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버스에 오른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창밖을 바라본다.
이 순간이 가장 생각을 많이하게 되는 시간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올해 가을은 좀 특이하다고. 보통 나는 1년에 두번, 봄과 가을에 외로움을 느낀다.
하지만 올 가을은 외로움보다는 공허함이다.
없다, 있는 것 같지만 아무것도 없다.
비단 이것이 내 모든 것에 대한 일이 아니다. 그저 여자에 관한 일에 아무것도 없는 공허함을 느낀다.
올해는 여러 사람들을 새로 알게되기도 했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마저도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 같다.
나는 혼자 잘 해낼 자신 있다. 그저 나 혼자 먹고 싶은거 먹고, 하고 싶은 것도 하고.
나중에 자취하게 되면, 고슴도치도 키울 생각이다. 혼자 있으면 방이 쓸쓸할테니까
물론 혼자인 것도 익숙하다. 여태 그래왔으니까, 하지만 올 가을은... 왜일까
외로움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겠지만, 뭘까... 마음 속 깊이 느껴지는 이 공허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