 마약과 테러와 가엾은 소녀, 처형과 복수와 추적 장면이 계속되고 이탈리아 시칠리아 사람들이 관련되어 있으며 무언가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이 이어진다.

등장인물들은 누구나 영어를 쓴다. 이건 의심의 여지가 없는 할리우드 영화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이 영화의 정체는 프랑스 영화다. 추리소설인가, 우화적인 뉘앙스인가, 아니면 영화산업의 기만적인 비즈니스인가?

주인공은 '인간 청소부'레옹(장르노). 그는 용서와 실수를 모른다. 그러나 우연히 아파트 옆방에 사는 12살 소녀 마틸다(나탈리 포트만)를 알게 된다. 그녀는 마약반 형사 스탠필드(게리 올드만) 일당에게 가족을 몰살당하고 심지어 쫓기는 신세가 된다. 마틸다는 복수를 맹세하고, 레옹은 소녀를 사랑한다. 결말은 물론 비극인다.

뤽 베송은 처음부터 할리우드 영화광이었다. 그는 18세 때 할리우드로 달려가 <007 문레이커>의 연출부에 몸담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17년 뒤 뤽 베송은 동료들(에릭 세라 음악, 티에리 아르보가츠 촬영, 장 르노 주연)을 이끌고 프랑스 자본(고몽영화사 제작)으로 미국영화(장르, 내러티브, 언어의 삼위일체!)를 만든다. 이것은 도덕의 정치경제학을 늘어놓고 꾸짖어야 할 잘못된 협사인가, 아니면 절망한 세대의 초연함 속에서 새롭게 찾아낸 영화상품의 이론에 관한 앞지른 탐색전일까? 

아마도 이 난처함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뤽 베송 자신인 것 같다. 그래서 그는 이것을 잊기 위해 온갖 장식을 두르고, 신시사이저로 베토벤을 연주하면서 홀릴 정도로 겉멋을 부린다.

그 속에서 뤽 베송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시종일관 과장된 제스처를 취하며 마치 카뮈의 인형처럼 지루한 고백을 하는 살인청부업자 레옹이다. 그는 한번 계약하면 반드시 지키는 프로의 원칙에 따라 움직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계약에 미숙하고 여자와 아이를 건드리지 않으며 화초를 키우는 인물이다. 좀더 정확하게 그는 존 웨인과 험프리 보가트를 절반씩 섞어놓은 주인공이며, 또 한편으로 <터미네이터>와 <로보캅>을 기묘하게 조립한 시뮬라르크다.

뤽 베송은 한편의 영화에서 그의 백과사전적인 지식을 동원하여 할리우드 영화를 뒤틀어 어떻게 해서든지 위기에 몰린 프랑스 영화에 뒤섞으려고 애를 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우면서 닮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 아니다. 이 모든 전통은 할리우드에서 빌려온 것이며, 뤽 베송은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은 것처럼 보인다. 아무리 그가 애를 써도 여전히 <레옹>은 할리우드 영화의 잘 만든 '예고편'처럼 보인다. 그건 흉내내는 자가 치르는 댓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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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php.chol.com/~dorati/web/hani/hani950217.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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