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목소리

                      호텔르완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때가 밤이라면

잠깐이라도 좋으니 창문을 열고 하늘을 둘러 봐

 

저기 저 별이 너를 향해

빛을 보내고 있어

순간순간 새로운 빛이 우리에게 오고 있지

너도 보고 있니?

세상살이 힘들다 하여 부러 하늘을 쳐다보는 사람이 예보다 적다고 하지만

아직도 나는 가끔 하늘을 봐.

 

어느날 이였어

 

탁하디 탁한 서울 하늘을 뚫고 한 줄기 빛이 나에게 왔어

"안녕? 나는 별빛이야 너에게 내 얘기를 들려주려고 하는데

시간이 되면 들어줄래?

 

내가 사는 곳은 지구로부터 10억 광년이나 떨어진 곳이야

나는 거기서 10억년 전에 출발했어

지구 사람들을 보기 위해서 말이야

근데 지구 사람들은 우리를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거 같아.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이나

해가지고 달이 뜨고 밤이 깊어지면 으레 우리들이 보인다고 생각해.

 

정말 그럴까?

 

10억년 전

내 별에서 출발할 때

두려움과 설레는 마음을 같이 가지고 있었어.

'내가 이 공간을 가로 질러 쭉 갔을 때 나오는 곳은 어디일까?'

나는 두렵고 설레는 마음으로

내 운명을 믿기로 했지.

 

나는 봤어

셀 수 없이 많은 별들로 이루어진 은하들

은하 속에 있는 별들

별 주위를 도는 행성들

행성에 끼지 못한 채 별 주위를 도는 수많은 친구들

나는 그들을 볼 때 다시 한 번 느꼈단다.

내가 있는 우주란 어떤 곳일까?

어떤 곳이기에 이렇게 수 많은 것들이 여기를 채우고 있을까?

 

나와 비슷한 친구들도 많이 만났단다.

자신을 운명에 맞긴채

고향을 떠나는 나와 같은 내 친구들

그 친구들을 보며 나는 힘을 얻었어

이 넓은 우주에서는 나는 혼자가 아니야

 

우주는 조심해야 할 것들이 많아 

블랙홀을 만난 친구들은 끊없는 중력에 이끌려 들어갔고

나는 그 친구들을 다시는 볼 수 없었어

질량이 큰 별 옆을 지나가다가 중력에 이리저리 방황하는 친구들도 있고

초신성 폭발에 우주 저 멀리 끝으로 튕겨 나가는 친구들도 있고

먼지들에 가려져 사라지는 친구들도 있었어

나는 사라지고 싶지 않아...

마음 졸이며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갔어.

 

그렇게 마음 졸이며 가다보면 나는 큰 진리에 맞닥뜨릴 때가 있어

별의 죽음.

별은 탄생하고 성장하고 결국 죽음을 맞이하지

우주의 모든 것들은 결국 죽음을 맞이해

그렇다면 나는 무슨 존재일까?

나도 언젠가는 죽을까?

내가 출발했던 별도 죽겠지? 이미 죽은건 아닐까...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는 '지구'라는 행성에 도착했어.

 

'우와~'

 

나는 감탄했어.

푸른 물과 싱그러운 숲과 온갖 소리와 내음,

무형의 에너지까지 완벽한 조화를 이룬 곳

신의 선물이 아니라면 내가 이 곳을 무어라 설명할 수 있을까?

 

그렇게 나는 지구의 대기권을 뚫고

어떤 한 아이에게 도착했어.

만남, 그 때의 짜릿함 느낌이란.

 

10억년의 시간과

수 많은 변수들로 가득찬 공간을 지나

드디어 도착한 곳.

그렇게 나는 한 아이의 망막에 도착하여

별빛으로 인식되었어.

 

그 아이에게 나는 무엇일까?

그 아이는 내가 지나온 10억년의 시간을 알고 있을까?

그 아이는 내가 겪어온 수많은 역경을 알고 있을까?

그 아이는 내 목소리가 들릴까?

내 목소리가 들린다면 대답해줘

저 멀리서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다고 고맙다고 말해줘

 

그리고

나를 잊지 말아줘

한순간 보고 마는, 오늘도 있고 내일도 있을

단순한 반짝임이 아니라

나는 이 순간

너와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너의 별빛이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