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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펌]거짓말
게시물ID : humorbest_4573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무한소수
추천 : 17
조회수 : 8075회
댓글수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03/29 07:43:16
원본글 작성시간 : 2012/03/28 19:43:18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 나를 반대하는 놈들에게는 분명한 재앙이 될 것이다.






난 그냥 평범한 집안의 막내로 태어났지. 




어린 시절 나는 비교적 행복했어. 



남들보다 조금 잘 산다는 소리를 듣는 집안이었고, 형, 누나뿐만 아니라 어머니도 나를 무척 아껴주셨지.


그런데 문제는 아버지였어. 도덕과 정의만을 고집하는 정말 까칠하고 엄한 성격이었지.


왜 세상을 저렇게 사는지 이해가되지 않았지만 나는 천부적으로 타고난 나의 재능으로 아버지의 간섭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었지.


바로 거짓말.



내가 언제부터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는지 잘 기억도 안나.


그런데 거짓말은 나를 살아가게 만드는 최고의 원동력이지.



아버지가 아끼던 개가 있었는데 그 놈은 나만 보면 짖어댔어. 정말 재수없게 생긴 잡종개였는데


난 그 놈을 죽이기로 맘먹고, 쥐약을 섞은 밥을 그 놈에게 먹였지.


게거품을 물며,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그 놈을 보면서 나는 미소를 지었고 그리고 아버지가 올 때까지 그 자리에서 울었지.


아버지는 죽은 개 앞에서 분노하면서도, 그 자리에서 울고 있는 어린 나를 달래느라 무척 고생하셨지. 



이렇게 쉬운 거였어.




나는 공부도 잘 했고, 친구들도 많았어.


집에 돈이 좀 있다보니 저절로 생기는 친구들도 있더군. 


그런데 초등학교 5학년 때던가, 정말 재수없는 놈이 하나 있었지.


덩치가 크고 잘 생긴 놈이었는데, 의리가 있어서 약한 애들을 괴롭히는 녀석들을 혼내주는게 주특기였지.


그 때문인지 그 녀석은 나보다 인기가 많았어. 특히 여자 애들한테 말야.



나는 그 녀석을 없애버리기로 맘 먹었지.


마을 외곽에 마른 우물이 하나 있었는데 거기로 그 녀석을 불러냈지. 


나는 그냥 그 녀석을 밀어넣었지. 10여미터를 추락한 후 돌덩어리에 머리를 부딫힌 그 녀석은 고꾸라져 죽어버렸어.


몇 년전 그 개를 없앴던 그 날처럼 나는 그 녀석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고, 누군가가 내 목소리를 듣고 올 때까지 거기서 계속 울었었지.



난 세상 사는 법을 너무 어린 나이에 깨우친 것 같았어.





나는 승승장구했어. 



명문고, 명문대에 들어갔고, 좋은 대기업에 취직을 했지.



경쟁자는 없었어. 아니 경쟁자를 없애버렸어. 다 죽여 버렸어.



난 간혹 붙잡힌 연쇄살인범들이 내가 저지른 일을 지들이 한 것처럼 꾸밀 때는 웃음이 나오기까지 했어.



그런데 난 그들과 다른 점이 있어. 



난 그 놈들보다 훨씬 똑똑하고, 훨씬 인내심이 강하며, 훨씬 오랫동안 즐길 줄을 안다는 것이지.



누가 그러던데 거짓말은 계속 거짓말을 만들기 때문에 언젠가 탄로나게 된다고.



그것은 바보들이나 하는 소리다. 



나는 적어도 내가 생각해낸 획기적인 거짓말은 수십년이 지나도 기억하고 있다.





나에게 권력이 생기면서 사람들은 내 얘기가 진실인지 거짓인지 잘 판단을 못하기 시작했어.



그냥 지시대로 따르는거야. 그냥 말야. 나에게 잘 보이려고 더 열심히 하는것 같아.



더 웃긴 것은 언제서부터인가 내가 하는 말이 거짓인줄 알면서도 사람들이 모른 척 해준다는 사실이야.



오히려 나를 옹호해주는 사람도 생기기 시작했어.



이래서 권력이 무섭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








누군가를 없애야 된다는 생각이 들 때 나는 단 몇 분만에 살인에 대한 시나리오가 떠 올랐어.




우리 집 개를 죽일 때도 그랬고, 내 친구를 죽일 때도 그랬고, 대학 때 내 여자친구를 빼앗아간


놈과 나에게 등 돌린 그 년을 죽일 때도 그랬고, 회사 다닐 때 내 직장상사 셋을 죽일 때도 그랬고


나의 정책에 반대하던 김 의원이란 놈을 죽일 때도 그랬다.



그런데 그런 시나리오가 떠 오를 때마다 한 가지 아쉬운게 있었지. 



더 많은 이를 한꺼번에 죽이고 싶어졌는데 나에게 그럴만한 힘이 없었다는 것이지.





나에게 손가락질 하던 놈들, 나에게 비난을 서슴치 않던 놈들, 내 과거의 실수를 들추어 내어 공격하던 놈들.


뭐가 그렇게 잘 나고 잘 배웠는지, 고상한 용어 써 가며 나를 비하하는 놈들. 


돈도 없이 쓰레기 같은 삶을 살면서 감히 나를 욕하는 놈들. 


김치에 소주 나발 부는 그 더러운 입으로 내 이름 거론하는 것 보면 아가리를 찢어놓고 싶다.



서로 조금이라도 더 먹이를 차지하려고 아둥바둥거리는 버러지같은 놈들.




이제 굳이 내가 손대지 않고도 그들끼리 서로 죽이고, 스스로 목 매달아 죽게 만들고 싶어졌어.






증오, 분노, 적대감, 살인, 전쟁.....이래야 세상이 좀 더 정리되고 깨끗해질 것 같다. 



수십명을 죽이면 살인자이지만 수만명을 죽이면 영웅된다고 하지 않았나?




이제 수십년 간의 나의 인내심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 왔다. 온 몸이 근질근질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 나를 반대하는 놈들에게는 분명한 재앙이 될 것이다.









"이제 선서하시지요."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가장 놀라운 거짓말을 할 때가 왔다.





"선서!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증진 및 민족 문화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오늘 밤은 왠지 잠들기 힘들 것 같다.















sklovemj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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