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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 아바타 칼럼
게시물ID : movie_45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i
추천 : 0
조회수 : 107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3/18 09:43:21
<아바타>의 테크놀로지에 대한 논의가 계속 분분합니다. 그 강력한 실감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가 궁금한 건 사실입니다. 지금의 3D 영화는 시각적 입체감만 선사하지만, 여기에서 의자를 들썩이고 바람을 불게 하며 물을 튀기고 냄새를 피우는 일은 그렇게 멀리 있지 않을 것입니다. 테마파크의 체험과 이야기의 결합으로서의 영화. 관객과 영화의 거리를 완전히 삭제하고 감각적 질주의 쾌락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영화. 이런 영화가 주류에서 만들어진다고 해서 분개할 일은 아닐 것입니다. 영화는 경이로운 전사(轉寫)의 예술이면서, 태생부터 보통 사람들 주로 하층민의 오락 혹은 신기한 구경거리라는 또 다른 얼굴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 오락의 진화를 비평의 언어로 옹호하는 일을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해도, 그 진화는 불가피할 것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실은 디지털 액터입니다. 3D보다 훨씬 덜 말해지지만 이 영화의 디지털 액터 테크놀로지는 놀랍습니다. <아바타> 이전에 디지털 액터를 가장 능숙하게 사용한 사례는 로버트 저메키스의 <베오울프>와 <크리스마스 캐롤>입니다. 그런데 저메키스의 경우엔 유명한 실존 배우의 형상을 그대로 옮기면서, 오히려 아직은 어색할 수밖에 없는 디지털 액터의 표정과 동작의 미묘한 부자연스러움을, 그러니까 실재와 디지털적 재현과의 거리를, 일종의 유희적 요소로 드러냅니다. 저메키스의 영화들에서는 디지털 액터들이 ‘우리는 진짜 배우들의 아바타입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바타>에서 나비족은 그 자체로 거의 완전한 생명체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들이 동시대의 인간이었다면 어색했을지도 모를 단조로운 표정과 주술적 몸짓은 인디언을 닮은 외계의 생태주의적 생명체에는 더없이 어울립니다. 심지어 인간보다 더 아름다워 보입니다. 이야기는 인간의 탐욕과 파괴욕을 비판하고 있지만, 이 영화는 그런 점에서 테크놀로지에 대한 무한한 찬미입니다. 그 이야기를 위해 이 테크놀로지가 선택된 것이 아니라, 디지털 액터의 테크놀로지를 구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야기와 캐릭터가 선택된 것 같습니다.

<아바타>에 관한 말들의 다수는 그 테크놀로지에 관한 말들입니다. 새로운 현상은 아닙니다. 영화를 말하려면 테크놀로지에 관해 알아야 하고 말해야 하는 시대가 지난 세기말부터 오늘에까지 20여 년 동안 지속되고 있습니다. 저는 테크놀로지 담론이 영화의 담론을 뒤덮는 시대가 빨리 끝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질주는 그것에 대한 대중적 찬탄을 멈추게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가장 답답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이것이 영화의 미래인가요?’

그 질문을 만나면 실은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미래는 신경 끄시기 바랍니다. 우리 시대의 위대한 영화들의 목록들도 우리는 아직 다 확인하지 못하고 있으며, 과거는 더욱 그러합니다. 직업 때문에 혹은 생계를 위해 그것에 대비해야 할 사람이 아니라면 미래의 영화를 궁금해할 필요가 있을까요. 오늘의 영화는 물론 과거의 영화조차 우리가 알아가야 할 미지의 세계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지금 우리 곁에 있는 한편의 위대한 영화를 제대로 알아가는 것. 그것이 <아바타>가 미래의 영화인지 아닌지를 말하는 식견을 얻는 것보다 영화에 훨씬 더 가까워지는 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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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biff.kr/kor/html/webzine/article/article_view.asp?article_id=4000000328&ac=400&page=1&essey_cod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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